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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두 Apr 25. 2023

판타지아, 을지로 #04

2021. 메타버스 판타지아


들어가며.

2023년 4월 29일 토요일 저녁 을지로 4가 북서면에 위치한 산림동 골목에서『을지로판타지아열섬 : Brain Dance』가 열립니다. 오래된 골목은 미디어 작품과 사운드 아트를 입고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올 예정입니다. 이를 기념하며 2019년 시작되어 을지로 골목을 예술로 물들이고 많은 영감을 주었던 『을지로판타지아』의 일대기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을지로^판타지아 euljiro【이탈리아어】fantasia

명사

1. 서울시 중구 을지로 4가(산림동) 일대 골목에서 벌어지는 다원예술 축제.

2. 2019년 R3028, aplent의 주최 주관하고 중구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첫 행사가 이루어졌음.

3. 도시열섬 등 공공과 민간의 을지로 거리예술에 모티브가 되어주었음.



디지털로 전환된 사회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8년 메르스. 전염병이 몇 차례 유행하면서 국제적인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점점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내 상황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전 세계를 멈추게 만들 전염병은 종교의 경전이나 신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2020년 무의식 속에 있었던 대규모 유행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이 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2019년 말, 갑작스럽게 등장한 '코로나19'는 한국으로 유입된 이후 많은 인원이 밀접 접촉하는 종교단체를 거쳐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사람 간의 만남은 애틋한 금기가 되어갔고, 나의 생존과 타인에 대한 배려로 대인접촉을 멀리하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전염률이 높아질 때면 자연히  방역단계가 높아졌고,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만남을 미뤄야 했습니다.


비대면 속에서도 일상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자연히 디지털 매체를 통한 만남의 방법론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공교육, 업무, 문화. 인간 생활전반이 디지털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영화관은 쇠락하고 OTT서비스는 성장하였습니다. '개인',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산업의 지형이 재편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수많은 오프란인 문화 행사들이 사라졌습니다. 각 지자체들의 행사는 취소되었고, 자연경관을 활용한 축제는 영상을 통해 YOTUBE에서 생방송을 보는 것을 대체되었습니다. 현장에서 감각하는 것에 비할 수 없었지만 디지털은 대안이 되어주었습니다. 위로가 되었고, 현장감을 더 그리워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메타버스 판타지아


2021년 '코로나 19'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사람들은 서로 만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전시를 제외한 대중을 모이게 만드는 문화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었습니다. 「을지로판타지아」도 예외 일 수 없었습니다. 2021년 예술거점활성화지원사업에 예산항목으로 존재했던 판타지아는 백지가 되었습니다.


APLANET은 대안을 찾았습니다. 메타버스 공간 속 「을지로판타지아」를 구축하기로 하였습니다. 감염 걱정 없이 온라인 공간 안에 사람들이 모이고 을지로 골목을 감각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였습니다. 전시/공연이 이루어졌던 골목을 3D로 스캔하였고, 2020년에 기록한 「을지판타지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해석한 메타버스 공간을 구축하였습니다.


2020년 「을지판타지아」 중 골목에서 벌어진 미디어 전시, 공연이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졌습니다. 「을지판타지아:백일몽」를 3D SCAN 하여 재구성한 '가상 을지로展', 골목에 빛으로 물들였던 미디어 작품들을 '판타지아 미디어아트', 옥상을 무대 심아 벌어졌던 '판타지아 스테이지'로 구분하여 관객들이 접속할 수 있도록 영역을 구분해 정리하였습니다.


※을지예술센터에서 기획했던 「을지, 산수」는 APLANET의 손으로 건물 외벽에 설치되었습니다. APLANET은 손수 설치했던 을지산수 역시 골목을 수놓았던 「을지판타지아」의 일부로 WEB으로 옮겨왔습니다.



