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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Feb 08. 2024

가끔은 미친 듯이 과거가 후회된다

인생낭비 중입니다만

흔히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라고들 한다.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해야 변화가 발생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여러 책에서 본 말이다.


나도 그러기 위해서 다분히 노력하지만 가끔 이렇게 철저히 무너질 때가 있다.

미친 듯이 과거가 후회되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내 한 몸 불살라 아이를 제대로 키워볼 수 있을 텐데, 그땐 왜 바보같이 지금 알고 있는 걸 아무것도 몰랐을까 하는 생각에 괴롭다. 너무 괴로워서 잠도 오지 않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된다.


너무나 잘 인지하고 있다. 과거를 후회하고 한탄스러워하는 거 아무 의미 없다고, 현재와 미래에 전혀 유익할 게 없는 쓸데없는 짓이라는 거 머리로는 알겠는데 실천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왜 내 애가 발달장애를 앓게 되었을까. 내가, 남편이, 친정부모가, 시부모님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기에 이 사달이 나게 된 걸까 몇 시간을 골머리를 앓으며 연구 중이다. 생각할수록 답도 없고 머리만 아파오는 질문들에 둘러싸여 있다.


어느 재테크 책을 읽다가 뼈 때리는 조언을 마주했다. 현재의 삶에 불만을 갖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거라고.

아름다운 삶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본인이 만들어가는 거라고. 성공하고자 하면 외부환경을 탓하면 안 된다고.



물론 위 조언은 재테크로 부를 쌓으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지만 나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나에게 성공은 정상발달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자녀를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 성공을 위해서 외부환경 탓을 하면 안 된다는데 자꾸만 나는 남 탓 중이다. 그것도 남편 탓이 가장 크다. (갑자기 소환해서 미안)


아이 어릴 적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 아무것도 몰랐던 철없는 내가 미워서 죽을 지경이다.

독박육아하는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은 친정부모님이 밉다.

하필 애 낳자마자 타지로 옮겨서 일을 시작한 남편이 밉다.

돈 좀 쓰더라도 돌봄 이모님이라도 쓰면서 독박육아에 조금이라도 여유를 줄 생각을 하지 못한 내가 밉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했을 때는 아이발달이나 육아서 관련된 책 좀 읽을걸 복직 준비한다고 업무 공부만 하고 있던 내가 밉다.


아이의 영유아시기를 보내던 나는 철저히 피해의식과 자기 연민에 빠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때의 내가 너무 싫고, 그때의 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미칠 것 같다.


아이가 가진 어려움은 유전적 소양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그때 더 적극적으로 자연을 벗 삼아 바깥활동을 많이 하고 미디어를 철저히 차단했다면 그 유전이 덜 발현되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나를 가해자로 몰고 간다. 불쌍한 내 새끼. 어쩌다가 이렇게 됐누.


책에서 말한 대로라면 나는 지금 얼마나 인생을 실컷 낭비하는 중이란 말인가. 이렇게 밤을 새워 과거에 대한 후회로 자책을 하면 내일 하루 컨디션은 망칠게 뻔하다. 내 컨디션을 잘 가꿔서 아이에게 더 좋은 음식을 해주고, 좋은 데를 데려가고, 다정한 아내가 될 수 있는 소중한 내일은 이미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가끔 이렇게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일어나서 책이나 볼까 하다가 고요히 잠들어있는 어두운 집안에 불을 켜고 싶지 않아 혼자 상념에 빠져든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깊이 다짐하며 잠을 청한다.


내일은 과거 생각하지 말자.

후회하지 말자.

현재만 생각하자.

앞으로만 생각하자.

인생 낭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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