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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에필로그

여전히 애정하는 무지개 작가님들에게

by 김수다

10월은 왠지 날로 먹은 기분이에요.

열흘이나 되는 연휴와 함께 시작한 10월이었잖아요. 저는 일한 시간만큼 월급을 받는 봉급쟁이라, 3분의 1이 날아간 10월이 조금은 야속했어요. 출근 안 하고 놀고 싶지만 돈은 많이 벌고 싶은 도둑놈심보를 가진 여자거든요.


어쨌든, 아무래도 쉬는 날에는 평일과 같은 마음일 순 없잖아요. 괜히 늦은 시간까지 휴대폰을 하거나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요. 집에서 빈둥거리는 가족들 식사도 끊임없이 챙기다 보면 출근하는 평일이 그립기도 해요. 멀리 계신 부모님도 찾아뵙거나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기라도 했다면 일상이 더 무너졌을 거예요.


그렇게 평소와는 다른 생활을 열흘씩이나 하고 나니 원래 내 삶이 어떻게 굴러갔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더라고요?! 저만 그랬을까요.


칼로리와 영양성분을 계산해 가며 먹었던 식사와 꾸준히 했던 운동, 조금씩 읽던 책과 끄적이던 글, 이런 것들이 전부 흐트러졌어요. 인바디결과와 브런치 독촉 알림이 그 증거물이고요.


게다가 무턱대고 10월 도서부장(?)을 맡아가지고는 10월의 책을 많이 읽어주시지 않으시면 조금 서운할 것 같다는 생각도 솔직히 있었고요! 물론, 이건 이렇게 재미난 책을 저 혼자만 읽는 게 아쉬워서 서운하다고 하는 겁니다. 아시겠지만요.

그래도 함께 읽어주시고 브런치 글도 발행해 주시고 우리의 단톡방에서 수다쟁이처럼 떠들어댄 저의 넋두리에도 꾸준히 좋아요와 댓글을 남겨주신 작가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아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10월은 날로 먹은 것 치고는 꽤 괜찮았네요! 그리고 10월이 더 좋았던 건, 10월의 마지막 다음 날 우리의 모임이 있었다는 거예요.


도통 부담 없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드문 우리 아줌마들은 이런 모임이 반갑잖아요. 아마도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요?


불발된 지난 모임의 아쉬움 때문일까요. 이제 겨우 3-4번 본 사이인데도 왜 이리 친근할까요. 아마도 특별나게 예쁜 사람도,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이 우리는 너무나 평범한 여자들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책, 아이들 교육, 남편이야기, 다이어트와 운동까지 우리의 수다는 끝이 없었고 저는 다음번 모임도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함께 하지 못한 작가님들에게도 안부를 전해요. 그리고 다음 만남엔 아마도 우리가 한 살씩 더 나이 먹고 좀 더 늙어있겠지만, 그래도 재미나게 놀아봐요.


딸, 아내, 며느리, 엄마, 저로서는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모든 이름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정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봅니다.

읽고 쓰고 나누며 함께 하는 시간이 조금 더 길게 이어지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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