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 둘] 무딘 자신에게 남기고픈 이야기

우아한 사고(思考) 일지

by Molly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여러 글을 통해 연구자로서의 삶과 마음을 기록해 왔다. 처음엔 그저 내 안의 생각들을 정리하려는 작은 시도였지만, 쓰고 나니 그것들이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부지런히 행동으로 증명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고, 깊게 생각하고, 낭만을 알며, 우연으로 말미암은 가능성을 믿고,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하며, 서로 다른 것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 그 모든 주제들이 결국은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미덕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에게 다짐을 남기는 일이었다.


나는 오래도록 행동보다 생각에 머무르곤 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부지런함이야말로 연구자가 스스로를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임을 배웠다. 누구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지만, 그것을 검증하고 모양을 갖추는 데 필요한 인내와 꾸준함은 또 다른 차원의 미덕이다. 나만의 길을 찾는 일 역시 그러했다. 남이 정해준 길이 아닌, 느리고 삐걱거리는 길일지라도 내 발로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낭만과 우연은 그 길에서 만난 예기치 않은 동반자였다. 연구는 계산과 계획의 영역 같지만, 정작 큰 전환점은 우연히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것은 그 우연을 붙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순간을 알아볼 눈과 태도를 갖추고 있는가였다. 그리고 시간. 모든 것을 급히 이루려는 조급함 속에서도,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배우고 있다. 속도의 윤리, 기다림의 의미, 중단된 연구를 다시 꺼내는 마음… 그것들은 결국 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였다.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것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 생명과학과 수학, 실험과 이론, 느림과 빠름, 감정과 사실… 나는 늘 그 경계에 서 있었다. 다리를 놓는 일은 언제나 어설프고 불완전했지만, 바로 그 과정에서 나의 정체성이 조금씩 모습을 갖춰왔다. 통섭이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작은 시도들의 집합이었다.


이제 이 글들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이 모든 것들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덕목이 아니라, 무딘 자신에게 남기고픈 이야기였다. 부지런함과 사유, 낭만과 우연, 시간과 다리 놓기의 윤리. 그것들은 나를 규정하는 단어이자,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는 약속이다. 언젠가 이 약속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것을 믿으며, 나는 또다시 연구실로, 책상으로 돌아간다.


지금까지의 작은 글들이 길 위에서 흔들리는 나 그리고 독자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격려로 다가왔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