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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두 Apr 22. 2023

판타지아, 을지로 #03

2020. 헤테로토피아의 환상곡

들어가며.

2023년 4월 29일 토요일 저녁 을지로 4가 북서면에 위치한 산림동 골목에서『을지로판타지아열섬 : Brain Dance』가 열립니다. 오래된 골목은 미디어 작품과 사운드 아트를 입고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올 예정입니다. 이를 기념하며 2019년 시작되어 을지로 골목을 예술로 물들이고 많은 영감을 주었던 『을지로판타지아』의 일대기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을지로^판타지아 euljiro【이탈리아어】fantasia

명사

1. 서울시 중구 을지로 4가(산림동) 일대 골목에서 벌어지는 다원예술 축제.

2. 2019년 R3028, aplent의 주최 주관하고 중구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첫 행사가 이루어졌음.

3. 도시열섬 등 공공과 민간의 을지로 거리예술에 모티브가 되어주었음.


2020

헤테로토피아의 환상곡



동상이몽 판타지아


2019년 '을지로 판타지아'를 2020년에 지속하는 것을 전제로 민간 주체와 중구문화재단과 함께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1회 현장에서 느낀 아쉬움과 문제점을 2회엔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설치시간 단축과 현장의 완성도를 높여 전시와 공연의 질적 향상시키고, 철공소 사장님들로 대표되는 낮 시간 골목 주인인 지역 구성원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2020년 두 가지 굵직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하나는 'COVID-19'의 창궐이었습니다. 일상이 사라지고, 만남은 단절되었습니다. 그렇게 현대사에 경험하지 못한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시작되었습니다. 만남을 전제로 성립되었던 문화산업 역시 빠르게 얼어붙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두 번째 변화가 있었습니다. 「을지예술센터」의 설립이었습니다. 서울 중구청이 서울시의 『예술거점활성화지원사업』을 통해 을지로의 시각예술가들을 지원하고자 「을지예술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을지예술센터


2019년 서울 중구청은 을지로의 예술가(초콜릿, R3028)와 함께 서울시 예술거점활성화지원사업 기획을 함께하였습니다. 을지로라는 지역이 담고 있는 문화 잠재성과 많은 시도들에 대해 정리했고, 지역에서 발견했던 가능성을 양분 삼아 설계도를 만들었습니다. 서울 중구의회에서 개류하던 사업은 2020년 7월 실행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0년 9월 「을지예술센터」가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애초 설계에서 '센터'는 두 개가 생길 예정이었습니다. 두 명의  PD가 각 한 센터의 책임자로 운영할 예정이었습니다. 하나는 '지역, 네트워킹, 교육에 초점을 맞춘 센터'였고, 둘은 '시각예술 자체에 초점을 맞춘 센터'였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공간을 찾지 못해 결국 두명의 PD, 하나의 「을지예술센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향후 발생한 여러 문제의 잠재적 원인이 되었습니다.


두명의 PD는 센터를 운영하는 지향하는 입장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 각기 다른 입장 위에 센터의 첫 개관 행사인 「을지로 판타지아」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을지예술센터, R3028, APLANET이 만난 첫 기획 회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을지예술센터의 한 PD가 판타지아에 대한 첫 운을 띄웠습니다. "을지로에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2019년에 그런 행사가 있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지난 노력을 중요치 않았던 일로 치부하는 말과 함께 거리에서 있을 전시/공연, 을지예술센터 내에서 있을 첫 전시 모두를 「을지판타지아」라는 이름으로 통합하고자 했으며, 지난해 보였던 가능성이 무엇이었던지 새롭게 시작해야 된다며 이름과 구성 변경을 밀어붙였습니다. 운영 방식, 지향이 달랐습니다. 자기증명에 대한 욕망은 많은 마찰을 발생시켰습니다.



행사명은 결국 「을지판타지아」로 변경되었습니다. 2019년에 「을지로 판타지아」라 불렀던 거리 전시/행사는 「을지, 판타지아 : 백일몽」이라 불리며 기획의 일부로 병합되었고, '을지예술센터'의 개관 전은 「을지, 드라마」, 산림동 건물 외벽에 그림을 설치하는 전시는 「을지, 산수」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예술행사의 제목을 「을지판타지아」라 칭하기로 했습니다. 「을지판타지아」 안에 「을지판타지아」가 있는 다소 기괴한 구조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맥락에 대한 공감 없이 모든 걸 자신이 총괄 운영해 작년보다 더 좋은 성과로 보여주겠다는 욕망은 이는 지난 5년간 지역의 가치를 발굴하고 문화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소공인, 예술가들과 함께 했던 노력을 [을지예술센터]가 흡수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함께 해나갈 여지를 스스로 거세한 꼴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행사의 외적인 성공여부를 떠나 [을지예술센터]가 시작 단계에서 했던 가장 뼈 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을지판타지아 구성 스캐치, 고대웅, 2020

 

내적 갈등과 더불어 또 외적 난관이 있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며 창궐하는 코로나19에 정부는 방역 단계를 지속적으로 높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나가야 할지 처음 격는 어려움 속에 갈팡질팡하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결국 위험요소를 줄이기로 하였습니다. 공연은 대인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옥상에서 이루어지게 되었고,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는 전시는 기존 기획에 맞추어 거리와 전시공간에서 진행하기로 정하였습니다. 단, 방역 단계가 높아지면 무인으로. 방역단계가 낮아지면 출입 시간을 정하여 통제된 인원만 골목에 들어 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제가 달렸습니다.