을지로판타지아 WEB PAGE ⓒAKP



· 가상 을지로전

「을지로판타지아」의 협력기업이었던 VORI는 APLANET의 작가 림과 함께 다양한 촬영기술을 기반으로 산림동 골목을 3D SCAN 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을지로판타지아」를 디지털공간에서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가상 을지로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향후 림 작가의 작품에 메타버스로 을지로판타지아를 옮겨가는 과정에 초석이 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원형 : 2020 을지판타지아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사업'


가상 을지로전, 화면녹화, 2023



· 판타지아 미디어아트

2020년 「을지판타지아 : 백일몽」에 20명의 작가의 22점의 작품이 골목에 설치되었습니다. 그중 15명의 작가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을지로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목격하고 창작의 모티브로 삼았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아카이빙 되었습니다.

현장에 설치되었던 작품의 영상, 작품 스틸컷, 작가 소개를 관람할 수 있게 구성되었습니다.


고대웅, 동행

김수희, 을지하루 

류지영, 산림동243-4

, 을지림

박영경, 힙지로

성지연 송상은, 속살

스파이시K, 백일몽

엥기, 커피 드세요

유병욱, 을지로판타지아의 마지막 게이트

이원경, 부어빵 고양이

이정성, 백남준 베니스비엔날레 아카이빙

정기엽, 잠언 

조승호, 을지로판타지아의 마지막 게이트

최병인, 미래에서 온 소녀

황선정, 늪지로 연작2:공명하는 표상


판타지아 미디어아트, 화면녹화, 2023



· 판타지아 스테이지

2020년 「을지판타지아」 당시 하나은행(현 하나아트뱅크,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4가 39-1)과 을지예술센터(서울 중구 창경궁로 5다길 18 3층, 4층) 옥상은 무대가 되었습니다. 인디밴드와 DJ가 도시를 음악으로 덮었습니다. 동시간 골목엔 사운드아티스트들이 만든 소리가 멥핑 되었습니다. 낮에 거리를 채웠던 기계소리는 풀벌레 소리처럼 잔잔히 골목을 채웠습니다. 「을지판타지아」가 막을 내린 새벽 뮤지션들은 골목에 남아있는 온기를 배경으로 각자의 작품을 촬영하였습니다. 옥상에서 열렸던 공연과 골목에서 촬영된 기록을 모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하나은행옥상

KISNUE

김정아, 커버곡

파우스트, 안녕로봇 외 5곡, 모던록, 2020 

DJ안도&을지로1004, 종로REMIX, 혼합음악, 2020

골목

윤지웅, 을지로 심포니(공장과 매미 소리의 향연), 소리설치, 2020

김파도, FANTAZIA SITE, SOUND MAPING, 2020

영바이브, 혼합음악, 2018~

김지언, YOUNG BIVE DANCE, 2020

을지예술센터옥상

소피, 나만 안되는가 봐 외

천희승, 커버곡

믹스

위키드와이, '한 밤 도시의 색채', 혼합음악, 2019~2020


판타지아 스테이지, 화면녹화, 2023



· 을지산수

2020 「을지판타지아」 중 건물 외벽을 그림으로 덮는 '을지산수'가 열렸다. 하나는 낡은 표피가 모여 있는 도시를 그림으로 덮어 시각예술공간으로 전환해 낭만을 나누고자 함이었고, 둘은 작품을 도시경관과 함께 감상하는 스케일로 확장시켜 서로가 가까워지지 않더라도 예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여 언텍트시대의 흐름이 발맞추기 위함이었다.


