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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과 도촬

다른 사람 나오게 촬영하는 거, 불법 아니에요?

by Kevin
Pixabay로부터 입수한 u_ojq9rdzqq7의 라이선스가 허가된 사진입니다.

몰카, 도촬, 불법촬영...

우리는 통상적으로 "타인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체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행위"를 불법촬영이라 인지하고 있습니다. 반수는 몰카로, 나머지 반수는 도촬 내지 불법촬영으로 부르는 등 확정되지 않고 비슷한 의미를 가진 용어들을 혼재하여 사용하지요.

이번에는 불법촬영의 정확한 의미와 처벌에 대해 알아봅시다.


1. 불법촬영이 뭔가요?

불법촬영의 정의

공소장이나 판결문 등 공적인 서면에는 정확한 법률 용어가 기재됩니다. 이는 마치 사회에서 실수로 일으킨 교통사고를 통상적으로 "교통사고"라 부르는데 반해 공소장이나 판결문에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이라 표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불법촬영은 공식적으로 아래와 같은 용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이 행위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4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1.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제1항에 근거하여, 불법촬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1. 성적 욕망 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

2.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위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성립해야 불법촬영죄에 해당됩니다.

즉, 촬영이 이루어질 당시 동의나 허락 등이 있었다면 불법촬영이 성립되지 않으며, 설령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촬영이라 할지라도 통상적이거나 일상적인 사진이라면 불법촬영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2. 불법촬영의 구성요건

형법총론에 의하면 범죄가 규정되기 위해서는 행위주체와 객체, 행위, 결과,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 기준에 비추어 불법촬영의 각 항목들을 알아봅시다.


가장 먼저 주체와 객체입니다. 불법촬영을 하는 것과 당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규정되어야겠죠.

불법촬영의 주체는 "자연인"입니다. 쉽게 말해 인간이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객체도 자연인일까요? 아닙니다.

불법촬영의 객체는 앞서 말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입니다. 사람의 신체를 대상으로 촬영하였을 때 범죄가 되는 만큼, 반드시 사람의 전신이 포함될 필요 없고 신체 일부만 촬영되어도 객체로써 인정됩니다.


다음으로 실행행위입니다.

실행행위라는 것은, 구체적인 어떠한 행동을 하는 '작위'와 반대로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은 '부작위'로 구분됩니다. 꼭 어떤 행동을 해야만 범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지요.

주택에 방화로 인한 화재가 났고, 소방관이 인명 구조 활동을 제 때 하지 않아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방화범은 방화를 한 작위로 처벌되고, 소방관은 제시간에 작업을 벌이지 않은 부작위로 처벌됩니다. 이렇게 보니 이해가 좀 쉽죠?

불법촬영의 실행행위"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카메라 등을 사용한 촬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눈치채셨나요? 이 모든 내용은 다름 아닌 성폭법 제14조제1항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법령과 조항에 모든 단서와 해석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조항들만 잘 읽어보아도 대부분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다음 항목에서 불법촬영의 착수, 그리고 기수시기에 대해 알아봅시다.


2-1. 착수? 기수? 그게 뭐죠?

이 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착수와 기수시기입니다.

범죄의 구성요건 중에는 착수와 기수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본디 법률용어는 직관적이지 않고 복잡하며 한자어를 많이 섞어 쓰기에, 일반인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착수"라는 단어는 종종 들어보셨을 터입니다. "작업에 착수하다." 혹은 "착수금을 받다"등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인데요.


우선, "실행의 착수"라는 것은 "어떤 범죄로서 규정되어 있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실현을 개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착수는 형법에 있어 아주 중요한 사항으로, 범죄의 시작점을 파악하는 기준이 됩니다.

실행의 착수가 인정될 경우 범죄행위가 시작되었다는 것이고, 인정되지 않을 경우 범죄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해석을 받을 수 있지요.


