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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Apr 25. 2023

체력 좋은 운동선수도 애 보기는 힘든가

육아는 체력

올해 시즌 처음으로 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 작년에 인생 처음 야구 직관의 흥분과 재미를 몸소 체험한 다음 한창 야구장에 살았다. 얼른 추운 겨울이 지나고 야구 시즌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아이도 이제는 인내심이 조금 더 생겼는지 1회부터 9회까지 집중해서 관람하는 데 작년보다는 덜 힘들어했다. 기아 4번 타자 최형우 선수의 선전으로 삼성에 3 연승하면서 팬들에게 기분 좋은 주말을 선사했다. 운동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의 최형우 선수는 역대 최다 2루타를 기록하고, 초구에 시원한 홈런까지 날려주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날 경기의 VIP로서 마지막에 경기장에서 단독 인터뷰하는 장면까지 보게 되었다. 소감과 기분 등을 묻는 질문에 기분 좋게 답변을 이어나가던 최형우 선수에게 마지막에 아나운서는 이런 질문을 했다. 


"이번 주 내내 힘들게 경기하시고 내일은 월요일이라서 하루 꿀 같은 휴식이 주어지게 되는데 휴일에 무엇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음.. 내일 하루 쉴 수 있기는 한데 어차피 집에서 애들 봐야 해서.. 더 힘들 것 같고요. 저는 차라리 야구장 나와서 운동하는 게 육아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도 별생각 없이 듣고 있다가 최형우 선수의 의외의 답변을 듣고 살짝 웃고 말았다. 그런데 집에 오는 내내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운동을 업으로 삼는 프로운동선수들의 체력이란 우리 같은 일반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나게 좋을 거라고 익히 알고 있다. 야구 시즌에는 일주일 내내 경기를 해야 하고 휴일은 월요일 하루뿐이다. 경기에 참여한다고 계속 뛰어다니고 힘을 쓰는 건 아닐 테지만 주전선수들은 거의 매일 출전하면 체력소모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 내내 운동하다가 하루 주어지는 휴일이 꿀같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할 것 같아 아나운서도 그에 대한 질문을 준비한 것 같은데 의외의 답변이 나온 것이다. 


하루 주어지는 휴일조차 반납하고 차라리 야구장에 출근하는 게 더 낫다니. 그만큼 애 보는 건 체력 좋은 야구선수에게도 힘든 일인가 보다. 


집에 데리고 있건, 어디 외출을 하건 아이들과 하루종일 함께하면서 먹을 거 입을 거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들을 채워주고 잘 놀아주기까지 하는 일은 힘에 부친다. 육아는 체력이라는 명제는 정말 논박의 여지가 없는 말이다. 에너지 넘치는 한창 크는 나이의 아이들은 특히나 몸으로 놀아주는걸 더 좋아하기도 하고, 체력소모가 크지 않은 보드게임이나 책 읽어주기와 같은 활동도 하고 나면 굉장히 지친다. 아이 한 명과 하루종일 놀아주느니 차라리 출근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야근하며 일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냥 티비 보여주고 아이패드나 손에 쥐어주면서 하는 육아라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미디어노출을 줄이면서 아이와 진하게 상호작용하려고 노력하는 부모의 육아는 몸이 편치 않다. 


오죽하면 출근하는 엄마들이 주말이 더 무섭다고, 주말이 얼른 지나가고 출근하는 월요일이 오면 더 행복해하는 사람들도 있겠는가. 


그래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는 체력을 꼭 길러야 하고 없는 시간을 쥐어짜서라도 운동도 조금씩은 해서 체력을 비축해 두는 게 필수다. 이런 이유로 애는 젊어서 아무것도 모를 때 낳아 키워야 한다고 어르신들이 말하나 보다. 그럼에도 출산연령은 점점 높아가고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 되다 보니 젊어서 애 낳는 사람의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나는 나름대로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서 애를 낳았지만 그래도 한창 유아기 때는 내 체력의 한계에 많이 부딪혔다. 아이를 한 명 더 출산하는 것도 사실은 내 체력으로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다. 


체력으로 먹고사는 야구선수도 육아가 힘에 부친다고 하는 걸 보니, 육아는 체력전이 맞긴 맞나 보다. 




*사진 출처: DAUM SPORTS 뉴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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