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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Jul 05. 2023

30만 경제 유투버 베스트셀러를 읽었는데, 음..?

왜 불쾌한 걸까

남편이 갑자기 요새 핫한 유투버가 있다며 걔가 책을 냈는데, 한 번 사보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에 책도 잘 안 읽는 분이 갑자기 웬 책 구매인가 싶었다. 나는 경제 분야 관련 유튜브를 잘 보지 않아서 추천 영상에 뜨지도 않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던 유투버다.


이름을 말해주기에 한 번 찾아보았다. 콘텐츠가 어떤 내용인지 여부를 다 떠나서 처음 내가 받은 인상은 잘.생.겼.다.였다. 무슨 아이돌 백댄서 출신이라고 하는데 잘 풀렸으면 본인이 아이돌을 했어도 될법한 외모였다. 아직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이고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수십억을 번 자산가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학벌이 화려하다거나 여타 눈에 띌만한 이력은 없는데 경제 관련 유튜브로 3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성장 추세를 보니 앞으로도 더 무섭게 성장할 것 같았다.


쇼츠를 몇 개 살펴보니 말빨이 굉장히 좋고, 뭔가 시원 담백한 맛이 있다. 남들이 편하게 입 밖으로 내뱉기 어려운 말들을 뼈 때리는 조언처럼 막 퍼붓는다. 내 말이 듣기 싫으면 구독취소하라는 식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외모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거고 남자들이 여자 외모 안 본다고 하는 건 다 거짓말이라는 거였는데 가슴 아픈 직언이었다. 한 인간에게 있어서 외모는 인생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영상을 몇 보다 보니 나도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우연히 읽게 되었다. 주로 육아서와 발달장애 위주의 책만 보던 나는 가끔 이런 경제 관련 책도 읽으면서 나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제, 금융, 자본에 대한 지식을 아주 조금은 채워보고 싶기도 했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직접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주식도 삼성전자와 카카오만 사봤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손을 떼게 된 아픈 경험이 있다. 적은 돈이지만 내 돈이 주식 차트에서 마이너스되는 꼴을 보고 있자니 못 견디게 괴로웠고 몇 개월도 되지 않아 주식은 내 분야가 아님을 인정하고 끊어버렸다. 나이 40이 되었어도 투자 경험이 이토록 전무하니 관련 공부를 할 법도 한데 당장 아이 키우는 것과 내 일에 집중하는 것도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도 1년에 한 두권 정도는 돈과 자본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마음가짐을 다잡곤 한다. 이번 책도 기대가 컸다. 단시간에 구독자 30만 명이 되었으니 뭔가 건질만한 게 있을 거라고 크게 기대했다.


책이 왔는데 가격에 비해 생각보다 굉장히 얇다. 얇으면 어떠하리, 알짜배기만 있으면 그깟 만오천 원이 그리 아까울 일도 아니다.


각 챕터 제목은 그럴싸했다. 최저 임금에 집착하지 말라, 포로수용소의 시장경제, 다주택자들이 무주택자의 집을 뺏는 걸까 등 내가 가져보지 못한 시각에서 현재와 과거에 일어난 경제현상들을 짧고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특정 정권에 대한 반감과 증오가 강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자행한 정부에 대한 엄청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았다. 친기업적이고 신자유주의와 작은 정부를 극단적으로 옹호하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죄악시하고 있다.


읽다 보니 욕만 안 썼지 거의 욕에 가까운 비속어와 반말 아닌 반말 같은 말투와 표현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왜 내가 내 돈 주고 책을 사서 읽으면서 이렇게 혼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그 모양으로 살다가 고통스럽게 뒈져버려라!"라는 말을 거침없이 자신의 책에 내뱉을 수 있는 배포와 용기가 가상하고, 나는 왜 이렇게 혼나려고 이 책을 읽고 있나 하는 현타가 온다.


유튜브에서 거칠고 화난듯한 말투로 하는 건 별 상관없이 느껴졌는데 내가 직접 글로 읽어보겠다고 산 책에서 그런 표현을 마주하게 되니 왠지 모르게 불쾌하다. 이 책의 독자는 누구를 향한 걸까?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정권을 아무 생각 없이 표를 주고 뽑아 대통령이 되도록 만든 무지한 시민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기본에 대해서 이해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


자유롭게 시장경제가 돌아가게 하고 적정 가격이 책정되도록 그리고 자유로이 경쟁하도록 놔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선에서는 국가의 개입도 필요하고 꼭 필요한 분야와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와 국가 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뭔가 너무 어느 한쪽의 시각에 치우쳐진 책의 내용이 조금 실망스러웠다. 경제학이 궁금하면 차라리 그 분야 교수나 관련 전공자의 책을 읽는 게 낫지, 뭔가 건질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반부로 갈수록 점점 읽기 싫어졌는데 비판하려면 그래도 끝까지 봐야 할 것 같은 못난 의무감에 끝까지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뭔가 더 불쾌해진 기분이다.


그래도 뭐 상당히 인상 깊었던 구절도 있었다. "당신은 소중하지 않다."어린 시절부터 너는 소중하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 너는 특별하다,라는 말은 착각이라는 것. 세상은 당신을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차갑기만 하니 스스로 노력하고 증명해야만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열심히 살며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발악해 본 경험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내가 지금껏 읽은 그 많은 육아서에는 항상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 "너는 소중하고 특별해."라고 매일밤 말해주라고 하는데, 그 정반대의 말을 보니 굉장히 웃기면서도 신선했다. 결국 어른이 되면 깨달을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말해주는 동네형 같은 느낌이었달까.


아무튼 이런 책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니 신기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조건에는 내용의 가치나 필력보다는 저자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책의 내용보다 누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이 쓴 글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 조금 내로라하는 유명세를 탄 유투버들은 다 책을 출간하나 보다.


그래도 웬만하면 책을 읽고 후회된다거나 책값이 너무 아깝고 책을 읽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적은 참 드문데, (왜냐하면 최소한 한 두 가지는 배울 점이 있으므로) 이 책은 그 드문 경우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 유투버는 앞으로 더 번창할 것 같다. 콘텐츠의 알맹이나 유익성 여부를 떠나 일단 아이돌 뺨치는 수려한 외모를 지녔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강한 신념과 믿음이 있고 그걸 나름 정제됨과 거친 표현을 줄타기하면서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전달하는 표현력이 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기에 많은 구독자가 생겼을 테니 말이다. 이 분은 그냥 유튜브에서 보는 게 훨씬 더 나은 걸로. 굳이 책을 사서 볼 이유까진 없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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