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한 시간 남았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 시간 남았다
눈꺼풀은 무겁고 이렇게 또 하루가 가고 있는게 아쉽지만 그래도 잠을 거스를 순 없다. 남은 한 시간동안 하고 싶은 것보단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스마트폰으로 시시한 유머나 추천 아이템 광고 협찬 영상을 안봤으면 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보고 멍때리는 게 낫다. 하루의 마무리를 스마트폰에 뺏길 수는 없다. 펜을 들어 일기를 쓰고, 종이를 넘기며 책을 읽고 심심하면 라디오를 듣자.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다고 이성을 잃고 부엌 서랍을 열지 않았음 좋겠다. 라면을 못 찾았다고 냉장고를 열어 뭐라도 집어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꿀잠을 불편한 포만감에게 내줄 수 없다.
바닥에 있는 잡동사니 물건들을 구석에 몰아넣지 않았음 좋겠다. 오늘은 한 시간 남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다시 10시간 이상 충전되니 내일을 위해서라도 오늘 사용한 물건은 모두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 한다.
그러고보니 한 시간 남은 오늘의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일을 좋은 상태로 맞이하기 위한 것이다. 하루하루 잘 살아내야한다는 학습된 책임감인가 아니면 내일은 오늘보다 좋을거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