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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두 Nov 23. 2023

미술관이 된 도시

prologue. 예술의 OO

들어가며.

예술은 사람을 따라 움직이고,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때문에 도시에게 예술은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에 위치한 을지로는 현재 다양한 예술 공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실험적인 예술 활동이 벌어지는 곳 중 하나입니다. 예술 공간 간의 사이를 이동하는데 도보 10분이면 충분합니다. 각기 다른 작은 전시공간들이 도심에 모여 있다는 것은 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그곳의 다양한 공간들이 하나로 엮여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도시를 어떤 곳으로 만들어 줄까요. 이런 질문들로 '미술관이 된 을지로'를 7편에 걸쳐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예술의 OO


한 지역이 '예술의 OO'으로 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술'은 한 지역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는 형용사가 됩니다. 지역이 예술이라는 '옷'을 입는 이유와 과정은 각양각색입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다른 과정을 거칩니다. 사람들에게 버려졌던 도시가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면서 서서히 명소로 성장하기도 하고, 산업의 쇠퇴로 방치된 공업지대에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면서 세계적인 미술관이 생기기도 합니다. 혹은 지역에 오랜 시간 문화자본이 쌓이면서 사랑받는 장소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어느 형태이든 예술가들의 움직임에 따라, 예술의 움직임에 따라 도시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합니다. 예술에게 도시 역시 더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매체가 됩니다.


붉은 호박 ©쿠사마 야요이, 2006, 나오시마 미야노우라 항구, 사진 아오치 다이스케, 출처 가가와 탐방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책적으로 예술가들을 지역에 머물게 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며, 대규모 비용을 투자해 예술을 중심으로 지역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예술과 함께 한다고 모든 일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준비 부족과 예술에 대한 맹신으로 진행되는 사업의 경우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기획, 예산, 시간을 가지고 진행되는 사업에 좋은 사례를 만들어 냅니다. 성공한다면 지역 일대의 가치는 높아집니다. 결과는 부동산의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예술은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높아진 가치는 지역을 이전과 다른 장소로 변화시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예술과 부동산을 논하기보다 을지로일대 도심에 발생한 예술과 그곳들이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현상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일부 하고자 합니다.




미술관이 된 섬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지도, 왼쪽부터 나오시마, 토시마, 이누시마,  ©베네세아트사이트나오시마 홈페이지



이야기의 시작을 열면서 여러 모범적인 사례들 중 예술의 섬으로 언급되는 일본의 '나오시마 直島'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본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곳곳에 자리 잡은 예술이 연결되면서 섬 전체가 미술관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지역의 가치를 높아졌으며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기 때문입니다. 이후 위험요소로 인한 변화의 여지가 없고 안정적으로 유지, 운영되고 있기에 지금 시점에 이야기하기 적합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오시마의 지리적인 위치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의 남부 쪽에 위치한 시코쿠四国, 가가와현 북부에 위치한 섬입니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가진 섬은 도보로 동서를 가로지르면 30분 남짓 걸립니다. 밖으로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안으로는 평온한 마을이 있습니다. 지금은 환경을 회복해 쌀농사도 가능해졌습니다. 한때는 섬은 제조 산업 중심으로 운영되었습니다'제조업의 섬'이 이제는 '예술의 섬'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하나 더 가지게 되었습니다.


1917년부터 섬엔 미쓰비시광업三菱鉱業의 구리재련소가 있었습니다. 산업의 특성상 제련 과정에 야기되는 수질오염과 아황산가스의 배출로 대기 오염으로 제련소들은 외곽에 위치해야 했습니다. 해양 교통이 발달한 요충 지면서 여론에 민감하지 않았던 나오시마가 제련소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공장을 통해 산업인구는 급격하게 유입되고 지역의 경제도 활발해집니다. 제조업이 국가를 성장을 주도하던 때 일본의 경제 역시 성장기를 맞이합니다. 재련소는 쉴 틈 없었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성장이 더뎌지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산업 구조가 변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일본의 경기침체로 재련소는 인원을 감축합니다. 새로운 재련소가 건설되었지만 인구 감소는 계속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의 경제와 생활 인프라가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섬엔 실업률 증가와 환경오염이 남았습니다. 