기수시기에 대해서는 제가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발행한 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 간략하게만 설명하자면 "범죄 행위가 완료되어 그 결과가 발생한 때"를 이릅니다.

따라서 착수와 기수가 모두 인정되면 기수범, 착수만 인정되면 미수범이 되는 것이죠.


2-2. 불법촬영의 착수와 기수

2-2-1. 착수시기

불법촬영이 시작되는 지점. 즉, 착수시기에 대해 알아봅시다.

일단 카메라 등 촬영 가능한 기기가 있어야겠지요.

자, 두 문장만 작성했을 뿐인데 벌써 한 가지 고비가 나타났습니다. "촬영"이란 게 무엇일까요? 어떤 행위가 촬영일까요?

대법원에서는 이 "촬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 속에 들어 있는 필름이나 저장장치에 피사체에 대한 영상정보를 입력하는 행위

좋아요, 촬영에 대한 판례상의 기준을 알았습니다.

이제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불법촬영의 "실행의 착수"에 대해서도 봅시다.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기 위하여는 촬영대상이 특정되어 카메라 등 기계장치의 렌즈를 통하여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등 기계장치에 영상정보를 입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가 개시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 12415 판결 등)


눈썰미가 좋거나 예리하신 분들은 여기서 캐치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위의 내용을 보면 녹화나 사진의 촬영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 인지하셨나요?

"기계장치에 영상정보를 입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를 착수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녹화나 사진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그 착수가 인정된다는 뜻입니다.

더 이해하기 쉽도록 두 가지 판례를 동시에 보겠습니다.

1. 피고인은 카메라 기능이 탑재된 휴대전화를 여성의 치마 안으로 향하게 하거나, 화장실 칸에 들어가 용변을 보는 여성의 모습을 촬영할 목적으로 칸막이 밑 틈새로 휴대전화를 넣었으나 촬영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그 행위가 적발되어 재판에 넘겨진 상황
2. 피고인이 범죄 대상자를 찾기 위해 육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곧이어 캠코더에 내장된 줌 인 기능을 사용하여 범죄 대상자를 물색하였으나, 이내 대상자를 찾지 못하여 촬영을 포기하였던 시점에 인근을 통행하던 행인에게 적발되어 재판에 넘겨진 상황

두 사건 모두 촬영이나 녹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영상이 휴대전화에 저장되지도 않았고, 저장되지 않았으니 클라우드 등 다른 서버나 공간에 유포될 일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각 사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였을까요?

1. 휴대전화를 피해자의 치마 밑으로 들이밀거나, 피해자가 용변을 보고 있는 화장실 칸 밑 공간 사이로 집어넣는 등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행에 밀접한 행위를 개시한 경우에는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2도4449 판결,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4도8385 판결 등)
2. 촬영 대상자의 여부를 물색하기 위해 캠코더 등 촬영장비를 이용한 것은 촬영을 위한 준비행위에 불과하여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착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12415 판결 등)

이 판례들로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위 판례들에 비추어 본다면 캠코더나 카메라 등의 렌즈를 피해자에게 향하여 화면에 피해자의 신체 혹은 그 일부가 출력되고, 그 모습이 불법촬영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면 착수가 인정된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도 신발에 카메라를 장착하여 상대방의 신체 일부의 촬영을 시도하거나, 넥타이나 시계 등에 초소형 카메라를 내장시켜 촬영을 시도했던 사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실행에 가까운 행위로 판단하여 착수를 인정했습니다.


2-2-2. 기수시기

불법촬영의 착수시기에 대해 보았으니, 기수시기에 대해서도 알아봅시다.

착수가 시작되어 이 기수에 이르지 못하면 미수범, 기수에 이르면 기수범이 된다고 말했죠.

착수시기가 범죄의 존재 여부를 가른다면, 기수는 형량과 공소사실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중요한 기수시기에 대해 알아봅시다.


