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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Dec 03. 2016

[스트레인저 댄 픽션]

인생과 죽음, 그리고 팬케이크

 [형]을 보고 났더니 좋은 영화를 보고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인생영화를 꺼내 봤습니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제 인생의 1번 영화입니다. 이전 글과 이번 리뷰를 읽으신 분들은 제가 너무 극단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형]과 반대의 이유긴 하지만 사실 이 영화도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보시는 걸 추천하지만 그래도 왜 추천하는 지 이유를 써 볼게요 :)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아서 제목도 번역이 안 되어 있습니다. 제가 대충 번역해보자면 '소설보다 더 이상한' 정도가 되겠네요. 뭐가 소설보다 더 이상한지는 영화를 보시면 알게 됩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네이밍부터 적절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 영화는 재밌습니다. 문자 그대로 재미있습니다.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메시지에 집중하느라 재미를 놓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냥 편하게 봐도 충분히 재밌습니다.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처럼 메시지를 꽁꽁 숨겨놓아서 관객들이 피곤해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나봐요. 전문가들만 읽을 수 있게 만들어서 어떤 특권의식을 갖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독립영화도, 예술영화도 아니고 메시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서 장면 장면을 해석하며 보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보면 각자 느끼는 게 있어요. 특히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다르기도 해서 여러명이 보고 함께 이야기하기 좋은 영화에요.


 좋은 영화는 보고 나서 캐릭터가 다 기억에 남는 다고 했습니다. 그 기준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완벽합니다. 헤럴드 크릭을 연기한 윌 퍼렐은 기억에 남는 배우는 아닙니다.

What?!

실제로 처음 봤을 땐 누군지도 몰랐고요. 잘생기지 않았고 특별히 개성있는 얼굴도 아닌 그냥 아저씨 같습니다. 그래서 더 몰입이 잘 되는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그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영화가 끝날 때엔 어느새 그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싫어하는 필자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기 질렌할과 저음 발성으로 빠르게 발음하는 더스틴 호프만도 각자 주조연의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그리고 군계일학(다른 배우들을 닭으로 비유해서 죄송합니다만)은 엠마 톰슨입니다. 이렇게 카리스마 넘치고 작가의 히스테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고뇌하는 모습으로 한없이 연민하게 하는 연기는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찌질하게 담배 피우는 데 멋지다

 스토리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전에 썼던 [형] 리뷰에서 클리셰 때문에 지루했다고 했는데 클리셰 자체는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아닙니다. 쓰기 나름이에요. 이 영화를 보면 클리셰는 어떻게 써야하는 건지 알 수 있습니다. "지루하고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던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뻔한 클리셰를 다이나믹하게 변주합니다. 클리셰를 통해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변주를 통해 신선함을 주죠.


영상도 예쁩니다. 음악도 좋고. 빠지는 게 없어요. 이제 보시면 됩니다.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없었는데 굳이 또 이렇게 쓰는 건 정말 좋았기 때문이에요. 저는 꾸준히 꺼내보다보니 10번 넘게 봤습니다. 추천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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