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그림 인터뷰

한글문화연대 이민재 기자님

by 다자녀 디자이너

[한글문화연대 홈페이지 발행기사]





[인터뷰 원문]


안녕하십니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로 활동 중인 이민재입니다. 취재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한글문화연대 누리집(홈페이지) 주소입니다. http://www.urimal.org/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소개를 하는 것은 너무 오랜만인데요. 40대 남자이고 건축설계일을 합니다. 경기도 분당에 살고 있고 세 아이의 아빠인 평범한 가장입니다. 반갑습니다.


2. 저는 SNS(페이스북)을 통해서 2016년 11월 27일에 기재하신 [기름장어]를 통해 처음 글씨그림을 접하게 됐습니다. 간단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한글로 구성된 수묵화 같은 그림이 참 인상 깊었는데요. 글씨그림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획, 장비, 기타 등등)


‘기름장어’와 같은 시사적인 내용은 집에서 소파에 앉아 뉴스룸을 시청하면서 그립니다. 요즘은 태블릿 pc가 생겨서 작업이 편해졌어요. 글씨그림 작업은 하면 할 수록 form(그림)과 function(글씨)을 조율하며 가치를 찾아가는 건축설계 과정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4. 다음 블로그(브런치)에 확인되는 바로는 2016년 4월 [집밥]이 첫 글씨그림입니다. 글씨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도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최초의 글씨그림은 고3 때 반 친구들과 같이 맞춰 입은 티셔츠 디자인 작업이었습니다. 담임이 수학선생님 이셨는데 수학 기호를 이용해 스쿠버 다이빙하는 장면을 그렸었어요. 당시 그 그림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습니다. 건축가가 되고난뒤 업무상 스케치를 자주 하게 되는데 제주도 현장 근무하던 어느 날 이면지에 플러스 팬으로 슥슥 뭔가를 그리다가 다시 시작됐어요. 그때 그린 그림은 ‘제주도’라는 단어로 그린 한라산의 모습이었는데 (브런치에는 없고 페이스북 ‘글씨그림’ 페이지에서는 볼 수 있습니다.) 재미로 sns에 올렸다가 브런치 작가 활동으로 계속 이어지게 됐죠. 그 이후 회사에서 아이디어 공모전 출품을 하는 과정에서 글씨그림을 활용하기도 하고 전시회도 했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아들이 셋인데 글씨를 아직 덜 깨우친 막내까지 가세해서 서로 먼저 맞추려고 경쟁합니다. ‘숨은 글씨 찾기’라는 형식으로 일주일에 하나 정도 그리다가 작년 9월에 육아휴직을 하면서 약 두 달 정도는 '뼈있는 그림'이라는 시사적인 내용으로 거의 매일 그렸던 거 같습니다. 요즘은 다시 복직을 해서 빈도가 많이 줄었어요.


기억을 더듬어 복원해 봤습니다.



5. 글씨그림을 그리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그림은 어떤 그림인가요? 그 이유와 그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하나만 선택하라면 쉽지 않은데요.... ‘집밥’은 주변 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브런치에 연재를 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인데 제주도 자취 시절 즐겨보던 '냉장고를 부탁해' 삽입곡으로 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 찾아봤더니 여행스케치의 '집밥'이란 노래였어요. 또 ‘거짓말’로 그린 백남기 농민 부검 사태를 풍자한 그림이 있는데 ‘오마이뉴스’에 게재가 되면서 그 후로 ‘뼈 있는 그림’이라는 꼭지로 본격적으로 시사적인 내용의 그림도 그리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하야' 그림을 그렸는데 페이스븍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그림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래도 역시 제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운 그림은 '사랑'이라는 단어로 남녀가 키스하는 형상을 만든 그림입니다. (페이스북 '글씨그림'페이지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습니다.) 시사적인 내용보다는 이렇게 특별한 이슈 없이도 공감을 할 수 있는 단어 - 사랑, 낚시, 집밥, 소녀, 꽃 같은 초기 작품들이 더 애정이 갑니다.



6. 저는 (너무 많지만 굳이 꼽자면) 글씨그림#125 [운전조심], #130 [눈물], #136 [소녀상] 그림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봤을 때는 ‘여기에 무슨 글씨가 있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림 구성이 잘 돼있더라고요. 이 그림들을 그린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작(글씨의 구성) 과정도 궁금합니다.


‘운전조심’ 이 인상 깊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분 좋습니다. 저도 그 그림을 그리고 나서 만족했는데 막상 사람들의 반응은 별로 못 느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과 사람들의 반응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늘 그림을 올릴 때마다 사람들이 공감 해줄지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눈물’과 ‘소녀상’은 세월호와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속에서 차오르는 감정을 담아 그린 작품들입니다. 그것이 기쁨이든 분노든 슬픔이든 가슴속에 뭔가 끓어오를 때 태블릿으로 손이 가는데 요즘 분노의 소재가 끊이질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제작과정은 우선 화두가 되는 단어를 적어보고 그 단어의 형상에서 주제에 부합한 이미지를 상상과 스케치를 반복하며 찾아냅니다. 마치 퍼즐을 맞추는 작업 같다고 할까요? 그러다 만족한 그림이 맞춰지면 '이번엔 운이 좋았네..' 하는 생각이 들곤 하죠.


7. 현재(2017.01.10.)까지 글씨그림이 141개가 게시돼있습니다. 그동안 작업하면서 애로사항이나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가 시간에 편한 마음으로 하는 작업이므로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전작이 호응이 너무 좋거나 하면 다음 작업할 때 부담이 조금 되긴 합니다만.. 뭐 그것도 '혼자만의 착각이 아닌가..?' 하고 즐기려 노력합니다.



