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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마인드로 영업왕이 되다

by 다울 Dec 05. 2024

내가 좋아하는 김미경 강사님이 최근에 딥마인드라는 책을 냈다. 그녀는 인간의 내면에 두 종류의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잇마인드와 딥마인드이다. 실제 딥마인드를 잘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나를 둘러싼 이 세상의 모든 곳에서는 잇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잇마인드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모든 욕망의 생각들이다. 잇마인드에 대한 설명을 들을수록 예전의 내 모습 같아서 참 안타까웠다. 어수룩한 사회초년생이었던 나의 마음속이 잇마인드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20명이 넘는 신입 동기들 사이에서, 그리고 배치받은 매장에서 잘해서 인정받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처음엔 이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러다 일하면서 점점 더 성과가 눈에 보이니 '어라? 이거 이렇게 가다가 진짜 동기 중에 1등이 되겠다' 싶었다. 스스로 노력도 했지만 노력 대비 성과가 좋은 편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가구 영업이 나에게 잘 맞았던 것이다. 건축학과 출신인 내가 도면을 이해하고 배치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동기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감각이 있었고, 공간에 어울리는 제품을 창의적으로 생각해 추천하곤 했다. 고객들은 어려 보이는 내 외모에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를 했지만, 상담의 끝자락에는 나를 전문가로 대우하며 바닥 벽지까지 나에게 골라달라고 할 정도였다.


영업은 숫자로 보이는 직업이었고 매주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가 매겨졌다. 내 이름이 달린 숫자가 한 칸씩 두 칸씩 올라가는 것이 마치 게임처럼 느껴졌고, 결국 1등을 찍고 유지하기 위해 나는 도파민에 쉬는 날도 잊은 채 일을 했다.


"계약 머신"


영업 1년 차가 되자 나를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나는 동료들과 잡담도 잘하지 않았다. 오로지 고객만 보고 고객이랑만 대화를 했다. 제한된 근무 시간 속에서 남들보다 탁월한 성과를 내려면 시간을 아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내 주변 선후배, 동기들은 중간에 간식도 먹고 수다도 떨면서 서로의 고충을 나누기도 하는데 나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저 선배는 늘 바빠."


주변에서 아쉬운 소리가 나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이렇게 하는 것만이 나의 가치를 증명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회사에서 많은 인센티브를 받았고 회사에서, 매장에서 존재감 있는 직원으로 보였다. 그 맛에 취해서 주변은 잘 살피지 않았다.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도 그 무렵 헤어졌다. 정말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였는데, 만나면 매일 고객과 카톡 혹은 전화를 하고 있고 남자친구는 뒷전이었다. 나는 남자친구는커녕 나를 챙기기에도 벅찬 사람이었다.


"도대체 뭐를 위해서?"


라고 당시 누군가 물어왔다면 그땐 솔직히 대답을 못했지만 속마음은 최대한 빨리 본사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영업직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나의 최종 목표는 사무직으로 본사에서 디자인/기획 업무를 하는 것이었다. 흔하지 않은 길이었지만 성과를 낸다면 가능했다. 영업 선배들 중에 일을 잘해서 발탁되어 가는 경우도 있었고, 보직순환제도가 존재했으니 남들보다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나의 개인적인 욕망이 1등을 유지하게끔 했다. 사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너무 많은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관리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었고, 어떤 날은 팀장님이 나 대신 직접 고객집에 가서 수습하고 사과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부사수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지도 못했다. 내 일이 너무 바빴기 때문에 내 부사수들은 그저 영업하는 나를 쫓아다니며 내 뒤에서 나를 훔쳐보는 것이 다였다.


그중에서 하나 기억나는 부사수가 있다. 외형이 커다란 하얀 곰 같은 남자 부사수였는데 그 친구가 너무 착해서 영업이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고 부족한 점이 보이면 많이 나무랐었다. 그럴 때마다 그 착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는데 나는 이 친구 참 나약하네 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 친구가 그러던 어느 일을 그만둔다고 했다. 나는 일이 안 맞으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가 떠나는 날 나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사수님, 사수님에게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고 너무 실망만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했고 감사했습니다."


내가 힘들게 해서 마음 접고 나간 건데 나에게 뭐가 죄송하고 고맙다는 건지 마지막까지 너무 착한 그 친구의 말에 그제야 마음이 찡 하고 아팠다. '내가 좀 더 품어주고 잘해줄 수 없었나? 내가 어쩌다 이런 냉소적이고 여유 없는 사람이 되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니야, 그래도 나는 인정받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꼭 해야 해.' 슬픈 순간, 힘든 순간이 있더라도 눈물을 닦고 다시 돌아와서 상담하고 계약했고 나의 노력과 성실함은 나를 회사의 영업왕으로 만들었다.


결국 동기들 중 첫 특진을 하고, 영업 3년 만에 관리직을 달았다. 그리고 1년 뒤 내가 원하던 대로 사무직으로 보직 이동이 되었다. 잇마인드가 나에게 준 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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