기획 : 을지예술센터

큐레이팅: 문규림

설치 및 운영 : APLANET

배정윤, 의문의 편지, 2020

유형주, 잠시나마 생각해 본다, 2018

공동환, 수영, 2020

이진아, 새벽을 짓는 사람. 2017

박선영, 사라진 과거에서, 2019

김민희, 하이? 빠이!, 2019

최수진, 파도의 공기채집, 2019

신가혜, 혼란스러운 사람들, 2020


콰야, 타오르는 불꽃처럼, 2019

노상호, THE GREAT CHAPBOOK3-ELSEWHERE, 2020

김무무, PEOPLE GET UP AND DRIVE YOUR FUNKKY SOUL, 2019

정수정, GIVING ANSWERS TO BOSCH, 2018



을지산수, 화면녹화, 2023



RE


2020년 우여곡절 많았던 「을지판타지아」는 잘 익은 거름이 돼주었습니다. 덕분에 디지털 공간 속 「RE:을지로판타지아」가 싹을 틔울 수 있었습니다. 지나간 것을 해석했고,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졌지만 접두사엔 'RE'가 붙었습니다. 그 안엔 일상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나고 싶으나 만날 수 없기에 들춰보는 앨범 같았습니다. 앨범 속 사진들은 그날에 대한 기억들을 환기시켜 줍니다.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지만, 그때에 존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2021년의 판타지아는 만남이 단절되어야 하는 언텍트 시대에 맞춰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외부 환경에 의해 예정에 없던 일로 탄생하게 되었고 디지털로 옮겨진 공간은 완벽하지 못했습니다. 그날의 모든 것을 담지 못해 감각하게 하는데 한계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메타버스를 통해 처음 만나는 관객은 분명 골목을 수놓았던 판타지아를 경험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관람객이 어떻게 감상하였는지, 공감하게 만들었는지의 유무를 떠나 지난 판타지아를 추억하게 하는 안내자가 되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현장에서 있었던 모든 것을 옮겨올 수 없었습니다. 많은 것들이 누락되었습니다. 3차원의 공간이 평면의 매체로 전달되는 과정의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VR을 착용하면 공간감을 다소 극복할 수 있었지만 그 역시 현실을 감각하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것들을 옮겨 올 수 있었습니다. 하룻밤만 볼 수 있었던 거리를 시간의 제약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린 것입니다.


디지털 공간을 통해 우리는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지, 남길 수 있을지. 그렇다면 우리는 이진법으로 이루어진 메타버스 공간을 어떻게 대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시작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런 고민과 시행착오가 기반이 되어 향후 「을지로판티지아」는 모두 메타버스와 병행되었습니다. 지속해서 새로운 시도로 발전할 첫 단추가 끼워졌습니다.



가상 을지로전, 화면 캡처, 2023





제목 : RE-을지로판타지아

일시 : 2021.11.29 - 2022.02.13

장소 : http://euljifantasia.com/index_2021.php

원형 : 을지판타지아 2020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중구문화재단




참고자료



언론

'신종 코로나'확산...'컨테이젼''감기'바이러스재난영화'다시 보기', 부산일보, 남유정, 2020.01.30

[코로나19]정부 "3차 유행 감소세 안심할 수 없어…다음주 거리두기 조정 논의", 아주경제, 오수연, 2021.01.25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 대중문화 소비 형태 변했다, 뉴스토마토, 신상민, 2020. 02.11

공연? 나는 '방구석 1열'에서 '랜선콘서트'로 즐겨!, 대구일보, 서충환, 2020.03.08

코로나에 멈춘 미술관, 안방 찾아간다...온라인 전시 열풍, 조선일보, 김은영, 2020.03.11

VR·유튜브 관람...코라나19에 미술전시도 '언택트', 연합뉴스, 강종훈, 2020.03.17

코로나 시대의 예술, 메타버스 위에 올라타다, 경향신문, 2021.10.12


인터넷

RE-을지로판티지아 홈페이지, AKP


영상

가상을지로전, 화면녹화, 2023

판타지아 미디어아트, 화면녹화, 2023

판타지아 스테이지, 화면녹화, 2023

을지산수, 화면녹화, 2023


사진

RE-을지로판타지아 홈페이지, 사진캡처, 2023

가상을지로전, 화면캡처,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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