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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자녀 디자이너 Mar 04. 2018

글씨그림 #210

OLD


이제 만 4년이 지나 5살이 된 아이폰5, 2002년식 구형 SUV, 솔직히 너무하다 싶지만 버릴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20세기 말에 샀던 까만 농구화.


마니아 반열에 오르기엔 무리가 있는 1988년 산 인켈 오디오, 유행이 한 바퀴 돌아 다시 올만큼 오래된 옷가지들 까지 다하면 명품이나 골동품이라고 할만한 것들도 아닌, 낡은 것들에 대한 관대함은 내게 분명 있는 듯하다.



OLD


너무 낡아서 쓸모가 없어지는 것

물건이나 생물이나 모두 언젠가 맞이해야 할 죽음.


문득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보다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은 나이에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침잠되어..


주위를 둘러싼 모든 오래된 것에 대한 연민으로 까지 번졌다.

신상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길들여짐 보다 우선하여

낡은 것이라 일컫는 모든 것들이 버려져야 한다면


티끌 만한 시간 속 우주의 코딱지만 한 공간에서

내 삶엔 도대체 무슨 흔적이 남을까 싶었다.






아기 혹은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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