정밀아
어떤 것은 마치 세상에 전부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릴 적엔 부모님이, 청소년기엔 친구들처럼 세상의 전부 같았던 것이 부재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면 우리는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때론 공허함이 몰고 온 슬픔이 너무 클 때 절망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나를 덮는 공허함을 견디고 나아가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줍니다. 우리 옆에 있어주는 것들이 더 소중했음을 알게 해 줍니다. 그 과정을 겪으며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이들을 위로할 힘을 가지게 됩니다.
때론 의지 할 수 있는 누군가가, 때론 길에 핀 꽃잎이 공허함을 감당해야만 하는 시간을 함께 보내줍니다. 슬픔, 짜증, 원망을 받아주는 위로입니다. 어쩌면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소중한 것을 상실할 기회를 맞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위로가 되어주는 작은 '꽃잎'이 우리 옆에 있었음을 나누며, '숨'의 두 번째 곡을 소개합니다.
노래 : 심술꽃잎
가수 : 정밀아
장르 : 인디 포크
시간 : 04:58
앨범 : 은하수
발매일 : 2017.11.28
형태 : 정규
숨 : 도랑길 옆에다. 심술부려 날려본 꽃잎.
「며칠 밤 가면 올 거야, 널 미워해서가 아니야. 바쁜 일 지나면 얼른 올게, 그땐 집으로 가자. 할머니 손잡고 가볼까 큰 나무가 있는 시골집. 새벽 첫차 타고 시장도 가보고. 언덕 너머 숲에도 가보렴. 음... 바람이 불어 풀잎 파도가 일고. 종일 지친 땅은 하루 머금은 더운 숨 고르고. 낮에 나온 하얀 달에 불이 켜지면. 엄마의 노래가 그리워. 눈물 참고 돌아오는 도랑길 옆에다. 심술부려 날려본 꽃잎. 흙먼지 날리는 길 위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오늘 자고 나면 내일은 올 거야, 나를 데리러 올 거야. 음... 바람이 불어 구름 밀려 나가고. 텅 빈 하늘 위엔 집으로 가는 새들이 지나고. 산 그림자 길어지는 저녁이 오면. 엄마의 노래가 그리워. 눈물 참고 돌아오는 도랑길 옆에다. 심술부려 날려본 꽃잎 심술부려 날려본 꽃잎. 심술부려 날려본 꽃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