1960년대 지역의 산업이 쇠퇴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섬의 남쪽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수려한 해양을 기반으로 관광산업이 시작되지만 곧 일어난 오일쇼크와 그로 인한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다 결국 1987년 사업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1988년, 후쿠타케서점福武書店이 '나오시마문화촌直島文化村'을 구상하고 예술을 주 재료로 삼아 섬에 다시 활력을 넣기 시작합니다.'나오시마 프로젝트Naoshima project'의 결과 섬 남부 일대엔 9개의 미술관이 생겼고 빈집은 예술공간이 되었고 골목 곳곳엔 공공예술이 있습니다. 그중 안도타다오가 건축한 '지중미술관 地中美術館'과 '이우환 미술관 李禹煥美術館'은 건축물이 자연경관과 작품에 맞춰 설계되어 깊이 있는 감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름다운 풍광, 경관과 어우러진 건축물, 작품 감상을 온전히 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운영되는 미술관이 서로 맞물려 상승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배를 타고 격리된 섬에 들어선 이들은 온전히 예술을 감상할 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자연이 만든 작품에 담긴, 인간이 만든 작품을 보게 됩니다. 그 기회를 맞이하고자 연간 36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나오시마 미술관 지도 ©가가와 탐방



섬에 예술이 채워지면서 하향곡선을 그리던 지역의 경제는 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상점의 수는 줄었으나 취업률은 다시 회복됩니다. 이유는 '베네세 하우스'라는 대규모 호텔이 들어서면서 일자리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또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종사자의 수 또한 증가합니다.  산업폐기물을 재처리하거나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는 공장을 신설해 산업이 건강하게 지속되며, 지역의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 것입니다. 


나오시마는 섬 전체가 미술관이라 불리는 예술의 섬이 되었습니다. 예술의 섬이 되었다는 것은 어떻게 조화롭게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결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한문, 이우환, 이우환미술관, 2019 사진 ⓒ베네사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홈페이지




 ep.01 


언제부턴가 서울엔 '지역'이 한 장르의 대명사로 불리는 장소가 있어 왔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따라 장소와 그곳이 상징하는 장르는 계속 달라져 왔습니다. 오늘날 대표적인 장소로 통용되는 곳으로는 명동, 충무로, 인사동, 대학로, 홍대, 문래동 그리고 을지로를 꼽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중 어떤 곳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모여들기도 하지만 일부는 장르를 대표하는 '상징'으로만 남아 있기도 합니다. 다음 호에선 서울 도심부 중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연구

예술의 섬, 나오시마[直島]지역의 인구·사회구조에 관한 연구, 신순호, 박성현,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2013

한중일 예술지구의 지역성과 공간특성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 - 북경 798 예술특구, 나오시마 혼무라 마을, 삼청동 갤러리 거리를 중심으로-, 김명옥, 한국기초조형학회, 2009


언론

책 팔던 서점이 환경 파괴의 대명사였던 섬을 되살린 사연, 신현암, 인터비즈, 2018

갱단 출몰하던 공장 건물이 미술관 갤러리 관광 명소로…`뉴욕 첼시`의 변신, 매일경제, 송경은, 2021

테이트 모던은 왜 성공했을까?, 김정후의 도시재생 이야기, 김정후, 2022


web site

가가와 탐방 : https://www.my-kagawa.jp/

Benesse Art Site Naoshima : https://www.benesse-artsite.jp/

NewYork.kr : https://www.newyork.kr/


단행본

예술의 섬 나오시마(아트 프로젝트 예술의 재탄생), 후쿠타케 소이치로, 안도 타다오, 마로니에북스, 2013


사진

붉은 호박, 쿠사마 야요이, 2006, 아오치 다이스케, 가가와 탐방 홈페이지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지도, 베네세아트사이트나오시마 홈페이지

오시마 미술관 지도, 가가와 탐방 홈페이지

무한문, 이우환, 2019, 이우환미술관, 베네사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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