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그림 #211
2018년 3월 10일. 벌써 탄핵 1주년이라고 한다.
전쟁의 위협이 턱밑까지 느껴졌던 요즘. 문득 그때 탄핵이 안됐더라면 지금 어떤 상황일까 상상도 하기 싫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청와대에서 하얀 와이셔츠 바람으로 커피를 한잔씩 들고 걷는 훈훈한 모습을 두고 '얼굴 깡패'라던가 '남편을 오징어로 만든 정권'이라는 등의 농담들이 SNS에 쏟아져 나왔다.
한 네티즌은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를 거쳐 문재인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설명 없이 인물 사진만을 쭉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영화 같은 세상 드라마 같은 일상.
다른 편에선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를 밑도 끝도 없이 찍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하기 어렵다.
무엇인지 모를 강박과 분노로 가득 차 세상에 근거 없는 저주를 퍼붓는 사람 내음 나지 않는 이들..
태극기와 성조기까지 동원하여 자신이 이성이 아닌 이념의 주술에 휘말려 걷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지도 못한 체, 다음 세대에 대한 배려와 후대의 의견 따윈 안중에도 없는 일단의 노인들은 이미 생명이 꺼진 좀비와 다를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