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패싱 (2): 메시지의 손실과 오해

첨예한 사고(思考) 일지

by Molly
메시지가 왜곡되는 과정

메시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순간,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항상 마주한다. 수신자가 관측하고 있는 신호보다, 본래 전달하고자 의도했던 신호는 더욱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젖체를 완벽하게 복원해 내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하고, 타인의 말을 오해할 가능성이 생긴다.


정보는 전달되는 동안 압축되고, 필터링되고, 소실된다. 이는 비단 디지털적인 정보의 전달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적인 발화나 수기로 쓴 글씨를 타인이 읽는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청자는 압축된(compressed) 정보로부터 원래의 신호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정보 이론의 관점에서는 이를 압축 센싱(compressed sensing)이라 부르며, 거칠게 설명하면 압축된 신호로부터 가장 그럴듯한 원본 신호를 추정하여 복원하는 것이다.


압축된 신호의 복원

우리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경우에는 언어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표현을 함께 고려하여 의중을 해석하므로, 오해의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오해가 적을 것이라는 것도 자연스러운 추측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워하는 의사소통의 방식은 비대면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특정한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의 이해(consensus)를 만들고, 어떤 작업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설명(instruction)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메신저로 소통하려다 보니 그 내용이 계속 길어지면서, 아예 문서로 서너 페이지 정도의 요소별 대응(response)을 일일이 하여 의사소통한 바가 있다. 자연스럽게 말 한마디로 정리될 것들을 오랜 시간을 들여 글로써 설명하는 것은 비효율처럼 보이지만, 차라리 아주 자세한 설명을 통해 잘못된 신호의 복원 가능성을 원천차단함으로써 오해로 인한 더 큰 비용을 줄이기 위한 차선책인 것이다.


위 예시처럼 결국 관계 속에서 오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중요한 소통의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오해하는 이유 또한 생각보다 단순하다. 관측은 부분적이고, 사람은 확률적이며, 타인에 대한 나의 이해는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전에서 오해는 줄일 수는 있지만 필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따라오는 부산물이다.


Consistency

우리는 서로를 온전히 알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관계가 유지된다. 아는 것들은 공고해지고 모르는 것들은 업데이트된다. 업데이트가 번복되다 보면 서로 간 전파되는 메시지는 합치(consistent)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통된 점으로 수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소통의 원리는, 단순화된 메시지 패싱의 수학적 모델에서 마찬가지로 수렴성이 증명되어 있다. 이렇게 직관적 원칙을 논리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의 장점은 그 경계 조건을 탐색하는 데 있다. 위의 consistency가 만족되려면 충분한 시간 동안 메시지의 전파가 이루어져야 한다.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슷한 주제를 또 꺼내면 무작정 싫증을 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