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티쳐의 완벽한 학교
담임선생님을 병가로 보내버린 악명 높은 학생이 있다. 그 선생님이 병가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주변 선생님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그만하면 오래 버텼다'였다. 어느 누가 그 아이를 맡았더라도 몇 달 가지않아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병을 얻게될거란 것은 자명한 사실처럼 여겨졌다.
김티쳐 입장에서는 교과 수업만 들어가니까 일주일에 몇 시간만 만나면 되지만, 아이의 학교생활 전반을 책임져야하는 담임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조금 어려운 아이를 맡게되면 사실상 담임은 여기저기에 다 죄인이 된다. 원해서 맡은 학생이 아닌데도 본인의 반에 그런 아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교과 선생님들에게, 관리자에게 그리고 학부모에게 순식간에 죄인이 된다.
학생이 선생님을 향해 쌍욕을 해도,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교실문을 박차고 나가도, 수업 시간 내내 복도를 뛰어다니며 수업중인 다른 반 교실에 들어가 수업 방해를 해도, 같은 반 친구들에게 문구용칼로 장난을 쳐도 딱히 제지할 방법이 없다. 교사가 취할 수 있는 적극적인 해결책은 단 하나도 없다는데에 다들 절망하며 체념하는 분위기다. 허울 좋은 생교위나 교권위원회 따위, 그저 말 뿐이지 직접적인 도움은 거의 되지 않는다.
그 날도 역시나 그 아이는 사고를 치고 다녔다. 수업 시간 중에 다른 교실을 박차고 들어가 욕을 한다든지, 악을 쓰고 다니는 평상시 같은 행동을 했다. 그러고는 어디론가 뛰어가버리면 수업중이던 선생님은 쫓아가서 잡기도 애매하고 아예 아무런 반응을 안하기도 애매하다. 그 아이 한 명 잡으러 다니느라 교실에 있는 나머지 25명의 수업권은 포기해야한다. 한 명을 잡아야하는가, 그냥 포기하고 단념한채 아무일 없었다는듯 수업을 이어가야하는가.
김티쳐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적이 있는데 복도에서 그아이를 찾아 좀 쫓아다니다가 말았다. 달리기가 얼마나 빠른지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김티쳐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자랑스럽게 날리면서 메롱,하고 바람처럼 뛰어가버리는 모습에 기가 차서 뛰고 싶은 의욕도 사라져버렸다. 다행히 지나가던 교감선생님이 해결하겠다고 하셔서 수업중이던 교실에 되돌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날 그 선생님은 좀 다른 선택을 하셨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여기셨는지, 수업 중에 갑자기 쳐들어와 욕을 하고 도망가는 그 녀석을 쫓아나와서 잡으러 다니신것이다.
그렇게 차마 웃지못할 추격전이 학교 복도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웃으면서 즐거운 표정으로 뛰어가던 아이는 뒤에서 "너 이자식 거기 안서!" 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전 속력을 다해 뛰어오는 그 선생님을 보더니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뒤쫓아 추격하던 선생님의 얼굴에는 오늘은 꼭 잡고야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깊은 빡침이 서려 있었다. 온 학교를 뛰고다니고서라도 너를 잡고야 말겠다는 강한 일념에 사로잡힌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그 저지레를 하고 다녀도 끝까지 추격해서 뛰어와 잡은 선생님은 없었는데, 그 아이도 사뭇 당황했는지 뛰다 뛰다가 나중에 결국 포기하고 주저앉았다. 결국 선생님께 추격당하고 나서야 포기하고 고개를 숙이며 돌아왔다. 그렇게 교무실에 잡혀와도 사실은 어떠한 단호한 사후 조치를 취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부모님께 연락해서 상황 설명을 해드리는것 밖에 특별한게 없다.
순식간에 눈 앞에서 벌어진 그 추격전을 마치고 땀을 뻘뻘흘리며 다시 교실로 돌아가던 그 선생님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정말 황당하다며, 별 이상한 아이가 다 있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표정 사이로 약간의 승리감이 스친것을 봤다. 그 아이로서도 학교에서 황당한 장난을 쳐놓고 끝까지 자기를 그런 속도로 쫓아와서 잡혀본적은 처음이라 크게 당황한게 분명했으니, 그 선생님의 노력은 상당히 빛을 발했음이 틀림없다.
그 후로도 상황은 나아진게 없다. 아이는 여전히 그대로다. 그러나 김티쳐는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선생님처럼 미친듯이 한 번 뛰어가볼껄 그랬나, 조금 쫓아다니는척 하다가 포기해버린 그 때의 자신이 좀 실망스러웠다. 그 선생님이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달리기가 별로 빠르지 않은 김티쳐는 자신이 없다. 바람처럼 뛰어가버리는 그 녀석을 잡을 자신이. 누군가를 잡아보겠다고 전력질주하면서 뛰어본 경험이 살면서 있었던가, 문득 되돌아보게된다.
요즘 교사는 뜀박질도 잘해야하나보다. 간간히 발생하는 복도 추격전에서 능력을 발휘하려면, 언젠가 한 번은 맞닿을지 모르는 그 학생과의 대결에서 지면 안되니까.
수업지도, 생활지도, 업무 처리 등 교사는 다방면에서 완벽하고 꼼꼼해야한다. 도망가는 학생을 끝까지 달려가 잡아낼 수 있는 달리기 실력과 슬리퍼를 신고도 복도에서 끝까지 뛰어가보는 근성도 필요하다.
김티쳐는 마음 먹었다. 다음번에 그 아이가 내 수업시간에 또 마음대로 나가버리면 끝까지 쫓아가리라. 잡힐 때까지 달려가서 꼭 잡고말리라. 끝까지 잡아서 이런 행동은 하면 안되는거라고 말하고 또 말해보리라. 아마 그건, 너라는 아이를 아직은 이 세상이 포기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증거라도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