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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Nov 10. 2020

엄마도 아프고 싶어


 아이를 낳고 5년 동안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고 항상 긴장했었다. 그런데 8월부터 도서관에서 에세이 쓰는 수업을 들으며 낮에는 아이들을 보고 밤에는 잠 줄여가며 글을 썼더니 늘 피곤하고 지친 상태가 되었다. 거기다 최종 원고를 낼 때쯤에 내 입장에서 어이없는 일을 겪었더니 최선을 다한 일이 허무해졌고 최근에 큰삼촌까지 돌아가시면서 몸과 마음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 버린 것만 같았다.

 

 몸이 아플 것 같았다. 곧 침을 삼킬 때마다 목 안이 바늘로 꾹꾹 찌르듯이 아팠고 몸이 차갑고 으슬으슬 떨렸다. 콧속은 계속 콧물이 고여있는 듯 답답했고 목 안이 간질간질해서 잦은 기침을 했다. 그전 같으면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고 이런저런 약을 삼키며 몸과 마음을 긴장시켜 아이들과 놀고 살림했을 텐데 이상하게 이번에는 아프고 싶었다. 그리고 좀 쉬고 싶었다. 그동안은 자신을 아프지도 못하게 하며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마음 놓고 아프고 싶었다. 몸도 쉬고 싶어서 아픈 걸 텐데 처음으로 나에게 아플 때 좀 쉬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아플까? 아직은 4살, 6살 두 아이의 엄마라서 아픈 동안에도 아이들과 조금씩이라도 놀아주며 살림을 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 아플 때는 마음 놓고 아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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