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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LKIVE Mar 24. 2020

#B5. 오딧세이의 낭만

정문 상가_오딧세이 호프집

요즘 신식 건물들 중에 주상복합 형태의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최신식 아파트 건물들에서는 1층은 주로 상가들이 있고 2층에서부터 주거공간인 곳이 많다. 집에서 밖을 오고 가는 곳에 상가라니 엄청 편리하지 않나! 진흥 아파트 입구는 정문과 후문 두 곳으로 각 입구에 큰 상가 건물들이 있다. 상가들만 별도로 들어서 있는 건물로 1층엔 주로 편의시설이 있었고 2~3층은 학원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저층에 거주했을 땐 위치 상 정문 상가 건물이 가까워 자주 다녔고, 고층에 거주했을 땐 후문 상가 건물을 자주 다녔다. 각 상가 건물에는 많은 추억이 있어 나눠서 기록해야 할 것 같다. 아직 학교 들어가기 전 미취학 아동 시절엔 저층 상가에만 다녔는데 저층 상가는 후문 상가에 비해 규모가 컸다. 지하엔 대형 마트와 노래방이 있었고(마트와 노래방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막 생겼던 것 같다.) 1층엔 문방구와 세탁소, 채소가게, 구멍가게, 미용실, 호프집이 있었다. 2~3층엔 우체국, 태권도 학원, 피아노 학원, 서예교실 등 취미활동과 아이들의 학원들이 위치했다. 아직 학교 들어가기 전이라서 그런지 2~3층에 대한 기억은 많이 없었고 주로 지하와 1층에 위한 상가들을 자주 들렀다.


그중 제일 좋아하던 곳은 ‘오딧세이’라는 호프집이었다. 밤에만 오픈하는 일반 호프집으로 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쉽게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호프집이었다. 비슷한 브랜드로 투다리가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유일한 호프집으로 아파트 주민들이 애용하는 그런 곳이었다. 식당 내부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주황색 조명의 빛으로 살짝 어둑한 분위기에 각 좌석당 합판으로 가려져 있는 형태였다. 좌석은 대략 4개 정도로 게걸음을 해야 이동할 수 있는 정도의 좁은 공간이었다.

상가 안에 많은 가게들이 있었지만 유독 이 곳이 가장 생각나는 이유는 낭만이었다. 어린 게 낭만을 뭘 아느냐 한다지만 난 그곳에서 맥주를 마시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는 게 왠지 낭만인 것 같았고 그 낭만을 좋아했다. 엄마 아빠가 오딧세이에 같이 데려가 줄 때면 쫄래쫄래 잘도 따라나섰다.


오딧세이에 가면 항상 앉는 자리가 있었는데 주방 입구 통로의 제일 안 쪽이었다. 항상 그 자리 앉아 아빠는 생맥주 한 잔을 엄마랑 나랑 나눠 먹을 콜라 한 병, 그리고 치킨을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생맥주와 강냉이를 먹다 보면 지금 치킨 브랜드처럼 화려한 튀김옷과 시즈닝으로 맛 낸 치킨이 아닌 투박하게 튀긴 통닭이 나왔다. 사실 붙어있는 살도 많이 없는 그런 통닭인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치킨을 먹으며 가족끼리 단합을 다지곤 했는데 그 순간을 너무 좋아했다. 가족끼리 뿐만 아니라 친한 아파트 주민 가족들과 모임 장소로 자주 오곤 했는데 그때도 좋았다. 여름이면 야외에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을 펴고 둘러앉아 낭만을 즐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호명 자체도 오딧세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오디세우스가 10여 년의 모험담의 낭만처럼 그곳만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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