8. 언뜻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글씨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은 구성부터 대단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업에 진전이 없을 때는 (어려움을 겪을 때는) 어떤 식으로 극복하시나요?


우선 글씨를 몇 번 슥슥 써보고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접습니다. ^^;



9. 글씨그림뿐만 아니라 일반 그림도 잘 그리시는 것 같더라고요. 혹시 따로 그림을 배우셨나요?


어려서 미술학원 몇 개월 다녀 본거 외에는 특별히 미술을 공부한 적은 없고 큰 관심도 없습니다. 다만 건축설계에 필요한 스케치는 계속 해온 셈이죠. 태블릿 pc와 스타일러스 팬 덕도 많이 본거 같습니다.



10. 글씨그림과 같이 기재되는 글을 보면 그림에 대한 간략한 설명부터 개인적인 생각, 간단한 일기 등 글 솜씨도 좋으십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일기나 홈페이지 낙서장, sns 외에는 습작을 해본 적은 없고 책도 다독하지 않아서 누구에게 조언할 만한 수준은 아닌 거 같고요. 다만 그냥 뭐든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을 잘 못하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 보려는 습성은 어려서부터 있던 거 같습니다. 한번 그런 생각이 들면 그걸 말로든 아니면 어떻게 글로라도 표현하려는 근성이 있어서 꾸준히 뭔가를 계속 적어왔던 거 같아요. 아! 전에 트위터가 140자 제한이 있던 시절에 길게 쓴 글을 짧게 짧게 줄이면서 간결한 문장을 만드는 연습은 좀 됐던 거 같네요.



11. 글씨그림, 즉 한글을 사용한 그림입니다. 한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고 계신가요?


그것에 대해서는 ‘훈민정음’이라는 글씨그림과 같이 정리해놓은 글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과학적 정치적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12. 글씨그림#77을 보면 평소에 한글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거 같습니다. 저도 여기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을 하기 전에는 한글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요. 한글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남보다 더 한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국어 공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 중국어 간체나 번체는 영어의 알파벳이나 한글의 자모와 같이 소리와 문자의 연관된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무조건 외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암기력에 자신이 없던 저는 몇 달 배우고 포기하고 말았죠. 아마 그때 한글의 뛰어남과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꼈던 거 같아요. 글씨그림 #77은 한글날 취지에 맞게 ‘훈민정음’이라는 글씨그림을 그리면서 평소 생각과 주워들은 얘기들을 적어 봤던 것입니다. 한문이나 영어로 그린 글씨그림도 있긴 한데 한글이 제일 표현하기에 쉽고 다양해서 신기하다 느꼈습니다.



13. 현재 한글 맞춤법 파괴 현상이 심한 것이 현주소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도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맞춤법이 틀려 창피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헛갈려서 사전을 찾아볼 때도 있고.. 인식도 못하고 틀릴 때도 있고 분명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가엽게 여겨서 쉽게 쓰라고 만든 문자인데 제가 모자란 것인지 자꾸 틀립니다.특히 띄어 씌기는 지금도 넘사벽처럼 어렵게 느낍니다. 하긴 ‘우리말 겨루기’라는 TV 프로를 보면 문제 맞추기가 너무 어렵더군요. 물론 맞춤법 파괴 현상이라는 것이 저처럼 실수이거나 모르고 틀리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행해지는것은 압니다만, 혹시 그런 현상들도 한글이 갖고 있는 '대충 쓰긴 쉬워도 제대로 쓰긴 어려운' 점 때문에 생긴 일종의 체념과 희화의 의미도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 봅니다.



14. 한글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들이나 혹은 현재 한글 교육을 받고 있을 어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어 조기 교육의 필요성을 이해는 하는데 영어를 위해 한글교육이 소홀해지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문자는 생각을 발전시키고 사고를 완성하는 수단이므로 자의식이 형성되는 나이까지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국어를 우선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15. 한글과 관련해서 추가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한글이 더 쉬웠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인들이 배우기 어려워하는 부분에 대해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16. 2016년 9월에 사내 전시회를 여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정식 전시회도 계획하고 계신가요?


개인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전시회는 없습니다. (그런데 상상만 해도 기분 좋네요. ^^)



17. 최근 웹툰 작가들이 TV에 출연하는 등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혹시 웹툰으로 정식 기재하실 생각을 없으신가요?


글씨그림은 아무리 봐도 못 알아보겠다는 분도 계시고, 그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아이 친구들도 같이 퀴즈 문제처럼 흥미를 갖고 달려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저야 어떠한 매체든 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18. (개인적인 질문입니다.) 보통 블로그를 운영하면 다음보다는 네이버를 곧잘 이용하곤 하는데 다음 블로그(브런치)를 이용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엔 페이스 북에만 올렸었는데 친구 하나가 브런치를 알려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페이지 디자인이 상당히 깔끔하고 제공되는 편집 툴도 좋고 (특히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주어서 왠지 더 열심히 하게 된 것도 같네요. ㅎㅎ 네이버는 포스트라는 앱을 알게 돼서 몇 개 올려봤는데 제 포스팅은 노출이 잘 안 되는 거 같더요.



19. 요즘 꿈이 없는, 혹은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소한 것, 작은 목표도 꿈으로 키워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힘든 사회가 되도록 방치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어른에 좀 더 가까운 입장에서 미안하고 같이 노력하고 싶습니다.



20.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재미로 그리게 된 글씨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신문에도 게재되고, 이렇게 인터뷰라는 것 까지 하게 되니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숨은 글씨 찾기’와 현실을 풍자하는 ‘뼈 있는 그림’ 그리고 감성과 이성을 모은 ‘글씨로 그린 그림’ 이렇게 세 가지 꼭지로 연재되는 브런치 매거진은 요즘 저에게도 활력이 되는 좋은 습관이 되었는데 이렇게 관심을 받으니 더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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