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착한아이 양성 애니메이션이었던 디즈니의 피노키오를 다 커서 봤을 때 느꼈던 공포심이 잊히질 않는다. 디즈니의 피노키오를 짧게 요약하면, “진짜 사람 아이가 되려면 어른 말을 잘 들어야 한다”이다. 어른 말을 잘 안 들으면 서커스단에 납치되고, 서커스를 하다가 겨우 도망쳐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그마저도 도망치면 고래에게 잡아먹힌다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아이들을) 협박한다. 영화가 얼마나 얄팍한지는 피노키오를 괴롭히는 건 결국 다 어른들이라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거의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디즈니를 비꼬듯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어른들의 프로파간다에 이용되는 희생양이 된다.
초반 잠깐 동안은 피노키오가 말도 안 듣고 천방지축이어서, ‘어유 말 좀 들었으면‘ 하고 생각했다가 금세 ’나도 디즈니 피노키오에 세뇌됐구나‘ 하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이란 원래 천방지축일 수도, 얌전하고 순종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 번은 한 그룹의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 그룹에는 소위 모범생 아이들과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섞여 있었다. 모범생 아이들이 어른인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편하고 좋았지만,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었다. 모범생인 아이들은 그 방법으로 관심을 구하는 것이었고, 장난꾸러기인 아이들은 장난을 침으로써 관심을 구하고 있었다.
디즈니와 달리 색도 화려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기괴할 정도지만,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사랑스럽다. 어른들이 만든 비극의 상황 속에서 오히려 능동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겠다. 아빠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빚을 갚으려 애쓰는가 하면, 자신을 핍박하던 스피자투라와 연대하고, 적군이었던 캔들윅과 전우가 된다. 이렇게 성장하는 피노키오를 보면 응원할 수밖에 없다.
한줄평은 “피노키오를 아이답게 돌려줘서 감사를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