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교사가 무슨 죄입니까

김티쳐의 완벽한 학교

by 레이첼쌤

김티쳐는 결혼 전에 고등학교에 근무했다.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자연스러운 통과의례처럼 중학교로 학교급을 옮겨 근무하게 되었다.


첫 중학교 근무에 오랜 휴직까지 했던 터라 다시 신규가 된 것마냥 다시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눈에 띄는 차이점은 교사 성비였다. 중학교는 압도적으로 여교사가 많았다. 80퍼센트 이상이 여교였다. 한 교무실에 남교사는 많아야 두세명 정도였다.


어차피 고등학교에서는 학교폭력 건수도 많지는 않았기에 생활지도에 큰 어려움은 없었기에 남교사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중학교는 워낙 학폭 비율도 높고 한창 사춘기의 나이라 생활지도도 신경써서 해야하다보니 확실히 남선생님이 군기를 잡아주면 생활지도도 훨씬 수월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중학교에 근무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김티쳐는 특히 남자선생님들의 특징을 조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은 굉장히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항하는 학생이나 악명 높은 골치덩어리 학생들을 은근히 남교사에게 떠넘기거나 어떻게든 피하려고 보는 여선생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로인해 문제아 처리반 담당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많아졌다.


초반에는 받아주면서 앞장서서 생활지도에 나서던 남선생들도 나중에는 점점 지치는것 같았다. 급기야는 아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왜 그 학생 담임을 제가 해야하는거죠?"

"왜 문제아들만 모인 동아리반을 저한테 맡기시려는거에요?"

"걔네들 제 말도 잘 안들어요."


골치아픈 남학생들을 무조건 남교사들에게 보내려는 여선생들의 태도에 아주 이골이 난 경우도 많았다.

여교사들도 나름대로 끝까지 지도해보려다가 도저히 안되어서 보낸다는 입장도 많았다. 아무리 붙잡고 달래고 설득하고 혼을 내고 화를 내봐도 등치 크고 무서운 남선생님 한 마디에 곧바로 사나운 이리에서 온순한 양이 되는 중학생 남자아이들은 부지기수였다. 여선생의 지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떤 학교는 교무부장도, 교감 교장도 다 여자 선생님인 곳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몇 안되는 남교사들에게 더 일이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걔가 남자애니까 남자샘 말을 더 잘 듣잖아. 이번만 좀 맡아줘." 하는 식이었다.


남교사들은 모일 때마다 특히 자주 일을 떠넘기는 여교사들 욕을 했다. 김티쳐도 우연히 듣게 됐다. 생각보다 비난의 수위가 굉장히 높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여자라는 이유로 남학생 지도를 떠넘기지 말아야겠다. 혹시라도 그랬다가는 정말 사람 취급도 안할정도로 뒤에서 저렇게까지 욕을 먹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여교사 한 명에게는 힘든 애 둘셋 보내는거지만 그 숫자를 다 합하면 남교사에게 돌아오는 생활지도 비율은 무진장 높아질 수 있다. 남교사도 사람이라서 하루종일 반항하고 달라드는 녀석들만 보고 있으면 지치고 진이 빠질수밖에 없다.


김티쳐는 무책임한 교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언성 높이며 반항하고 달라드는 남학생을 최대한 혼자 힘으로 지도해보고자 애를 썼다. 어떻게든 내 힘으로 내 선에서 해결해야지. 나는 생활지도를 떠넘기는 교사가 되지 않을거야, 또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