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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루 Dec 16. 2019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두 번째 책이 나왔어요


  이렇게 살아도 될까, 싶었어요. 제 일상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고, 때로는 어제와 오늘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똑같았거든요. 늘 이랬던 건 아니에요. 20대에는 퇴사하고 장기간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징글징글한 연애와 이별로 앓아 보기도 했고, 하고픈 일만 하겠다며 비장하게 프리랜서 선언을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서른이 지나고부터는 몸을 사리게 되더라고요. 여행도 연애도 일도 대부분 제 맘 같지 않았거든요.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보니, 하고픈 일만 하면서 놓쳐버렸던 것들 보였고요. 그래서 덜컥 겁이 났던 것 같아요. 이렇게 살다가는 미래가 거덜 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그 후로 변화 없는 삶을 유지하려 애썼어요. 매일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집안일하고, 주말에는 늦잠 자고, 가끔 빠듯한 여행을 다녔어요. 그런데요. 이렇게 살아도, 맘처럼 안 되는 일과 실패로 몸살을 앓던 때처럼 불안하더라고요.      


  이때 만난 게 에세이와 브런치였어요. 대단한 변화보다는 소소한 활력소를 찾다가, 에세이를 써보기로 한 거죠.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스마트 폰에 끄적거린 글을 정리해서 올렸어요. 처음에는 얼마나 갈까 싶었. 사실 전 글 쓰는 일을 하면서도 글쓰기를 정말 싫어했거든요. 앞서 이야기했던 마음처럼 안 되는 일 중 하나가 글쓰기였어요. 쓰면 쓸수록 경력이 쌓이고 쓰는 일도 수월해졌지만, 갈수록 힘든 게 글쓰기더라고요. 제가 쓴 글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도전하고, 성장하고, 성공한 사람들인데, 정작 그 이야기쓰는 저는 자꾸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죠. 뭐랄까요. 제 삶만 점점 작아지는 모양새랄까.


  대체 내가 느끼는 기분은 무엇인지. 내가 쓰는 내 삶은 어떤 모습인지. 이런 궁금증으로 에세이를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브런치와 만나 제 글을 쓴 지 3년이 넘었네요. 금방 싫증이 나서 관둘 줄 알았는데, 갈수록 쓰는 일을 멈출 수 없겠더라고요. 요즘은 글을 쓰면 쓸수록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일상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타인의 삶과 상관없이 제 삶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번에 출간하는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는 과거의 저와 닮은 분들을 위해 썼어요. 어른이 된 후로 꾸준히 자신에게 실망해온 사람, 세상에서 내 삶이 제일 시시해 보이는 사람, 글로 쓰일 삶은 따로 있다고 믿는 사람. 이런 분들에게 ‘그냥 시시한 삶은 없다. 그저 아직 쓰지 못한 삶이 있을 뿐이다’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작가는 운명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쓰는 사람이 되더라고요. 내 삶의 크기도 남이 아닌 내가 정하는 거고요.


  2020년에는 많은 분이 삶을 글로 옮겨보셨으면 해요. 좋은 글은 멋진 문장이 아닌 내 삶을 애정 하는 마음에서 나오기도 하니까요.



*** 알림


   사진에 보이는 핑크색 노트(에세이 글감 노트)는 교보문고, 예스 24, 알라딘, 인터파크에서 구매 시 받으실 수 있어요. 한정수량만 제작됐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직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북 토크 또는 작은 글쓰기 모임을 계획하는 중입니다. 이 내용도 곧 공지 올리겠습니다.


구매 링크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917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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