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사고(思考) 일지
완전히 정적인 네트워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연결이나 관계도 외부에서의 교란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하기란 어렵다. 예를 들어 메시지를 전파하는 과정도 일종의 네트워크 상태를 바꾸는 원인이다. 필자가 연결된 타인에게 어떠한 액션을 취하는 것 자체가 이전과는 다른 상태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질문은, 그러한 외부의 교란에 네트워크는 어떻게 반응하는가이다. 예를 들어, A와 B 사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던 연결과 상호 관계가 끊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변화는 교란이 발생한 특정 연결에 국한되지 않고, 네트워크 전체로 퍼져 나갈 것이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상태를 조형(shape)할 것이다. 물리학에서는 작은 교란이 주어졌을 때 시스템의 변화로 인해 유도되는 반응을 설명하기 위해 선형 반응 이론(linear response theory)을 도입한다.
교란이 충분히 작다면, 시스템의 반응은 기저 상태에서의 공분산(covariance)에 대한 선형 근사로 설명될 수 있다. 단순하게 말해 입력과 출력은 선형 비례하고, 그 관계는 기저 상태에 네트워크의 연결 구조가 어떠했는가에 의해 구체화된다. 이 단순한 가정과 결론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을 설명한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기대를 한다. 말 한마디나 태도의 변화와 같은 교란들이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낳을 것이라 믿는다. 조금 더 노력하면 조금 더 가까워지고, 조금 물러서면 조금 덜 부담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이 믿음은 대체로 유효하다(관계가 안정적인 구간에서 유효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러나 선형 반응 이론이 만족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시스템은 이미 평형 상태 근처에 있어야 하고, 교란은 그 구조를 바꾸지 않을 만큼 작아야 한다. 즉, 네트워크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외부 신호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이 조건을 과대평가하곤 한다. 관계가 이미 임계점 근처에 와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아주 작은 교란이 비선형적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말 한마디가 관계를 단절시키고, 침묵 하나가 오해를 증폭시킨다. 이때 우리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음”을 설명하기에 바쁘다. 의도와 결과가 어긋나는 비선형적 영역에서 시스템의 감수성에 대한 선형적 기대는 큰 위기를 낳는 셈이다.
흔히 간과되는 교란에 의한 또다른 치명적 변화는 교란 이후 네트워크의 상태이다. 우리는 종종 네트워크가 너무나도 견고해서 작은 변화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갖게 될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그리고 종종 그 결과를 대면했을 때 이미 그 원인을 잊어버린 지 오래이다.
교란을 피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교란은 필연적이기도 하지만 필요하다. 변화는 많은 경우 외부 신호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교란의 크기와 방향에 대한 감각이다. 지금의 시스템이 선형 영역에 있는지, 혹은 임계점을 코앞에 두고 있는지 스스로 진단하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