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
한때 나는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옮겨 담는 일이 두려웠었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을 한 세계를, 한 편의 공연 안에 담겨있는 여러 삶을.
감히 내가 뭐라고. 내가 함부로 골라내는 단어 하나에, 막무가내로 지어내는 문장 한 줄에 가둬버릴 수 있는가.
그 어떤 단어들도, 그 어떤 문장들도 내가 느낀 것에는 충분치 않다는 걸 나는 그 순간 직감하는데.
그러나 나는 써야만 했다. 작은 한 줄이라도 남겨야 했다. 얼마 가지도 않아 그 시간들을 겉돌며 깊숙이 그리워하리란 것을 알아버린 이상.
그러니 이 시간은 나를 고백하는 일이다. 어딘가에는 실재하고 있을 그 삶과 세상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발견해 낸 나를 조심스레 꺼내놓는 시간이다.
그의 세상에서 나는 어떤 걸 느끼고 왔는지. 나는 무엇을 새로이 보고 왔는지. 나의 마음과 세상은 그로 인해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이 모든 것을 담담히 고백해 보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