대법원은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 속에 들어 있는 필름이나 저장장치에 피사체에 대한 영상정보가 입력됨으로써 기수에 이른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따라서 2010년 인근까지만 해도 녹화가 시작된 후 종료 버튼을 눌러 필름이나 저장장치 등에 영상 또는 사진이 저장된 때를 기수시점으로 봐 왔습니다.


하지만 전자기기의 제조기술이 발전하며 판매하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 등은 촬영이 완전히 종료되어 저장되기 전이라도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곧바로 촬영된 피사체의 영상정보가 기계장치 내 주기억장치(ram)에 임시저장된 후, 저장명령이 발생하면 보조기억장치로 이동되어 저장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촬영을 시작한 뒤 정상적인 방법으로 종료하지 못하였다 한들, 일정 시간이 지나 정보가 주기억장치에 저장되는 것만으로도 기수시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아래는 위 설명에 대한 판례의 전문입니다.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0도10677 판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 속에 들어 있는 필름이나 저장장치에 피사체에 대한 영상정보가 입력된 상태에 도달하면 이로써 그 범행은 기수에 이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기술문명의 발달로 등장한 디지털카메라나 동영상 기능이 탑재된 휴대전화 등의 기계장치는, 촬영된 영상정보가 사용자 등에 의해 전자파일 등의 형태로 저장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곧바로 그 촬영된 피사체의 영상정보가 기계장치 내의 RAM(Random Access Memory) 등 주기억장치에 입력되어 임시저장되었다가 이후 저장명령이 내려지면 기계장치 내의 보조기억장치 등에 저장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저장방식을 취하고 있는 카메라 등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동영상 촬영이 이루어졌다면 그 범행은 촬영 후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여 그 영상정보가 그 기계장치 내의 주기억장치 등에 입력됨으로써 이미 기수에 이르는 것이지, 그 촬영된 영상정보가 전자파일 등의 형태로 영구저장되지 않은 채 사용자에 의해 강제종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미수에 그쳤다고 볼 수는 없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촬영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행위의 기수를 인정하여 미수범이 아닌 기수범으로 판단한 내용입니다.

종료 및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의 완성이 인정된다는 점, 놀랍지 않나요?


3. 불법촬영의 처벌

3-1. 처벌의 정도

지금까지는 어떤 행위가 불법촬영인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는 불법촬영을 행했을 경우 받게 될 법적 처벌에 대해 이야기할 타이밍인 것 같네요.

성폭법 제14조에 의거하여 불법촬영은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

또한 불법촬영은 기수범뿐 아니라 미수범도 처벌하는 규정이 명시되어 있어 더욱이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재범률이 가장 높은 범죄 중 하나가 불법촬영인 만큼 상습범에 대해서도 굉장히 엄한 처벌을 내리고 있는데요, 상습범인 경우 최대 형량의 절반을 가중하여 형을 내릴 수 있는 법률을 두고 있습니다.

즉, 상습범인 경우 최대 10년 6월 혹은 7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도 처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실무에서는 초범이라 해도 기소유예는커녕 집행유예도 보기 힘들고, 정말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벌금형부터 시작합니다.


3-2. 보안처분

형량과 벌금만 내면 끝인가요? 불법촬영은 보안처분의 대상입니다. 이는 신상공개와 취업제한, 전자발찌 착용 등 각종 불이익을 받습니다. 출소, 혹은 벌금 납부를 통해 사회로 돌아왔다 한들, 사실상 이전과 같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은 기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취업제한의 범위는 생각보다 아주 넓습니다. 단순히 어린이집이나 학원 등에서 일하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지요.

취업제한 처분을 받은 대상자는 유치원과 학교는 당연하고 학원, 방통대를 포함한 각종 대학, 도서관, 박물관이나 영화관 등 공연/전시시설, 의료기관, 과학관, PC방 등 유흥시설, 개인 과외나 교습소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취업활동에 문제가 생기게 되지요.


