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첼쌤 Feb 15. 2024

정말 자식은 등골브레이커인가

성장주사, 드림렌즈, 교정 그 외 

우연히 우리나라 자녀들의 3대 등골 브레이커에 대한 글을 읽었다.

그 세 가지는 성장주사, 드림렌즈, 교정이라고 했다. 

순전히 그분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쓴 글이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의 공감 댓글이 달린 걸 보면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도 박장대소하면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집 아이는 아직 성장주사와 교정을 고민할 정도로 키성장이 느리다거나 치아배열이 전체 교정을 요하는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조금은 다행히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기는 했으나 바로 다음날 안과 진료를 가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드림렌즈는 해당 사항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조카네 아이들 둘 다 드림렌즈와 교정을 하고 있고 성장 호르몬 주사까지는 아니지만 소아전용 한의원에서 어릴 적부터 키성장 전용 한약을 지어다 먹인 걸 보면 그에 준할 정도로 돈을 쏟아붓기는 했다. 드림렌즈가 그렇게까지 돈이 많이 드는 줄 몰랐는데 상당히 부담 가는 비용이라는 사실을 새로 알았다.


멀리 있는 걸 볼 때마다 눈을 찡긋거리며 인상을 쓰기 시작한 아이를 데리고 안과에 갔다가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1.0이었던 시력이 0.3으로 떨어져 있었다. 거기에다 근시 의심으로 추가적인 정밀검사까지 받았지만 다행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어찌 됐든 안경 착용은 필수라는 소견을 받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방학 내내 치과에 데리고 다니면서 갈 때마다 몇 만 원씩 내면서 치료를 받았는데, 이제 또 안과라니. 안과 선생님은 왜 시력이 이토록 저하된 걸 미리 눈치채지 못했냐고 약간 질타의 눈빛을 보냈는데 애써 모른 척했다. 나는 정말 인지하지 못했다. 애가 안 보인다고 말한 적이 없으니까.


안과 진료비에 안경을 새로 맞출 비용까지 계산하니 또 생각지도 못한 비용 지출이 예상되었다.

어제 본 그 인플루언서의 등골브레이커라는 글이 절로 떠오른다.

국어 안에서도 독서, 글쓰기, 토론, 논술 학원이 있고 영어는 파닉스, 회화, 듣기, 말하기, 리딩, 문법 수학은 연산, 사고력, 내신, 영재원 준비 등 기본적인 국영수 학원도 이렇게나 많은 분야로 나뉜다. 학습학원만 해도 이렇게나 종류가 많고 부모의 교육관 및 재력에 따라 어떤 사교육을 얼마만큼 시킬지는 결정된다.


현재의 내 아이는 영어, 수학 같은 학습 학원은 보내지도 않는데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사교육비와 치료비 및 기타 예상치 못하게 들어가는 비용들이 무시 못할 정도다. 자식이 하나라서 망정이지 딱 이런 아이가 한 명 더 있었다면 두 배가 든다. 두 명이면 또 그 안에서 지출을 조절하면서 살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내 아이는 보통의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등골브레이킹 항목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활약 중이다. 어릴 적부터 받은 발달센터 치료나 병원비, 진료비 기타 부대비용 등 정상발달이라면 들지 않았을 돈들이 줄줄이 지출되었다. 최근에는 청각 치료 훈련을 새로 받게 되었는데 이 비용도 직장인 한 달 월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 아이의 증상이 좀 완화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속는 셈 치고받아보자고 남편을 설득했고 큰 마음먹고 결제했다.


센터 엄마들도 다들 해가 더할수록 오르는 센터 치료비에 다들 힘들어한다. 맞벌이 엄마도, 아이 치료 때문에 강제 휴직 중인 엄마도, 다들 비용 부담이 가는데 그렇다고 치료를 줄일 수도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견뎌낸다. 자녀가 둘이라면, 아픈 아이 치료하자고 안 아픈 자식 사교육 학원을 줄일 수는 없으니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해준다.


내 몸뚱이로 낳은 자식인데, 키우는 건 재력인 것 같아서 씁쓸해진다. 물론 부모의 관심과 사랑, 애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은 세상이다. <평범한 아이를 공부의 신으로 만든 비법>을 보면 아빠가 대기업을 퇴직하고 돈벌이를 줄인 대신에 자녀 육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그 노력에 보상이라도 하듯 자녀들이 사교육 없이 국제중에 합격하고 각종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수상한다.


이 책의 저자를 보면 돈을 써서 사교육을 시키는 것보다는 부모가 자녀에게 질 높은 양육을 쏟아부었을 때 더 훌륭하게 성장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긴 한데, 중요한 건 집에 국제중 입학금이 없어서 합격은 했지만 난감했다고 한다. 운 좋게 장학금 혜택을 받아 어렵사리 입학시켰다고는 했지만, 결국 이렇게 성과가 좋고 사교육 없이도 뛰어난 학생도 그에 걸맞은 교육기관을 보내기 위해서는 재력이 어느 정도는 받쳐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어릴 땐 가끔 그런 상상을 했다. 내가 삼성가 이부진처럼 부자였다면, 아이가 발달이 조금 늦다거나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대처했을까. 어디에 어떤 센터를 알아보고 라이딩을 하면서 어렵게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아예 그 분야 전문가들을 집으로 불러서 하루 종일 일대일로 붙여서 발달을 촉진하는 치료를 다방면으로 받게 해 줬을 것이고,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조금 늦고 모자란 아이라도 정상발달, 아니 그 이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특수교육 분야 전문가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만 엄선해서 아이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해 준다면.. 이런 말도 안 되고 비현실적이지만, 꽤나 달콤한 상상을 하곤 했다.


현실에 일어나지도 않을 상상을 하면서 행복해하기보다 일단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게 내 정신건강에 훨씬 득이다. 

오늘부터 마음속으로 크게 외치자. 아이가 3대 등골 브레이커라는 교정, 드림렌즈, 성장주사에 해당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 돈 아낀 것만으로도 돈 번 거다. 나 진짜 애 덕분에 돈 벌었다! 고맙다! 감사하다! 하하하







매거진의 이전글 가끔은 미친 듯이 과거가 후회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