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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LKIVE Apr 02. 2020

#B6. 나의 피아노

후문 상가 1편

난 악기 중에 피아노를 가장 좋아한다. 악기들 중에 가장 음을 확실하게 낼 수 있는, 넓은 음역대의 음을 낼 수 있는 악기 중 하나이기도 하고, 허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처음 배운 악기라서 많은 것을 알기에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다. 머쓱한 얘기지만 피아노로 시에서 상도 받은 적도 있다. 내 인생에 가장 많은 박수와 관심을 받았던 추억도 있다. 피아노 때문에 행복하기도 많이 행복했지만 슬플 땐 한없이 슬픈 일들도 많았다. 나의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는 진흥아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서 있었던 일이자 기억이다.

앞서 기록했던 이야기들에도 말했듯 나의 활동반경은 정문 방향보다 후문 방향이 넓었다. 저층에서 산 시간보다 후문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고층에서 산 시간이 더 길었기에 후분 방향으로 오고 가는 길을 자주 다녔다. 그 방향에 위치한 상가도 더 자주 들릴 수밖에. 그만큼 후문 상가엔 많은 추억이 있다. 후문 상가는 지상 3층과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건물로 길게 복도형 건물이었다.


그 상가 건물에는 많은 학원들이 있었다 그 학원들 중 나 또한 여러 곳을 다녔는데 그중 A 피아노 학원은 진흥 아파트라는 내에서 나에게 가장 큰 의미인 곳이다. 내 어린 시절 중 가장 기억에 선명하고 가장 많은 기억을 차지했던 곳, B의 이야기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메인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몇 살 때부터 그곳을 다녔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5~6살 즈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피아노 치는 게 재밌었다. 어른이 되면 당연히 피아니스트가 라는 생각을 할 만큼 피아노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A 피아노 학원은 나의 일상이었다.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하지 않고 정적인 것을 좋아하던 나에겐 앉아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재미를 느끼던 것은 그림 그리기와 피아노 연주였다.


물론 피아노를 좋아한다고 해서 열심히 하진 않았던 적도 많다. 좋아하는 마음과 열심히는 별개지 않은가. 10칸짜리 피아노 연습을 체크하는 작은 노트엔 많은 거짓말들로 체크되어 있었다. 피아노 교육 과정 순서대로 연습하는 곡보다 500원짜리 만화영화 주제곡이나 유명 가수들의 노래 악보를 더 자주 쳤다. 피아노 학원엔 1인실로 칸칸이 나뉘어 A4용지 만한 작은 창문이 달린 연습실들이 있었는데 그곳은 오로지 나 홀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1시간 동안 그 공간 혼자 있는 시간들을 좋아했다. 피아노를 마주 하고 있는 순간은 항상 피아노와 나 단 둘만 이었다. 그만큼 피아노에 각별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무언가와 단 둘이 놓여 있는 순간이 많지 않았기에 피아노에 의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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