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두 Apr 14. 2023

판타지아, 을지로 #01

2018. 을지로, 힙지로

들어가며.

언제부터인가 쇠를 갈아내던 소리가 가득했던 을지로 뒷골목에서 음악이 들리고 거리는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을지로에서 활동하는 기획자, 예술가들이 「을지로 판타지아」라는 이름으로 벌인 일들이었습니다. 600년간 그곳에 있었던 길은 하룻밤 전혀 다른 곳으로 변했습니다.

2023년 4월 29일 토요일 저녁 『을지로판타지아열섬 : Brain Dance』가 열립니다. 올해는 미디어 작품과, 사운드 아트가 길에 입혀질 예정입니다. 이를 기념하며 2019년 시작되어 을지로 골목을 예술로 물들이고 많은 영감을 주었던 『을지로판타지아』의 일대기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을지로^판타지아 euljiro【이탈리아어】fantasia

명사

1. 서울시 중구 을지로 4가(산림동) 일대 골목에서 벌어지는 다원예술 축제.

2. 2019년 R3028, aplent의 주최 주관하고 중구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첫 행사가 이루어졌음.

3. 도시열섬 등 공공과 민간의 을지로 거리예술에 모티브가 되어주었음.



2018

을지로, 힙지로




힙한 도시


'을리단길'은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2010년대 서울 용산구의 '경리단길'이 지역 상권·문화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며 주목받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스타 창업자들이 탄생하였고 젊은 층들에게 꼭 가서 놀아야 하는 멋진 동네가 되었습니다. 이후 젊은 층이 모이고, 매력 있는 동네를 가리켜 '경리단길'의 이름을 따 'O리단길' 이름이 붙곤 했습니다. 이는 서울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에 'O리단길' 열풍을 만들었습니다. 유독 을지로만 '힙지로'가 되었습니다. 


'힙지로'는 2018년 즈음부터 '레트로 감성이 있지만 새롭고, 다른 지역과 달른 개성 있는 을지로'를 칭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대상이 된 을지로의 예술가들은 '힙지로'가 '을지로' 전체를 대변할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일부는 격하게 거부하기도 하였고, 일부는 현상을 분석해 이해하려 하였고, 일부는 현상을 이용해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를 강화하였습니다.


여러 입장의 유무와 무관하게 '을지로' ≒ '힙지로'로 통용되었고, 대중이 '을지로'라고 인식되고 지역 중 레트로 감성을 느끼며 소비할 수 있고 감각할 수 있는 장소들을 칭하는 단어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SNS에 많은 포스팅이 업로드되었고, 방송 매체에서도 새로운 문화현상이 있는 지역으로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을지로의 문화를 즐기는 것이 멋진 일이 되어갔습니다.





문화 잠재성을 품은 도시


R3028은 을지로 산림동(을지로 4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실행해오고 있었습니다. 예술이 행할 수 있는 수많은 기능 중 '보은'에 집중하여 지역과의 관계를 풀어나갔던 그들에게 자연히 을지로의 #제조공장 #소공인 #소상인 #도시구조 #역사 #예술가 #예술 #공공 등의 키워드는 매우 중하고 귀한 요소였습니다.


당시 R3028의 작가 고대웅과 기획자 김재강은 을지로 3가, 4가 일대가 대외적으로 '도심산업단지', '재개발 예정지'와 같은 이름으로 불려 왔지만, '예술'이 창발 하는 도심으로 성장할 잠재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대중이 일대를 '힙지로'라 부르고 모여드는 현상이 그 과정에 있는 어느 지표라고 분석했었습니다. 지역이 가진 잠재성을 발현해 나가기 위해 기획자와 예술가의 역할이 중요하며, 자칫 때를 놓치면 너무나도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시점을 목도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역이 품어온 문화 잠재성이 피어나기 위해 공공의 관심을 지역 문화·예술 자원과 연결해 나갔습니다. 이와 함께 예술가들의 느슨한 연대를 구축해 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힙지로'에 매몰되지 않고, 을지로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어느 날 밤, 문제의식을 공감하는 R3028APLANET이 함께 청계상가 메이커스큐브 '청계 서 204호'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을지로'를 터전 삼아 살아온 기획자들이 이전에 지역에 쌓아온 사건들과 이어지지만, 이전에 없던 시도를 해야 할 때라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쌓아온 역량을 함께 펼칠 수 있는 판을 짜게 되었습니다. 


현대도시계획에서 볼 수 없는 굽이진 골목을 이전과 전혀 다르게 감각하게 만들고, 일상엔 공장 안에서 탄생하고 있던 예술을 거리에 자리 잡게 하였습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하룻밤 사이에 을지로 이면에 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을 경험하게 만들고자 함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골목에 조명을 입혀 공간을 다르게 감각할 수 있도록 연출하고, 새롭게 존재하게 된 을지로 골목에 '전시/공연'을 열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큰 틀이 잡혔습니다. 그날 밤 기획자 김재강은 전날 보았던 디즈니의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판타지아'를 모티브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을지로 판타지아'가 시작되었습니다.





을지로 산림동 전경, 고대웅, 2023 




을지로판타지아 기획단


R3028 @r3028_official

고대웅 @chngdoo

김재강 @lazy_jaekang

류지영 @jyreu

강지은 @J1eu.n

김지안 @zanzanhae

윤현우 @yo_onw


APLANET @aplanet.co

박대현

박대선 @p_deasun

나영아




인스타그램 위치정보 데이터를 이용한 을지로 3·4가 지역 활성화의 실증분석, 서울도시연구, 2019

SNS에서 을지로의 공간들이 누적된 포스팅을 통해 3가 일대를 중심으로 힙지로로 부상하고 있음을 볼 수 있음.






참고자료


연구

인스타그램 위치정보 데이터를 이용한 을지로 3·4가 지역 활성화의 실증분석, 김은택, 김정빈, 금경조, 서울도시연구, 제20권 제2호 pp. 19~35, 2019.


언론

작은 이태원, '경리단 길'과 '장진우 거리', 내일신문, 신현영, 2014

송리단길부터 황리단길까지…새로운 '리단이들', 매일경제, 엄하은, 2018

[토요워치] 뒷골목 문화를 만드는 '을지로 3가 괴짜들…"젊은 세대, 돈으로 형성된 상권선 재미 못 느끼죠", 서울경제, 허세민, 2018.

'밥블레스유' '힙지로' 2탄 최화정, "이런 세계가 있었단 말이야?" 감탄 연발, 마이데일리, 여동은, 2018


영상

다큐멘터리 3일-오래된 미래, KBS, 2018

EP.25, 을지로에서 간판 없는 숨은 핫플 탐방!! 힙스터 된 쭈니형, 와썹맨, 2018

EP.52, 을지로에서 필카 갬성 불 지르고 온 쭌형?! 국밥집도 힙스터 갬성으로 만들어버리는 반백살 갠쥐쓰 BAAAM!!, 와썹맨, 2019


사진

대림상가의 노을, 세운대림상가, canon400D, 고대웅, 2018

산림동 전경, 세운대림상가, canon400D, 고대웅, 2018

매거진의 이전글 을지로가 언제부터 을지로였다고 #0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