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마음이 그어준 선

by 키 큰 나무의 마리



어느 날, 예솔이가 말했다. “엄마는 정말 멋져!” 예상치 못한 칭찬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아이에게 이유를 물었다. “엄마가 왜 멋져?” 예솔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엄마는 그림을 잘 그리잖아!”


바야흐로 AI가 막연한 상상마저 몇 초 만에 그림으로 뚝딱 만들어 주는 시대다. 단 몇 줄의 문장만 입력하면 다양한 스타일의 이미지들이 빛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 기술 앞에서 오랜 시간 한 줄 한 줄 선을 내긋는 나의 행위는 어찌 보면 미련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런 세상의 흐름 속에서 ‘그린다’는 일은 점점 작아져 갔고,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나는 정말 별거 아닌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예솔은 두 눈을 반짝이며 내 느린 선의 흐름을 따라온다. 그 순수한 눈빛이 ‘그림 그리는 별거 아닌 나’를 다시금 채워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예솔은 그림에 가장 깊은 관심을 가질 나이, 초등학교 4학년이다. 그래서일지 모른다. 아이의 반짝이는 마음이 사그라들기 전에,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책을 마무리 짓고 싶다. 그림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내 딸에게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남겨주고 싶다.


아이의 순수한 반짝임에 이끌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참으로 미련하리만큼 느린 선을 한 줄 한 줄 내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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