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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Nov 19. 2016

[신비한 동물사전]

해리포터 키드를 위하여

 첫 영화를 신비한 동물사전으로 정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방금 봤어요. 리뷰는 보자마자 써야 그 여운을 묻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아무것도 안 하면 그 나름 어렴풋한 맛이 있지만 너무 뭉뚱그려진달까요.


 저는 해리포터 키드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친구의 집에서 발견했고, 해리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해리가 볼드모트를 이길 때쯤 저는 수능이 끝나 있었죠. 사실 해리포터가 처음 영화로 나왔을 때 매우 실망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너무 많이 생략했고, 디테일한 설정을 무시했기 때문이죠. 그 어린 나이에도(마법사의 돌 영화를 본 건 5학년으로 기억합니다) 감히 영화로 시각화할 수 없는 책을 쓴 J.K.롤링의 위대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영화는 비교할 원작이 없어서인지 괜찮았습니다. 특히 저 같은 해리포터 키드에겐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마법주문이나 신비한 동물, 인물들이 추억에 젖게 만드네요.

 

 해리포터를 알고(좋아하고) 봤기 때문에 '해리포터를 몰라도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라고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같이 본 분이 해리포터를 잘 모르지만 재밌게 본 것으로 보아 잘 모르시는 분도 진입장벽 없이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퀴니와 제이콥, 로맨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제 좀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볼까요. 사실 영화 자체로 보면 특별할 것은 없었습니다. 스토리는 평범했어요. 평범한 스토리를 빛나게 해준 건 역시 인물이었습니다. 특히 신스틸러는 제이콥이었습니다. 모르는 배우였고 지나가는 엑스트라였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을 거에요. 코믹한 역할을 잘 표현했고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그리고 상대역인 퀴니와 호흡이 좋았습니다. 이 호흡으로 로맨스를 귀엽게 그려냅니다.

니플러, 귀여움을 담당하죠.

또 극을 풍성하게 해준 건 신비한 동물들이었습니다. 동물들이 극을 이끌어가기도 하고,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어요. 특히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 중 대부분은 동물들이 만듭니다(유머러스한 영화일 것 같은데 또 그렇게 붕붕 뜨게 코믹하진 않더군요). 동물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특별히 또 언급할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영상, 음악도 특출나진 않았지만 평균 이상이었고, 연출도 그럭저럭. 해리포터 책 만큼은 아니지만 대본을 쓴 작가가 작가인 만큼 발상과 상상력도 좋았습니다.


 말투를 보면 느껴지시겠지만 엄청난 영화는 아니었네요.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보면, 닥터스트레인지와 마찬가지로 어떤 세계관의 초석이 되는 영화라서 산만한 감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깔려있는 복선들은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극 자체에 집중하는데에는 방해가 되네요. 한가지 더 아쉬운 건 시나리오의 작가가 J.K.롤링이라는 점입니다. 여전히 영화와는 결이 다른 것이 느껴지네요. 그녀는 워낙 큰 세계관을 만드는 사람인 탓에 영화가 그 방대한 설정과 스토리를 견고하게 담지 못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결론을 짓자면, 행복합니다. 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어이없는 결론인데, 해리포터의 세계관을 담은 5부작 영화를 기다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요. 특히 영화 마지막에 등장한 까메오는 다음편을 목빠지게 기다리게 하네요. 해리포터 세계관의 다른 시대, 다른 지역 이야기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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