신상공개 처분이 내려온다면, 일반적인 기업에서 근무하는 것 역시 기대하기 힘듭니다. 2012년 12월 개정된 법에 따라 불법촬영의 가해자는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대상에 포함됩니다.

또한 2018년 9월부터는 유포된 영상물에 대한 삭제비용도 우선 국가가 지불하여 처리한 이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여 그 비용을 전부 환수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국가의 구상권 청구는 굉장히 악독하고 집요하며 무서운 편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 13조에는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 바, 재판을 받은 당사자는 사건이 발생한 당시에 존재한 법률에 규정하여 재판을 받아야 하며, 사후에 입법된 법안에 따라 재판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처벌"에 관한 이야기일 뿐, 전자발찌나 취업제한과 같은 "보안처분"은 형벌불소급 원칙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불법촬영의 가해자들은 재판이 끝나고 형을 마쳤다 한들 새로이 개정되는 보안처분에 항상 노출되어 있고, 이를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가해자들은 평생 새로운 보안처분의 효력에 대해 주의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3-3. 왜 이렇게 강하게 처벌하죠?

그렇다면 어째서 불법촬영은 이토록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일까요?

각 범죄의 추적관찰 결과, 불법촬영의 재범률은 55 ~ 65%로 꽤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연간 불법촬영의 건수도 많은 편이지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인터넷을 통한 급속도의 유포'에 있습니다. 불법촬영을 행한 행위자가 이를 인터넷이나 온라인으로 이동시켜 유포시킬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속도로 퍼지게 되고, 한 번 유포된 자료는 사실상 전부 삭제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은 물론 2차 피해가 발생할 확률도 매우 높은 치명적인 범죄행위기에 미수범까지 전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규정되었고, 요건을 만족한다는 가정 하에 촬영행위 자체가 범죄로 규정된 이유입니다.


4. 잠깐,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불법촬영은 많이들 헷갈리고 혼동하는 개념이에요.

악의적인 의도가 있어야 하는지, 촬영을 마쳐야 하는지, 상업적 이용을 해야 하는지 등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갈등이나 마찰이 생겨나는 경우도 빈번하지요.

그 외에도 무조건 불법촬영이라고 남에게 비방이나 비난하는 행위를 했다가는 도리어 내가 더 불리하고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여기서 한 번 짚고 넘어가 볼까요?


4-1. 도촬, 리벤지 포르노, 그리고 불법촬영

이 세 가지는 가장 많이 혼동하는 대표적인 유형이에요. 한 번 하나씩 알아봅시다.


4-1-1. 도촬

사실, 도촬이라는 법률용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도둑촬영"의 줄임말로, 도둑처럼 몰래 촬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이 도촬이 무조건 불법촬영에 해당하지는 않는데요, 범죄성이 없는 초상권/저작권 침해 행위를 통상적으로 도촬이라 일컫습니다. 그 외에 범죄성이 인정되는 도촬은 불법촬영이라는 법률용어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지요.


4-1-2. 리벤지 포르노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는 이 세 가지 범죄행위 중 가장 악질적인 범죄 행태로, 가장 강력한 법의 처벌을 받게 되는 범죄행위입니다.

리벤지 포르노는 보통 상호 간의 촬영 동의를 얻어 촬영한 영상을 차후 무단으로 유포한 경우가 일반적인데요, 이를테면 연인 간의 성관계 행위를 녹화했다가 결별이나 원한 등에 의해 가해자가 이를 인터넷이나 지인들, 혹은 SNS를 통해 무단으로 유포하는 행위인 것이지요.

리벤지 포르노의 가장 큰 위험성은, 피해자의 신원이 특정 가능하게 하여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유포한다는 것입니다. 별도의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 없이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키기도 하고,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영상에 첨부하여 유포하거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명확한 신체적 특징 등을 그대로 촬영하여 개인의 신원이 특정 가능하게 하는 등 그 위험성과 피해 정도가 심각하기에 사법부에서는 가장 나쁜 죄질로 판단하여 고액의 벌금이나 실형 등 엄벌을 내리고 있습니다.


