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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Jun 15. 2018

[챔피언]

[어벤져스]에 밀린 영화?


'[챔피언]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함께 개봉해서 흥행성적이 저조했다'


라고 핑계를 댈 수 있어서 다행인 영화다. 왜냐하면 영화 자체도 별로였기 때문이다. 단점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짚을 수도 없을 지경이지만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산만함의 끝


입양된 운동선수가 한국으로 돌아와 낳아준 엄마를 찾는다는 설정은 [국가대표], 미혼모의 아이가 어른에게 필터링 없이 이야기해서 귀여워 보이려는 것은 [과속스캔들], 마동석이 힘으로 다 누르고 마동석의 외모와 피지컬로 웃기려는 건 [범죄도시], 스포츠 경기에 배팅하는 설정은 [스플릿]을 베껴왔다. 우리가 “한국”영화라고 부르는 소재들을 다 엮었다. 위에서 말한 입양, 모성애, 미혼모, 조폭, 승부조작 기타 등등. 신선한 소재는 팔씨름이라는 것 말고는 없다. 이것저것 다 엮으려다가 아무것도 못 건졌다. 차라리 팔씨름 규칙을 설명해주고, 팔씨름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경기인지 경기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주면 재미있을 뻔했다. 제발 하나만 하자.



2. 매력 없는 악역


요즘 영화는 빌런들이 그들이 악해질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 이 영화처럼 대충 ‘조폭’이나 ‘사채업자’로 뭉뚱그리지 않는다. 외국영화까지 가지 않아도 [베테랑]의 예를 들어보자.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는 극악의 악역이지만 왜 저렇게 나쁜 놈이 됐는지 스토리가 나온다. 형제들과 경쟁에 살아남아야 하는 재벌 3세를 설정하여 얼마나 많이 시달렸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장면들로 관객을 설득한다. 그러면 관객은 공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해할 수는 있다. 이 영화의 악역은 캐릭터를 구축하려고 유행어 같은 걸 남발하지만 스토리가 없어서 재미없는 악역으로 남았다.



3. 이제는 피로해진 마동석 이미지


마동석 캐릭터를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이웃사람]부터였다. 그 이후로 여러 영화에 출연했지만 [베테랑]에서의 아트박스 사장님만큼 사람들에게 각인된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굿바이 싱글]이나 [브라더]로 다른 연기를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부산행]을 통해 '마동석'이라는 이미지가 굳혀졌다. 마동석의 이미지를 풀어써보자면 "험상궂게 생겼고 실제로 힘도 센데 힘쓰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 보이지만 정 많은 이미지" 정도겠다. 그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한 영화가 [범죄도시]였다. 빠르지 않지만 마동석의 큰 덩치를 활용한 액션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마동석을 많이 소비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덩치 큰 사람을 '괴물'같다든지 '무식'해 보인다는 것을 개그 소재로 삼아 꾸준히 웃기려는 시도를 하지만 하나도 웃기지 않다. 약자 앞에서 강하던 조폭들이 마동석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그 이후 굽신거리는 것으로도 별로 시원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



장점이 하나 있다면 배급사가 워너브라더스라는 점인데 워너브라더스는 영상은 기가 막히게 잘 찍는다. 빛 활용을 잘했다는 점은 칭찬한다. 영상미 하나로 이 영화를 보라고 하기에는 장점이 너무 없다. 연기가 그리 거슬리진 않지만 스토리가 엉망이면 연기를 잘해도 감정이입이 안된다. 좋아하던 한예리와 권율의 연기는 망한 스토리 속에서 발버둥을 친다.


한줄평은 '영화를 잘 팔아먹으려면 제발 잘 만들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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