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쉽에 광고가 들어가는 어이없는 상황
삼성전자의 One UI의 신 날씨앱에서 뜬금없이 광고가 들어갔다. One UI 2.5 대응이라는 날씨 앱 업데이트에는 상단 영역에 광고가 들어간 모습이 떡하니 보였다. 특정 커뮤니티에서는 '잠금을 해제하려면 광고를 시청하세요' 등과 같은 밈이 돌아다니고 있다. 저런 밈까지는 아니지만, 삼성전자는 플래그쉽에 정말로 광고를 넣을 생각이다.
삼성전자가 기본 앱에 광고를 넣은 일은 한두 번이 아니다. 삼성 헬스와 삼성 페이에는 기본적으로 상단 배너를 통해 광고를 했지만, 삼성 헬스는 자주 이용하는 유저가 적고 관련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 삼성 페이는 기본적으로 '페이' 기능이기에 카드사의 광고가 들어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납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날씨 앱은 다르다. 날씨 앱은 기본적으로 날씨를 제공해주는 앱이기 때문에 광고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소비자의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날씨와 관련있으면 모를까, 날씨와 관련없는 콘텐츠가 올라오기도 한다.
갤럭시 시리즈의 플래그쉽은 가격대가 매우 다양했지만, S 시리즈의 경우 기본적으로 90만 원부터 165만 원에까지 이른다. 최근에 출시한 갤럭시 S20부터는 갑자기 약 130만 원으로 뛰었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니 갤럭시 시리즈를 구입하는 것이고, 갤럭시 시리즈의 충성도는 매우 높다. 그런데, 삼성에서 S20 시리즈의 실적 발표 이후 앱 업데이트 등으로 광고를 넣기 시작했다. S20 시리즈가 실패해서일까, 아니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일까?
S20 시리즈가 실패하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든 128만 4,500원짜리 기기에서 광고를 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소비자에게는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소비자는 디바이스를 푼돈 주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는 줘야 한다. 하지만 삼성은 One UI 2.5 대응 업데이트랍시고 갑자기 광고를 넣어버렸고, 당연히 소비자의 반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위의 사진만 봐도 광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마진을 5%만 남기는 샤오미나, 광고로 수익을 얻는 유튜브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100만 원이 넘는 플래그쉽 디바이스를 파는 회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A시리즈(적어도 A51 미만)에 광고를 넣는 것은 이해한다손 치지만, 적어도 플래그쉽 단말기나 가격이 어느 정도 되는 단말기(적어도 89+)에는 광고를 넣지 않는 것이 옳다. 삼성전자는 IM사업부에서 조 단위의 수익을 올린다. 이것마저 부족하다고, 실적 떨어진다고 광고를 올리면 S20 시리즈의 없어진 60% 판매량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미지만 악화시킬 뿐이다.
소비자들은 해당 업데이트 이후 삼성 멤버스 커뮤니티에 광고 규탄 글을 올렸다. 거기에 달린 Galaxy Store 담당자의 답변이 정말로 가관이다. 차후에 사과하긴 했지만, 광고 관련으로 계속해서 비난성 문의가 오니 담당자의 답변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광고 관련한 사안은 삼성에서 계속 피드백을 받고, 광고를 최소화시키거나 광고를 보지 않는 옵션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239만 원짜리 갤럭시 폴드가 광고판이 되고, 165만 원짜리 갤럭시 S20 울트라가 광고판으로 전락하는 꼴은 삼성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플래그쉽에 광고를 넣는다는 것 자체가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면, 당장 빼야 한다. 삼성 멤버스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격렬한 거부반응이 있음을 삼성전자 측에서도 인지했고, 모 커뮤니티의 회원으로부터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사안은 검토해야될 게 아니라, 당장 빼고 광고를 어느 타이밍에 넣을지, 어느 곳에 넣을지를 선택해야 된다. 소비자는 128만 4500원짜리 광고판을 산 게 아니다. 플래그쉽 폰에 광고를 넣는다는 것 자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