4-1-3. 불법촬영

불법촬영과 리벤지 포르노의 가장 큰 차이는 동의의 유무입니다. 불법촬영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하는 행위이기에, 대놓고 앞에서 촬영할 수 없죠.

그렇기에 비교적 리벤지 포르노에 비해 영상 촬영의 양상이 소극적이게 변하고, 촬영 대상도 신체의 일부에 한정되는 등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리벤지 포르노에 비해 피해자가 받게 되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하지만 앞서 몇 번이고 말씀드린 것과 같이, 불법촬영의 구성 요건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촬영입니다. 따라서 촬영 당사자가 촬영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그 의사에 반하면 불법촬영은 성립됩니다.


4-2. 몰래 찍으면 무조건 불법?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혹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촬영하는 행위가 무조건 불법은 아닙니다.

길거리, 풍경, 랜드마크 등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촬영된 행인이나, 혹은 옷을 잘 차려입고 길을 걷는 행인의 전신사진을 촬영하는 등의 행위는 불법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사진을 인터넷에 무단으로 업로드한다면 초상권의 개념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적어도 불법촬영과는 다르게 촬영 그 자체부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아무리 이런 사진을 촬영했다 한들 개인이 소장하는 목적에서 그치거나, 모자이크나 블러 등 2차 가공을 한다면 민사상의 책임은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4-3. 아이돌, 레이싱걸, 정치인 사진은요?

이것도 불법촬영이 아닙니다.

물론, 예외사항은 있습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성적 욕망을 느끼게 하는 구도나 자세의 촬영은 현장 직원의 제제를 넘어 법적 제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아이돌이나 가수, 레이싱걸, 정치인의 사진촬영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습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은 대중 앞에 얼굴을 알리는 것을 기본적인 전제로 하는 직업입니다. 따라서 대중에 의한 사진 촬영은 암묵적으로 동의한 직업군으로 분류되며, 기껏해야 초상권 정도의 권리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지만, 이마저도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명백한 상업적 이용이나 기타 특이사항이 있지 않는 한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모터쇼의 레이싱걸 등은 규정된 포토타임동안 진행되는 사진촬영에 대해 근로계약을 하고, 정해진 임금과 보수를 받아가는 등 직업활동으로 인정됩니다.


4-4. 누가 연극/공연을 촬영하고 있어요.

공연이나 연극 시작 후 촬영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촬영하는 행위는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경우 촬영 당사자 혹은 피해자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법적 처벌을 요구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4-5. 저 사람 휴대폰에 불법촬영물 있는 거 봤다니까요!

처벌할 수 없습니다.

지나가는 행인의 갤러리에 불법촬영물이 있음을 목격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현행범도 아니고, 범죄행위도 입증할 수 없으며, 증거능력이 부족해 당사자의 휴대전화를 함부로 열람할 수 없습니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받으며, 개인적인 사생활을 보호받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 목격만으로는 이를 처벌할 수 없으며, 오히려 휴대폰 열람을 위해 탈취하는 경우 강도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해 휴대폰 갤러리 열람을 요구하더라도 이는 협조에 기할 뿐, 법적인 의무나 권한에 의한 것이 아니기에 이 역시 불가능합니다.

점점 깊게 파고 들어가면 한없이 딥해지는데, 일단 이 정도만 알고 계셔도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5. 어떻게 해야 하죠?

5-1. 개인의 대응

모든 범죄행위들이 으레 그렇듯, 예방이 최선책입니다. 특히 불법촬영은 현장에서 적발 및 제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인터넷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한 번 업로드된 파일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불법촬영이 행해지는 것을 목격하거나 인지했을 경우 즉시 행위자를 제지하여 심각한 피해로 번지는 것을 차단해야 합니다.


