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다를 거라 생각했다

여보, 우리 오늘 좀 싸울까?-1

by 이하루

나는 춥다는 겨울

이르다는 1월

바람 부는 바다에서

결혼했다.


남편은 소개팅으로 만나 10개월 정도 연애했는데

연애할 때 우리의 조건은 완벽에 가까웠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생각
비슷한 성격
가까운 회사
가까운 집

뭐가 이리도 다 비슷하고 가까운지

게다가 생김새까지 닮은 우린

이건 그동안 미신처럼 치부하던 운명이

우리에게 왔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우린 10개월 동안 10일 빼고

매일 만나고

그리고 결혼하기로 했다.


둘 다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기에

감동적인 프러포즈는 없었다.

이성적인 의견을 모아 결혼 준비를 시작했고

결혼 전 날 프러포즈란 이름의 작은

이벤트(동영상)가 있었다.

그때도 우린 유쾌한 웃음으로 상황을 함께 즐겼다.


우리 부부는 연애하는 동안 2번?

결혼을 준비하면서 1번?

작은 다툼이 있었을 뿐

그 흔하다는 갈등 없이 식장까지 들어갔다 나왔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이런 대화를 했다.


"우린 싸울 일 없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 말이 끝나고 24시간을 넘기기 전에

본격적인 '부부싸움'에 시작됐다.
둘 다 휴양지보다는 배낭여행을 좋아했고

외국 도시로 떠난 신혼여행...

걷고 들고 나르면서는 한 번도 싸우지 않았는데

사소한 대화에서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그 사소한 대화는 이런 것들이었다.

1. 부부의 공동 경제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

2. 서로 다른 가정환경에서 오는 갈등,

누가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3. 왜 연애 때는 안 하던 짓을 하는가?

4. 너무 많아서 기억 안남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혼하자고...

결혼에 들어갔던 비용까지 정확히 반으로 계산하며 귀국했던 우리였다.


격하고 치열하게 싸웠던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우린

서로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건 바로


우린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
이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