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패싱 (6):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

첨예한 사고(思考) 일지

by Molly

네트워크를 따라 이동하는 메시지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반드시 어떤 문을 지난다. 그 문은 명시적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때로운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문은 메시지가 전달될 때 그 내용에 따라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특수한 속성이 있다. 필터와 같은 것을 상상하면 적합할 듯 하다.


이러한 문의 존재로 인해서 우리는 종종 메시지가 공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의 발화가 항상 타인에게 의도한 대로 완벽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그 정도는 많은 경우에 우리가 상상한 것을 상회한다. 필자는 그것을 공정성의 문제나 누군가의 악의라고 이해하기보다는 구조의 문제, 특히나 시스템이 허용하는 처리 용량의 한계라고 이해하고 싶다.


구조적인 요소를 논하기에 앞서서 발화자의 책임에 대한 논의를 잠깐 하고자 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구조 탓으로 돌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메시지의 발화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발화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의도가 잘못 전달되는 상황"과, "제한적으로 전달되는 상황"은 공통적으로 화자의 답답함을 유발하는 특성이 있지만 질적으로 다르다. 전자의 경우, 예를 들어 나의 글이 읽히는 과정에서 오독(잘못 읽힘)은 불가피하고 텍스트가 어떻게든 발생된 이상 독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재구성되고 해석되는 면을 인정하게 한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독자에게 나의 글이 전달되지도 못한 상황으로 이해해야 하며, 독자에게 나의 글이 닿기까지 존재하는 문턱을 넘을 만큼 나의 글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반성적 교훈을 준다는 차이가 있다.


다시 구조적인 논의로 돌아오면, 네트워크에서 하나의 연결은 무한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 채널에는 용량이 있을 것이고, 그 용량을 초과하는 신호는 압축되거나 버려진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전달하게 되면 오히려 핵심적인 틀이 아닌 세부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만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인간 사회의 네트워크에서도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쏟을 수 있는 관심과 집중력은 제한된 자원이어서 필연적으로 필터가 발생한다.


필터는 흔히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왜 저 말은 전달되고, 나의 말은 사라졌을까?"라는 질문은 "왜 저 사람이 선택받았고, 나는 배제되었을까?"와 같은 질문으로 쉽게 변질된다. 냉정하게는 동시에 도착한 수많은 신호 중 일부만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전체가 마비되어 버릴 수 있기에 필터링의 필요성을 인정해야만 하지만, 마음 속 한구석에서 생기는 불쾌함은 떨쳐버리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필터링을 침묵의 형태로 나타내는 듯 하다. 명시적인 거절이 아니라 응답 없음, 보류, 혹은 다음 기회로의 연기.


메시지를 전달하는 발화자는 그렇다면 냉혹한 필터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침묵을 평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시스템이 "지금은 더 이상 처리할 수 없다"고 보내는 신호로 이해하면 좋겠다. 실패의 낙인을 스스로에게 찍기보다는 경계 짓는 조건이 발현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건조한 상황 인식이 때로는 도움되기 때문이다.


대신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의 태도는 더 효과적인 전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 것이다. 모든 문 앞에서 동일한 전략을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어떤 필터는 짧고 밀도 높은 신호에 반응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다른 필터는 꾸준히 이루어지는 변화를 높게 평가할지도 모른다. 흔히 계산적인 사람들에게서 발현되는 이러한 속성의 알맹이만 놓고 보면 이는 신호와 채널의 특성을 기가 막히게 정렬하여 정보 전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메시지는 공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도덕의 실패라기보다, 유한한 세계의 성질에 가깝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문이 어디에 있고, 어떠한 규칙으로 열리고 닫히는지 배우는 것이다. "왜 내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는가?"에서 "이 메시지는 어떤 필터를 통과하려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해하면, 좌절은 분석 가능한 현상으로 전환될 것이라 기대한다. 감정은 남지만, 적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게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