리벤지 포르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역시 한 번 배포가 시작되면 막을 수 없고, 완전히 삭제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관련 영상 등의 촬영 자체를 방지해야 하고, 만약 촬영이 행해졌을 경우 즉시 영상 및 장비를 파기하거나 삭제하여 외부 유출이 없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실시간 클라우드 업로드 시스템이 보편화된 지금, 사후 현장에서 영상을 삭제조치 하였다 해도 유포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악성 파일이 담긴 출처 불분명한 파일을 설치하거나, 메일을 열람하는 등의 행위를 자제해야 합니다.

악성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의 마케라나 컴퓨터의 웹캠을 사용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조작할 수 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카메라뿐 아니라 사용자의 갤러리 등의 열람 권한도 탈취하는 사례가 다수입니다.


불법촬영의 피해자임을 인지했다면, 현장에서 즉시 검거하는 것이 베스트입니다.

수치심이나 당황스러움에 위축되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으나, 현장에서 놓치면 그 이후 걷잡을 수 없는 피해로 번지기에 즉시 주변에 상황을 알리고 검거에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가해자의 인상착의 및 사용 장비의 기종을 기억하고, 범행 장소에 대해 상세히 기록 혹은 기억한 뒤 즉시 가까운 관할 서에 신고해야 합니다.

범죄는 시간이 지날수록 검거율이 낮아지기에, 그 골든타임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영상이 이미 유포된 상태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해당 SNS 신고센터, 웹하드 관리팀 등에 연락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경찰 신고 후 관련 기관을 인계받아 삭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웹하드 등은 불법촬영물의 공유 장소로 악명높았지만, 불법촬영물에 대한 법적 제제와 철퇴가 시작된 이후 요청이 있으면 삭제하는 추세입니다.

이때, 링크 주소를 확보하거나 관련 영상이 업로드된 내역 등을 확보하여 단면인쇄한 후 경찰서에 신고를 접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당 영상이 언제, 어디서 촬영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면 이 역시 기재하는 것이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 피해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기관은 경찰청 외에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있습니다.


5-2. 국가의 노력

국가적 차원에서 불법촬영에 대한 경계심과 심각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에서도 불법촬영을 근절하기 위해 각종 시범사업과 체계정비 등을 통해 범죄율 억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지하철에 설치된 반사경 등 거울 설치와 캠페인 문구 부착입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여도 계단 전체를 비추는 반사경은 범죄 행위자의 심리를 압박하여 섣부르게 범죄행위를 할 수 없도록 억제하는데 효과적입니다.


또한 기존에 사용하던 "몰카"라는 단어가 장난스러운 탓에, 자칫 범죄행위의 심각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불법촬영"이라는 단어로 대체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사법부 역시 불법촬영에 대해 엄벌주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여러 논쟁이 있는 상태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단순 폭행이나 성추행보다 더 높은 형량을 부과하여 엄벌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셔터 촬영음이 무음모드에서도 강제로 소리가 출력되도록 한 것 역시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어플 설치 하나만으로도 무력화할 수 있어 큰 실효성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음 카메라 어플이 설치되어 있는 사람 = 불법촬영 가해자'는 아닙니다.

여러 이유에서 무음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지요. 당장 저만 해도 사무실에서 자료를 촬영하거나 외부 미팅에서 회의나 미팅을 방해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는 무음 카메라를, 굳이 그럴 필요 없는 현장에서는 기본 카메라를 사용하는 등 두 가지를 섞어서 사용합니다.


5-3. 가해자로 몰렸을 때

여러분은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가해자로 몰릴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특히, 범죄 의도나 목적이 없었음에도 불법촬영과 같이 쉽게 의심을 살 수 있는 가해자로 오해받기 아주 쉽습니다.

