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아홉] 부지런한 이기심과 게으른 선의에 대하여

우아한 사고(思考) 일지

by Molly

언젠가부터 나는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분명히 나는 타인을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고, 오히려 다 같이 잘되길 바라는 사람이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항상 다른 이들이 원하던 대로 일이 흘러갔고, 나는 그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에 머물렀다.


왜 그런 걸까.


연구실 안팎에서 우리는 수많은 결정을 내린다. 논문을 쓸 주제를 고를 때, 실험 설계를 짤 때, 심지어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까지—보이지 않게 힘이 작용한다. 그 힘은 언제나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주 자주, 목소리가 큰 사람, 부지런한 사람, 혹은 자기 이익을 명확히 알고 움직이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 누구보다 깊이 생각했고, 이 일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도록 고민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선의는, 말로 표현되지 않았고,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나는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게 되겠지’라고 믿었다. 내가 나쁜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내가 자기 이익보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했다는 것을, 언젠가는.


하지만 시간은 참 무심하게 흘렀고, 결국 결정권은 빠르게 움직이고, 끊임없이 말하고, 자기 필요를 밀어붙인 사람들의 손에 넘어갔다. 그들은 분명 이기적이었지만, 동시에 부지런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연구실에서 누군가의 프로젝트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그 장면을 떠올렸다. 이건 분명히 잘못된 해석인데, 왜 아무도 말리지 않는 걸까? 아, 그렇다.

나도 말하지 않았다.

그건 내 일이 아니니까. 그 사람의 주제였고, 그 사람의 데이터였고, 나는 그냥 옆에서 보기만 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게으른 선의는 아무 일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부지런한 이기심은 매일매일 움직인다. 회의 전에 메일을 돌리고, 미리 설계를 짜 오고,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자신의 방식대로 진행을 확정해버린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그 행동이 일의 뼈대를 만든다. 그것이 비록 더 나은 방향이 아닐지라도.


반면, 나는 너무 자주 생각했다. 조금 더 고민하고, 조율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그러나 생각은 행동을 대신할 수 없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내가 배운 가장 아픈 교훈 중 하나다.


의도는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은 의도보다 행동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나는 선의를 가졌지만, 그 선의는 내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말하지 않은 정의, 실행되지 않은 정직, 주어지지 않은 배려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제부터 무조건 부지런한 이기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게 정의이든, 공동체 정신이든, 협업의 진정성이든—내가 그것을 믿는다면,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말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만이 설득할 수 있고, 움직이는 사람만이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이제는 안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연구는 혼자서 완성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힘이 모이고, 방향이 조율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며 만들어지는 협업의 산물이다. 그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으려 한다. 내 안의 선의를 믿기만 하지 않고, 그것을 말하고, 보여주고, 관철시키려 한다.


혹시 당신도, 선의를 믿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적이 있는가? 혹시 당신도, 누구보다 바르게 생각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좌절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함께 행동해보자.

한 발 더 빠르게, 한 마디 더 분명하게.

그러나 여전히 정직하고 따뜻하게.


그것이 내가 지금, 한 명의 사람으로 조금씩 배워가는 일의 방식이다. 선의는 부지런해야 하며, 행동과 만나야 한다. 그래야 그건 비로소 힘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