방역 단계 완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행사 시작 5일 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 되었습니다. 여름을 지나오면서 서서히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잦아든 결과였습니다. 현대사에 맞이한 첫 팬데믹으로 인해 연결을 지향하던 세계가 한 순간에 단절되었습니다. 왕래가 막히면서 서로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 일상 밖의 공간을 마주하는 것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있는 인내의 시간을 선물받게 되었습니다.


「을지판타지아」는 팬데믹 단계 완화에 이루어진 첫 문화 행사가 되었습니다. 입장시간을 기다리며 골목 초입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형형색색 빛을 발하고, 음악이 퍼지는 골목을 즐겼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단절의 시간이 느리게 갔던 만큼 골목에서의 감상은 더욱 소중했습니다.


산림동 골목엔 1일 평균 560여 명의 관객들이 방문하였습니다. 행사 오픈과 함께 두개의 팀으로 VIP 도슨트 투어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팀엔 구청장, 구의원 등 주요 관계자들이 함께 하셨고 두 번째 팀엔 지역에 아이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도슨트를 들으며 일상 속에 방문해 보지 않았을 골목과 그 안에 있는 예술을 감각하였습니다.  




헤테로토피아


2020년 1월 16일 오후 6시반 골목애 들어서는 관객들의 행복한 모습을 통해 이곳이 다시 한번 다른 장소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짦은 시간 만나는 것이 허락된 사람들과 하룻밤 사이에 모습을 달리하는 장소에 들어서는 과정은 소중한 찰나가 되었습니다.


예술은 위치한 장소와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일상을 다르게 보게 만들고, 일상을 달라지게 변화시키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나누고 추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예술의 역할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날 빛을 통한 골목 연출, 철공소 소리로 만들어낸 사운드 아트, 설치 작품들의 요소 요소의 협연이 낡은 골목에 환상곡을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예술로 만들었습니다.


전염병의 창궐과 민간과 공공의 강한 충돌 속에서도 지역의 가치를 나누고자 기획자들은 묵묵히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 했습니다. R3028 '소리'APLANET '빛'으로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도시를 배경으로 열린 옥상 위 공연은 도시 전체를 음악으로 덮었고, 적막한 골목엔 낮에 들렸을 쇠를 깍는 소음이 풀벌레 소리 처럼 울렸습니다. APLANET은 골목을 따라 작품설치와 빛을 활용한 연출로 낡은 골목의 질감 위에 예술을 더해 줬습니다.


2019년 희망을 가졌던  '민과 관이 함께 한다면'이라는 설렘이 무색해지는 준비 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판타지아'를 찾은 이들과 영감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도시 전체를 예술로 온전히 덮어 고립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던 시절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 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예술로 새로운 도시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히는 헤테로토피아가 되었습니다.






을지판타지아 포스터, 신신, 2020




판타지아 스테이지, 2020 ⓒR3028



을지 판타지아 데이드림 전경, 2020 ⓒR3028 & APLANET



을지 산수, 2022 ⓒ을지예술센터




제목 : 을지판타지아:백일몽

일시 : 2020.10.17. - 10. 18. 18:30 ~ 24:00

장소 : 산림동 일대

참여 예술가

미술

고대웅 @chngdoo_studio

배현종

황선정

정기엽 @kyopjeong

엄기순 @kisoon.eom

박대선 @p_deasun

스파이시K @grotescute_art

김파도 @gimpado_

이정성

이원경 @wonnieye

류지영 @jyreu

최병인

김수희

윤지웅 @rawrawproject

박영경

성지은 & 송상은

조승호 @tapeape_3

엥기 @engisstuff

유영욱

DIA


음악

FAVST @favst_official

KISNUE @kisnueofficial

김정아


큐레이터

김현지


기획

을지예술센터 @c.enter_official

R3028 @r3028_official

APLANET @aplanet.co


후원

서울시

서울 중구청

중구문화재단



참고자료


리플릿

을지판타지아, 리플릿, 을지예술센터, 2020

을지판타지아:백일몽, 리플릿, 을지예술센터, 2020


언론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낡은 지역 정치와 전쟁 선포", 아시아경제, 박종일, 2019.06.12

[기획]서울시 중구(中區)가 '중구난방(衆口難防)'지자채로 전락한 까닭은, 데일리한국, 주현태, 2019.11.25

"과잉대응이 더 낫다"...서울시 행사 줄취소, 해럴드경제, 한지숙·최원혁, 2020.01.29

[속보]정 총리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완화", 한국일보, 이동현, 2020.10.11


인터넷

서울특별시 중구의회, 제257회 [임시회](2020.05.11 ~ 2020.05.20), 복지·건설위원회, 제 1차(2020.05.12 화요일)

서울특별시 중구의회, 제257회 [임시회](2020.05.11 ~ 2020.05.20), 복지·건설위원회, 제 3차(2020.05.14 목요일)

서울특별시 중구의회, 제258회 [정례회] (2020.06.12 ~ 2020.07.03), 행정사무감사(복지·건설위원회), 제2차(2020.06.16화요:피감사기관 중구청·중구문화재단)


영상

[�을지판타지아展] �시월의 어느 저녁, 을지로에서 함께 꾸었던 백일몽� 《을지판타지아: DAYDREAM》의 풍경, 센터TV, 2020

미디어아트 작품 아카이빙 을지로판타지아2020, AKP, 2020

KISNUE키스누 #을지판타지아, AKP, 2020

FAVST파우스트 #을지로판타지아, AKP, 2020

김정아 #을지로판타지아, AKP, 2020


사진

을지판타지아:벡일몽 아카이빙, R3028, 2020

을지판타지아 아카이빙, APLANET, 2020

을지산수 전경, 을지예술센터,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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