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사고(思考) 일지
당신 앞에 아주 넓은 미지의 땅이 펼쳐져 있다고 상상해 보라. 당신의 시야는 땅의 크기보다 너무나도 좁아서, 아마 몇 시간을 정신없이 움직이고 나면 자신이 현재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모를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도 GPS는 자신의 자리매김을 외부 관찰자의 시선에서 알려 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많은 모험가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애석하게도, 우리가 거칠게 말해 80살을 살아 삶의 가본 적 없는 영역들을 탐험하는 데에는 따로 GPS가 없는 듯하다. 앞선 글의 비유를 빌려오자면 대체로 사람들은 밀가루 반죽 위의 개미처럼 국소적인 굴곡만 인식한 채 순간순간마다 어디로 갈지 결정 내리기에 바쁜 것이다.
그래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자신이 얼마나 탐험해 왔는지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GPS가 없는 세상에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기억하는 것만 이야말로 유일한 위치를 알 수 있는 길이다. 그러므로 오래전부터 ”너 자신을 알라 “와 같은 격언들이 남긴 유산은 자신의 자리매김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그것은 방법의 면에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성찰해 보기를 바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의 자리매김을 알아낸 탐험가가 있다면, 그가 다음으로 할 행동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 근방을 탐험할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 양식에 따라서는 아주 좁은 영역이나 주위만 둘러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집요하게 나아가 멀리까지 횃불을 밝히고 돌아오는 개척자가 있을 것이다.
어른들의 흔한 조언인 ‘겸손해라’와 ‘자신감을 가져라’를 한번 떠올려 보길 바란다. 둘은 언뜻 생각하기에 상충하는 가치이다. 그러나 위 개척자의 비유를 생각해 보면, 둘은 자신의 자리매김을 잘 인식하고 최대한 멀리까지 횃불을 밝히라는 의미를 각각 담고 있다. 그러므로 둘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야말로 멀리까지 탐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삶의 자세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아주 분명하게 타인과의 비교가 어떤 면에서 부적합한지 설명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은 다른 덩어리의 형태를 가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위치를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인식하려는 시도는 마치 구와 원기둥 위에서의 각 점을 일대일로 대응하려는 시도와 유사하다. 국소적으로는 닮아 있을 수 있겠으나, 전체적인 형태는 상이하기에 대개 그런 비교는 무의미한 것이다.
다시 원래 질문을 환기하자면 이는 현재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질문이 왜 겸손함과 자신감, 비교에 관한 것인지 설명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