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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May 28. 2024

1킬로 덜어내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40대의 다이어트란

다이어트를 주제로 삼고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분들이 많다. 운동을 어떻게 했는지, 식단은 어떻게 관리했는지 세세하게 쓰인 글이 한 번씩 눈에 띄는데 하나같이 다들 눈에 띄는 성과를 분들이다. 성과라 함은 적어도 3-4킬로에서 많으면 10킬로 이상까지도 감량하신 분들이 그간의 힘들었던 다이어트 과정을 소상히 풀어내는 것 같다.


다이어트가 시급할 만큼 과체중에 속하지는 않는다. 정상체중보다 아주 조금 적게 나가는 편으로, 나름대로 미용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하는 게 더 맞다. 아이 낳기 전 아가씨 적 몸무게를 유지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또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느라 상당한 스트레스와 고군분투하면서 살아온 탓인지 다행히(?) 많이 먹는 것에 비해 살이 오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40대 딱지를 달고 난 그 시기부터였을까. 몸도 이상하게 달라졌다. 먹으면 먹는 대로 찌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음식을 즐기는 편이고 웬만한 스트레스에도 입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과식하거나 며칠간 당도 높은 음료수를 제쳐마실 때면 어김없이 1,2킬로 살이 찌곤 했다. 그렇다고 처절하게 다이어트를 해본 적은 없다. 뭘 안 먹으면 힘이 빠지고 에너지가 금세 바닥나서 말 그대로 굶으면 죽는 체질이다.


삼시 세 끼를 먹긴 먹되 저녁만 절식하던지 간단한 음식으로 때우면 몸무게는 금세 원래 자리로 회복했다. 워낙 배고픔을 못 참는 성미라 살 뺀다고 저녁을 아예 안 먹은 적도 없다. 주변 사람들은 과자를 입에 달고 살고 커피도 늘 달달한 바닐라라테를 즐기는 내가 살이 안 찌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나도 내 체질이 정말 살이 안 찌는 건가 의문도 들었지만 과거 고등학생 때 흑역사를 생각하면 절대 살이 안 찌는 체질은 아님에 틀림없다.


먹는 걸 즐기다가도 배가 너무 나왔다거나 몸이 무거운 느낌이 들면 먹는 양을 좀 덜 먹는 식으로 은근히 조절을 해왔던 것이다. 무엇보다 살이 오르면 기존에 입던 옷을 편하게 못 입는다는 게 또 다른 스트레스였기에 내 기준 한계선을 정해두고 그 이상은 찌지 않으려 신경을 썼다는 것이, 체중 관리의 전부였다.








얼마 전부터 순식간에 2킬로 정도가 불었다. 나는 변한 게 거의 없는데, 먹는 것도 전에 먹던 습관대로였고 매일 아침 짧게나마 홈트 영상 보며 열심히 운동도 하는데 왜 살이 쪘는지 의문이 들었다. 야식을 즐긴 것도 아니고 삼시세끼 챙겨 먹는 것도 귀찮아 두 끼정도 먹는 게 다였다. 직장에 나가지도 않으니 자연히 배고픔도 덜했고 점심은 스스로 차려먹어야 한다는 게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 정말 손에 집히는 대로 대충 먹고 끝냈다.


몇 년간 영접하지 못했던 최대 몸무게가 체중계에 찍히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처음 며칠은 전에 하던 대로 저녁에 절식을 해보기로 했다. 평소 양보다 절반 정도만 먹는 것이다. 그전처럼 이삼일 신경 쓰면 쉽게 되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몸무게는 살이 쪄버린 상태에서 그저 유지만 될 뿐이었다.


유튜브에 다이어트 식단이며 운동법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니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알아서 알고리즘에서 추천 영상을 가져다주었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20대 젊은이들의 식단 관리 영상이 자꾸 뜨길래 봤는데, 충격이었다. 소식 두 끼라고 하나? 하루에 두 끼만 먹으면서 몸매를 유지하는데 한 끼에 먹는 양도 어처구니없이 작았다.


바나나 하나에 요거트 살짝 얹어서 먹는다거나 토마토 달걀볶음'만' 한 끼로 해결하는 식이었다. 어떻게 저것만 먹고살 수가 있는지 궁금했다. 물론 그 젊은이(?)들은 아직 혈기왕성한 나이라서 그만큼 절식을 해도 일상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적게 먹고 운동까지 병행하니 살이 안 빠지려야 안 빠질 수 없는 루틴이었다. 몸매는 다들 아이돌 뺨칠 만큼 훌륭했다.


나는 절대 저렇게까지 절식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따라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아예 똑같이는 못 하더라도 양을 더 추가하는 선에서 비슷한 식단을 할 수 있는 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우선 하루가 멀다 하고 마시던 달달한 커피부터 끊었다. 몸매 관리하는 여자들은 다들 아메리카노나 차를 기본으로 마시는 듯했다. 슈크림라테에 중독돼서 한창 마시다가 요즘 유행하는 버터크림라테에 꽂혀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 마셨다. 달달한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드는 듯했고, 내 입도 즐거웠으며 하루를 살아갈 힘도 나는 듯했다. 이 정도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지, 하는 마인드로 자주 사 마셨는데 그 버릇부터 때려 고쳤다.


