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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Sep 08. 2022

내겐 잊힌 단어, 열정

당신에게는 '열정'이란 무엇인가요?



 에세이 모임에서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글쓰기 주제가 나오면 낯선 생각에 재미도 있지만 아무래도 처음에는 상당히 난감하다. 이번 주 주제인 '열정'도 그랬다. 내게 열정이랄 게 있을까? 이래도 흐응~♪ 저래도 흐응~하는 40세가 되어버렸는데 어떤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전에 '오래된 물건'이라는 주제에서도 똑같은 고민을 했었다. 그때 글을 쓰기 위해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다 버려서 남지 않은 오래된 물건을 찾아봤었는데 이번에는 내 안을 살펴보며 열정의 부스러기라도 있을지 샅샅이 뒤져보고 있다. 뭐가 있을까? 아이들? 운동? 글? 그림?…. 여전히 좋아하지만 20~30대의 나처럼 두 눈 반짝이며 밤새 불을 켜두진 않는다. 이제는 어떤 것에도 열정이란 단어까지 붙이기에 뭔가 부족한 나다.

 

 그럼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떻게 살아왔기에 열정이란 단어를 잊은 사람이 되었을까? 돌이켜보면 내가 아무리 꿈꾸고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나서부터 서서히 열정을 단념하게 된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 마음 같지 않고, 아이들은 자주 아프고, 감정을 담아 그린 그림과 글은 크게 공감받지 못하고…. 언제부턴가 그냥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는데 열정까지 다가가기에는 항상 모자라다. 사전에서 찾아본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는데 나는 언제쯤 하고 싶은 일을 집중해서 할 수 있을지, 열정이 빠져나가 구멍 난 가슴에 갑자기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와 서글퍼졌다.


 그렇지만 뭐 어쩌겠는가? 아이들은 자주 아프고 외로운 삶이지만 내가 선택했으니 하루에도 수없이 바뀌는 변수에 대비하여 마음을 비워내야지. 지금 이 글도 아이들과 놀다가 한 문장 쓰고, 청소기 돌리다가 두 문장 쓰고, 이제 설거지하면서 꾸역꾸역 세 문장 써 내려가고 있는데 건조대에서 걷어 탁탁 털어내는 빨래의 먼지처럼 내게 묻은 욕구와 욕심을 떨쳐내야지. 비록 꿈 많던 시절에 바라던 모습은 아닐지라도 내가 선택하여 만들어진 나일 테니 아마도 이게 최선일 테다.


 전에 오래된 물건을 주제로 썼을 때 다른 분들의 물건이 궁금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문득 가족의 열정이 알고 싶어졌다. 아이들의 열정은 당연히 포켓몬스터이고 남편에게 무엇에 열정을 가졌느냐고 물어보니 "너와의 사랑!"이라고 답한다. 어맛! 13년 동안 사네~ 못 사네~ 아웅다웅 싸우면서 아직도 사랑 타령을 하다닛! 대단하다며 핀잔줬지만 쓰윽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쩔 수가 없었다. (헤헤) 이 짧은 글을 열정이란 단어로만 채우다 보니 뜬금없이 열정의 사전적 의미가 아닌 저마다 생각하는 열정의 의미도 묻고 싶어진다. 내게는 지워져 잊힌 단어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의 열정이 더 궁금하다.


 "당신에게는 '열정'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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