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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 큰 나무의 미혜 Aug 29. 2022

내가 그리고 쓰고픈 이유



















 아이의 말이 놀랍고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덜컥 겁이 났다. '내가 딸에게 의지하면 어떡하지?' 아이들에게는 내 어릴 적부터 고여져 새까매진 감정의 작은 찌꺼기조차 묻히고 싶지 않다. 내 안의 가장 밝은 부분만 건져내어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 그런데도 바람처럼 쉽지 않다. 한 번씩 툭툭 튀어나오는 우울감은 나를 집어삼키고, 오히려 잘하려고 바둥거릴수록 천둥이 되어 아이들을 내리친다. 끊임없이 마음을 살피며 공부해야겠다. 슝슝 구멍 난 마음을 채워 마치 처음부터 충만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해야겠다.


 올해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공모전 세 군데에 작년 동네 도서관 수업 때 만들었던 그림책을 냈었다. 전에 에세이 수업 때도 느꼈었지만 혼자 볼 글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글은 쓰는 자세부터가 달라진다. 그런데 나 좋아서 쓰고 그린 그림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려니 공모전에 낼수록 부족함이 보여서 얼굴이 터질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는 왜 쓰고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을까?'


 한때 오은영 선생님께서 나오시는 방송을 보고 한동안 내게 직업이란 무엇일지 생각했었다. '꿈은 직업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아닌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고민해보라.'라는 말씀에 마흔의 꿈을 되짚어봤다. 나름 불혹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에 대해서 말하기를 참 좋아하는데 한살 한살 나이 들수록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줄어든다. 이제 나라는 사람을 원 없이 풀어놓을 수 있는 곳이 하얗게 텅 빈 종이 위뿐이다. 오은영 선생님께서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어 이바지하라지만 아직도 철없는 마흔짤은 마음껏 수다 떨듯 끊임없이 나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





<작업 노트>

 그림 속도가 쫌 빠르면서도 마음에 흡족한 일상툰을 그리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에는 '일로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욕심까지 더해져 아주 머리가 아프다. 매주 네이버 블로그에 주간일기 챌린지를 하고 있어서 스스로 정한 요일에 에세이를 올리고 있는데 새로운 그림을 고민한답시고 자꾸만 미뤄져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다. (아직도 둘째 아이는 방학 중이고 울먹울먹)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데도 그림은 나아지지 않아서 우선은 쫓기듯이 그리고만 있다. (아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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