기왕에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라면 무조건 아이스아메리카노로 하루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크림라테나 시그니처 커피 따위는 특별히 멋진 카페에 들르거나 아주 당길 때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마셨다. 아메리카노도 마시다 보니 금세 적응이 되어서 후에 크림라테를 마셨더니 너무 달아서 거부감이 들었다. 일주일만 습관을 들였더니 입맛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신기했다. 게다가 비싼 라테들보다 아메리카노는 가격도 가장 저렴하니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아싸..


달달한 커피를 아메리카노로 바꾸고, 평소 먹던 양에서 절반까지는 아니고 3분의 2 정도로만 줄였다. 그리고 유튜버들이 많이 해 먹는 양배추전도 해 먹어 보고, 야채가 듬뿍 들어간 토르티야 피자도 해 먹었다. 그중에서도 다이어터들이 즐겨 먹는 아이템이 바로 그릭요거트 였다.


평소에 입이 심심하면 크림치즈나 리코타 치즈에 딸기잼을 묻혀서 참크래커에 발라먹곤 했는데 치즈를 그릭요거트로 대체해 보았다. 그릭요거트도 적당히 꾸덕해서 치즈 느낌도 나고 열량은 높지만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이 높아서 다이어터들 사이에서 유행이라고 했다. 가격 압박이 좀 있었지만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도 딱 맞고 방울토마토나 바나나와 함께 곁들이기에 훌륭했다. 무엇보다 포만감이 커서 먹고 나면 한동안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는 게 장점이었다.


마음먹고 식단 관리를 하면서 한 가지 느낀 게 있다면, 갑자기 살이 2킬로가 찐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는 헛된 믿음 하에 과자를 시도 때도 없이 꺼내놓고 먹기도 하고, 이미 저녁을 먹어놓고도 남편 퇴근하고 식사할 때 같이 앉아서 2차로 이것저것 집어 먹기도 했다. 아주 습관이 되었던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살이 찐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먹는 양이 늘었던 것이다. 한 끼에 먹는 밥양은 큰 차이가 없었는데 중간중간에 먹는 간식들이 무시 못할 양이었다. 습관적으로 먹다 보니 위도 늘어나 있었던 상태였다. 일단 늘어난 위크기를 줄이는 게 급선무였다.


일주일간 나름대로 철저히 자제했는데도 몸무게는 요지부동이었다. 홈트까지 열심히 해도 고작 소수점대의 변화뿐이었다. 좌절했다.


'뭐지? 예전에는 이 정도 노력하면 진작 2킬로는 덜어내고 남았을 텐데, 뭐가 잘못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식단과 운동에서 허점은 없는 것 같았다. 운동을 더 추가하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더 시간을 내기는 어려웠다. 그때 바로 깨달음이 왔다.



'이런 게 바로 나잇살인가..'  



그렇다. 나잇살이었던 것이다!


며칠간 식단을 절제하고 운동을 꾸준히 했어도 한 번 늘어난 몸무게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건 이제 내가 40대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이 나를 찾아왔다. 절망적이었다. 이제 몸매관리도 두 배, 아니 세 배 이상 노력해야 현상유지가 되는 나이가 돼버렸다는 말인가..


나중에는 다 때려치우고 싶어서 그냥 찐 상태에서 현상 유지라도 하자는 마음까지 들었다. 더 안 찌는 게 축복인가 싶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몸무게를 체크했더니, 놀랍게도 살찌기 이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드디어 1.5킬로그램이 덜어진 것이다!


전 날 외식까지 하고 먹은 양이 적지도 않은데, 신기했다. 그간의 노력이 그제야 결실을 맺는 걸까. 거의 한 달 가까이 회복하지 못한 몸무게를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다. 그렇게 노력해도 안 빠지더니, 약간 마음을 놓으니까 이제 돌아오는구나.


몸무게가 돌아오니 꽉 챙기던 바지가 여유롭게 들어가고, 올챙이 배처럼 나와있던 배가 조금은 홀쭉해져서 기분이 좋다. 아직 1킬로 정도는 더 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이대로 유지만 되어도 좋을 성싶다. 소식 두 끼를 실천하는 다이어터 유튜버들처럼 절식은 유지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끼니를 굶으면 손이 덜덜 떨리는 저질 몸이 되어버린 터라 그런 건 꿈도 꾸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커피는 웬만하면 아메리카노로 마시고, 저녁 늦게 야식 먹지 않는 것, 그리고 당기면 봉지째 해치웠던 치킨팝, 고래밥 같은 중독성 강한 과자를 끊는 것만 지켜도 유지어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2주간 2킬로 빼느라 참 힘들었다. 나이 먹으니 서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이어트도 더 몸 눈치를 살살 보아가며 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40대의 다이어트란 더 길고, 더 천천히, 느리게 가는 것만이 답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몸매 관리뿐 아니라 다른 삶의 영역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극단적인 방식보다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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