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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Aug 17. 2018

[변산]

한국영화는 누가 구하나

2018년 상반기 한국영화

 시작을 우울하게 해서 죄송하다만 위 영화들이 2018년 상반기에 내가 본 한국 영화들이다. 영화 [변산] 리뷰를 쓰면서 뜬금없이 무슨 상반기 한국영화 타령이냐 할지도 모르겠다. 이만큼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나마 봐줄 만한 영화는 뺐다(독전이나 리틀 포레스트 정도는 위 영화들과 패키지로 묶이면 억울할 것 같아서 뺐지만 그렇게 자랑할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 더 기대했던 작품이 [변산]이었다. [변산]은 이준익 감독의 청년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전 작품들인 [동주], [박열]은 상당히 수작이었다. 그런데 늘 그렇듯 기대가 영화를 망친다. '이준익'을 빼고, '청년 3부작'을 빼고 봤다면 이 정도로 실망하진 않았겠으나 '이준익의 청년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변산]은 크게 실망이었다.

 본격적으로 까기 앞서 좋은 점은 박정민 배우의 연기였다. 랩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내가 힙알못이라 잘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뭐 그럴듯했던 것 같다(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도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했다고 하는데 그건 잘 치는 것 같더라). 랩을 하는 장면 말고도 한 장면, 한 대사도 거슬리지 않고 좋았다. 김고은 배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기가 아니라서 노코멘트하겠다. 

 영화는 힙합을 소재로 쓴다. 나는 힙합을 안 좋아한다. TMI라 죄송하지만 내가 힙합을 잘 안 듣고 뭐가 좋은지를 잘 모르겠어서 더 와 닿지 않았다. [동주]에서 중간중간 내레이션으로 들어간 윤동주의 시들이 상당히 좋았어서 이를 현대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준익 감독이 물론 환갑의 나이에도 젊게 산다는 것은 들었으나 마치 나이 든 부장님이 자녀들에게 배워 온 유행어를 어색하게 쓰는 모양이었다. 또 랩 자체는 좋았다고 해도(사실 나는 이마저도 잘 모르겠다) 영화에 잘 스며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영화 스토리가 난잡했기 때문이다.


 난잡한 스토리들을 정리해보면 주인공 학수의 성장 스토리, 싫어하던 고향에 강제 귀향해서 적응하는 스토리, 부자간의 화해 스토리, 선미와의 러브 스토리 등등이 있다. 그런데 하나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았고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우연을 가장한 억지였다. 처음 아버지가 아프다는 간호사의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학수는 고향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는데 간호사인 줄 알았던 사람이 구박을 하자 내려간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친구들과 술을 먹는데 갑자기 현상수배범으로 몰리는 것도, 교생이었던 사람이 학수의 시를 훔쳐가서 시인 등단을 했었는데 또 돌연 기자가 되더니 갑자기 경찰서에 나타나서 경찰을 협박하면서 구해주는 것도.. 나열하자면 끝도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겠다.


 [동주]나 [박열]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지 않았지만 [변산]에서는 꼰대스러움이 상당히 많이 묻어난다. 스토리가 난잡하니 메시지도 불분명해졌다. 이 영화는 꼰대들이 자기보다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에게 본인은 모든 것을 이해한다면서 뭘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영화 내용에 앞서 영화 마케팅에서부터 끊임없이 '청춘'영화라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이 일단 그렇다. '청년'이라는 단어도 타자화, 대상화하는 말이라 거부감이 있지만 그래도 좀 자연스럽게 들린다만 '청춘'은 평소에 절대 쓸 일이 없는 말이라 그런지 거부감이 심하게 든다. 영화가 '청춘'을 위한 영화이니 '청춘은 마땅히 발레 파킹을 하며 편의점 알바도 뛰어야 하지만 음악이라는 꿈을 꾸어야 하고, 또 자기와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이지만 다 사정이 있을 것이니 이해하고 고향에 돌아가서 화해해야 하고, 고향 친구들이 진정한 친구들이니 흑역사 따위는 주먹다짐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해피엔딩 하려무나' 같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 꼰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느꼈다.

 한줄평은 '한국 영화는 누가 구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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