여러분이 가해자로 몰렸을 때(정말 억울하다는 전제 하에)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즉시 오해를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가장 좋은 건 거리의 풍경이나 사진 등을 촬영할 때 대놓고 "나 여기서 사진 찍습니다"를 티 내는 것입니다. 불법촬영의 압도적 다수는 몰래 촬영하고 있기에, 대놓고 촬영하는 사람은 딱히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가해자로 몰릴 경우 갤러리를 보여주는 방법도 있고, 혹은 촬영 당시 카메라 렌즈가 향한 방향과 구도를 설명하며 불법촬영의 의도나 목적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됩니다.


상황이 악화되어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을 경우를 가정해 볼까요.

경찰관은 분명 신고자의 말을 듣고 갤러리 확인 목적으로 휴대폰을 임의제출 할 것을 요구할 겁니다.

이때, 이에 응하여 제출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대처 방법이기는 합니다만, 오해를 받은 데다 범죄자 취급까지 받으니 기분이 상할 수 있지요.

현행범이 아닌 이상 경찰관의 임의제출에 반드시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들어본 "영장 가져와" 시전이 가능하지만,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6. 법정에서의 추세

불법촬영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구성 요건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점은 결국 사람에 달려있기에 법정에서는 들쭉날쭉한 판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2015년 (2015고단2086, 서울북부지법), 약 1개월간 지하철역 계단에서 여성의 사진을 총 58장 촬영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해자는 노출이 어느 정도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하였으며, 58장의 사진 중 42장은 전신, 16장은 다리에 대한 촬영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42장의 전신사진은 초상권의 영역으로 분류되어 무죄 판결이 나왔고(유포 없음, 상업적 이용 없음), 나머지 다리 사진 16장에 대해 불법촬영 혐의가 인정된 판례가 있습니다.

여성의 전신사진을 촬영한 것 만으로 성적 욕망이나 인간의 수치심을 자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런 사건까지 마구잡이로 형사범죄화 시킬 경우 인권침해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음을 우려한 사법부의 판단이었습니다.


이처럼 판결은 판사의 판단과 주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불법촬영처럼 기준은 정해져 있지만 그 기준점을 판단하는 것이 모호하고, 법리적으로 여러 해석이 갈릴 수 있는 사건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앞서 말한 사례는 2015년으로, 지금은 사법부와 판사들의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축적하여 점차 정확하고 납득 가능한 판결들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피해 정도와 손해에 대한 입증에 힘을 다해야 더 좋은 판결이 내려질 수 있겠지요?


7. 나머지 여담

어느 카테고리에도 넣기 애매한 이야기를 여기에 쓰려고 적었습니다.

불법촬영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공중화장실? 아니면 매장 내 공공탈의실?

놀랍게도 길거리입니다. 오히려 공중화장실보다 개인 사업장 내에 위치한 화장실이나 탈의실, 직원용 시설물에서 더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오겠지만, 앞서 불법촬영은 현행범으로 저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했지요.

현행범에 대한 체포조항은 대한민국의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따라 규정되어 있는 바, 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습니다.

즉, 범죄가 진행되고 있거나, 방금 막 종료된 현장을 목격하여 현행범임을 인지한 경우 영장의 발부 없이 사법경찰관이나 검사는 물론 인근을 통행하던 일반 행인에게도 즉시 적법한 절차와 권리에 의해 체포 및 구속할 권리가 부여됩니다.

물론, 일반인이 현행범을 체포한 경우 경찰관이 도착하면 범인을 인도해야 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 '불법촬영된 영상물이 출력되는 화면을 촬영한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이 있습니다.

불법촬영의 정의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이지, '사람의 신체가 촬영된 내용이 출력되는 화면을 촬영'하는 것은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습니다.


글이 정말 길어졌습니다.

당초에는 초상권까지 같이 묶어 설명하고자 했습니다만, 그러다가는 책을 한 권 쓰게 될 것 같아 이 글에 포함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초상권에 대해 이 글과 비교하며 작성할 계획입니다.


글이 길어질수록 가독성이 떨어지는 법, 다음 글에서는 가독성과 용량 모두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네요.

모쪼록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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