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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Jun 24. 2024

평범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쉼이 되는지

[인사이드 아웃2]


*스포일러 있습니다


나는 1편 리뷰에 이렇게 썼었다.


“… 기쁘지 않아도 나를 나로 인정해 주는 사람들 속에서 지 내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슬프면 슬픔을 드러내고, 화가 나면 분노하고, 무서우면 무섭다고 이야기하고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을 그저 어리다고 치부하지 않으면, 세상 많은 갈등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전편과 갈등의 발단과 해결구조는 비슷하다. 라일리가 자신의 부정적 감정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 전편에서 미네소타 집이 그립다는 걸 부모님께 표현하고 슬프다는 걸 드러냈을 때, 부모님은 비로소 라일리를 안아주었고 갈등은 해소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라일리가 친구들과 다른 고등학교에 가는 것이 슬프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는 걸 드러내지 못해서 갈등이 시작됐고, 감정을 솔직히 표현했을 때 갈등은 해소됐다. 같은 이야기를 하니 예측 가능했다거나 뻔했냐 하면, 그렇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았기 때문에 아쉬운 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딱히 없지만, 인사이드 아웃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적인 감동까지는 주지 못했다, 정도겠다. 최근 픽사의 하향 행보와 속편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나를 울리기엔 충분한 감동이었다. 작은 허점이라고 하면, 1편에서는 없었던 불안이를 비롯한 새 감정들이 부모님 머릿속에서 갑자기 등장한다는 점인데, 그 정도는 대충 뭉개줄 수 있다.


약간 크리티컬하게 보자면, 새 캐릭터가 꼭 필요했을까. 1편에서 라일리가 새 학교에 등교하기 전, 기쁨이가 “소심아, 전학 첫날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을 다 적어줘”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불안이가 할 것 같은 말을 그대로 했다. 소심이나 까칠이, 심지어는 (어차피 빌런은 기쁨이인 것도 같은데 안될 거 있나 뭐) 기쁨이라도, 불안이를 대신할 순 없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새 캐릭터가 없었으면 위에 언급한 것처럼, 부모님 머릿속에 억지로 불안이를 넣을 필요도 없었겠다.


아아- 그 외에는 다 좋았다. 특히 신념을 주제로 삼은 것은, 언제나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던 전성기 픽사의 창의력과 상상력이었다. 그뿐 아니라 건네는 메시지는 얼마나 따뜻한지 늘 불안한 우리를 안아주는데, 그 위로는 여러 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고 되뇌는 것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야”라고 되뇌는 게 폭풍 같은 불안함을 잠재운다는 것은 평범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쉼이 되는지.


유머도 사랑스럽고, 음악과 영상은 힐링이다. 디즈니 망했다, 과거의 영광에 머문다, 같은 소리가 내 입에서 쏙 들어가게 해 줘서 오히려 감사할 지경이었다. 한줄평은 “2분 패널티 박스 문을 열고 안아주는 그레이스와 브리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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