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패싱 (5): 허브와 주변부

첨예한 사고(思考) 일지

by Molly

모든 네트워크는 균등하지 않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각각의 꼭짓점(노드)들이 동일한 수의 연결을 가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신 소수의 노드는 많은 연결을 가지며, 대다수의 노드는 적은 연결만을 유지한다. 이는 비단 사회 관계망과 같은 현상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발현 조절 네트워크(조나단 프리차드의 논문​을 참고하길 바란다)를 설명하는 데에도 필요한 중요한 가정이다.


그리고 편의상 우리는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지는 이러한 노드들을 허브(hub)와 주변부(periphery)라고 부른다. 이 구조는 우연이 아니라, 네트워크가 성장하고 연결이 선택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결과이다. 허브는 메시지가 많이 모이는 지점이다. 정보가 지나가고, 판단이 축적되어 사람들이 참고하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허브에 도달한 메시지는 확산될 확률이 높고, 그렇지 못한 메시지는 종종 국소적으로 소멸한다.


허브에 있는 사람이 그렇다면 더 뛰어난 판단을 하고 본질적인 메시지를 가지는가? 그렇지 않다. 허브는 그 자체로 위치의 결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초기에 연결이 많았고, 이미 많은 메시지가 지나갔으며, 그래서 더 많은 메시지가 모이는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평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건조한 구조적 사실에 가깝다. 반대로 주변부는 네트워크의 외연을 형성한다. 새로운 정보는 흥미롭게도 대개 주변부에서 유입되고, 허브는 정보를 종합하여 재배열하는 데 능숙하다. 주변부는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신호를 처음으로 접한다. 그래서 많은 변화는 허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주변부에서의 이벤트가 여러 단계를 거쳐 허브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중요한 사건으로 인식된다.


문제는 메시지의 가치가 전달 경로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같은 말이라도 허브에서 나오면 의미를 갖고, 주변부에서 나오면 묻히는 경우가 많다. 메시지 속에 담긴 내용(content)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불공정하게도 이는 네트워크의 기본 성질인 듯하다. 우리는 메시지를 내용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누가, 어디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말했는지를 함께 인식한다. 이때 주변부에서 오해가 흔히 발생한다. 자신의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내용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종 문제는 메시지가 아니라 위치에 있다.


허브에 가까워지려는 시도는 자연스러운 전략이다. 사람들은 영향력이 있는 노드와 연결되기를 원하고, 그 연결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확장하고자 한다. 그러나 허브의 근처는 항상 혼잡하다. 메시지는 많고 주의가 분산된다. 많은 메시지는 사실 허브에서 소음으로 처리되어 증폭되지 않는다. 주변부는 반면 이러한 혼잡에서 자유로우므로 잡음 대비 신호의 비율이 오히려 높을 수 있다. 네트워크에 대한 이론은 허브와 주변부의 각 위치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주변부에 있다고 느낄 때 조급해진다. 메시지가 닿지 않는 것 같고, 연결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변부에 있다는 것은 네트워크의 끝에 있다는 뜻이지, 의미의 바깥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 허브에 도달하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