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아이 키우기
우연찮게도 이번에 읽은 책 두 권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권의 책 제목에 "기적"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기적의 아낫 바니엘 치유법>이고 나머지 한 권은 <30일 완성 초등 문해력의 기적>이다.
책을 고를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읽다가 인지하게 된 사실이다.
<기적의 아낫 바니엘 치유법>은 미국의 아낫 바니엘이라는 이름의 발달 장애 연구자가 장시간의 연구와 임상 결과로 뇌성마비나 자폐와 같은 발달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위한 대체치료법이다.
물론 주류 의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만의 연구 철학과 방식으로 치료법을 정리하고 센터를 세워 운영하며, 많은 아이들이 정말 "기적적으로"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을 뛰어넘어 사례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읽으면서 새로 알게된 사실들도 많고, 발달 장애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양육해야할지 유익했던건 사실이지만 기적이랄것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책은 <30일 완성 초등 문해력의 기적>인데, 이전에 읽은 이 저자의 문해력 관련 책도 유익해서 문해력 발달 실전편 개념인 이 책 또한 읽게 되었다. 30일 만에 아이의 문해력을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발달시키는게 가당키는 한가는 의문이 들기는 했다. 문해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솔루션들이 아주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지만 모두 다 엄마가 해야할 과제들이다. 조금 더 친절하고 따뜻한 말투로 아이로 하여금 계속 독서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도록 곁에서 도와주고 독서의 과정이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도록 긍정적인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아이에게 독서나 글쓰기 전, 후 과정에서 써야할 엄마의 질문, 말투등이 아주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읽다보니 정말 이 책에 쓰여진 엄마처럼 한없이 친절하고 다정하게 "우리 이거 한 번 해볼까?"식으로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며 도와주기만 한다면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엄마가 독서지도사도 아니고 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잔소리하고, 혼내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매일의 일상에서 책에서 주어진 지침을 백퍼센트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문득 나는 회의가 들었다.
"기적"이란 단어가 너무 남용되고 있는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 한 권 읽는다고 기적이 일어나거면 이 세상에 발달 장애인 아이도 없을거고, 문해력 떨어지는 아이도 없겠네 싶은 삐뚤어진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아니면 출판업계도 어차피 자본주의의 논리가 배제될 수 없는 분야이다 보니 눈길을 끌기위한 제목을 만들기 위해 잠재적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기적을 갖다 붙이는건가.
그래서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한 번 "기적"을 검색해보았다.
천 개가 넘는 검색 결과가 나왔다.
페이지가 끝도 없이 넘어간다.
어학, 건강, 학습, 육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책들이 "기적"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와있다.
기적이란 말을 너무 많이 접하다보니, 이제는 기적이 정말 기적같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나는 한 술 더 떠서 기적의 영어 단어인 "미라클"도 한 번 검색해보았다.
미라클모닝이라는 말도 워낙 흔해진 요즘이다.
역시나 자기계발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나도 이런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사실 몇 년 전부터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책을 좀 읽고 일과를 시작하려는 편이다. 이로 인해 내 인생에 정말 미라클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따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니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보다 낫기는 하다.
진정 새벽 4시 5시에 일어나 생산적인 일을 하는 정도는 엄두도 못 내지만, 이제는 이 미라클모닝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는 이 습관을 져버리면 안될것 같은 죄책감마저 든다.
기적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았다.
1. (기본의미) 상식을 벗어난 기이하고 놀라운 일.
2.[종교] 신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불가사의한 일. 성령(聖靈)에 의한 수태(受胎), 부활, 병자의 치유 따위가 있다.
기적은 우리네 일상에서 저 멀리 있는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보잘것 없는 내 인생에서도 대단한 기적은 아닐지라도, 기적같은 일은 몇 번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운 좋게 큰 시험에 통과한 일, 20대에 원없이 해외여행을 가본 일, 자식을 낳은 일 등도 어찌보면 나에겐 기적같은 일이다. 가장 최근의 기적을 꼽는다면, 영 적응 못하고 대안학교를 알아보게 될 줄 알았는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나름 적응해서 다니고 있는 일도 어찌 보면 기적이다.
나와 비할 수 없는 커다란 목표를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도 기적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무일푼에서 시작해서 초일류 기업을 일궈내 자수성가한 사람들, 불치병을 이겨낸 사람들, 불편한 장애를 안고도 운동선수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추게 된 사람들.. 모두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뼈아프게 노력했기에 세상의 주목을 받고 감동을 주는 이야기로 탄생되었을 것이다.
나도 내 아이에게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기적이란 말이 너무 흔해져서 그 의미가 퇴색된것 같지만 나는 이 단어를 소중히 내 마음속에 본뜻 그대로 담아두고 싶다.
설사 기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염원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희망을 품고 나에게 주어진 일상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게 내 마음이 더 편하다.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꿈이 현실이 되어 기적이 내 앞에 살포시 다가와주지 않을까.
나 혼자서 조용히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