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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루 Dec 06. 2019

'오타쟁이'가 글을 쓰면 생기는 일  

위클리 매거진 <따분한 일상도 써보면 새롭다>가 책으로 나옵니다


  가끔 내가 쓴 글에서 오타를 발견한다. 한데 이 ‘오타’란 놈은 늘 여기저기 글을 올리고 난 후에야 나타난다. 숨어있다가 ‘까꿍’하고 고개를 내민 것도 아닌데, 꼭 뒤늦게야 마주하고는 당황할 때가 많다. 그런데 반전은 이런 내가 10년 넘게 글 쓰는 일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다른 건 몰라도 글에 ‘틀린 글자’의 출연은 없어야 할 텐데, 나는 여전히 오타와 전쟁 중이다.     


  내가 ‘오타쟁이’가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급하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 다른 하나는 ‘눈’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몸보다 눈이 먼저 지치곤 했다. 언젠가 ‘초점과 시야가 흐릿해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 안과에 갔었다. 내 눈을 한참을 들여다보던 의사는      


  “책 읽는 게 상당히 불편하겠네요.”     


  라고 말했다. 그때 ‘안구 건조증’ 외에 여러 증상에 대해 쭉 나열해 줬는데, 기억나는 건 ‘눈이 약하네요’란 말뿐이다. 매일 무엇이든 끄적거려야 밥벌이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약한 눈’과 ‘급한 성질’은 생계를 위협하는 요소였다, 이런 탓에 회사 일을 할 때면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프린트해서 다시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다. 나는 이렇게 오랜 시간 내 글을 믿지 못했다.     


  이런 ‘오타쟁이’가 3년 전부터 에세이를 썼다. 회사에서 쓰는 글도 힘들고 피곤한데, 퇴근하고도 끄적거리게 된 것이다. 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을 썼으니 모든 오타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실 오타를 내는 건 좀 화끈거리는 일이었으나, 에세이를 쓰는 즐거움은 매번 그 화끈거림을 앞질렀다. 에세이를 쓰는 순간만큼은 글자보다 마음과 일상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부끄러움과 즐거움을 오가며 쓴 글들이 모여 책이 됐다. 그것도 두 번째 책이다. 놀랍게도 ‘오타쟁이’이 난 이미 1년 전에도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다. 무엇이든 시도조차 않는 것보다 실수하더라도 일단 해보는 편이 낫다. 내게 글쓰기가 그랬다. 스트레스받으며 꾸역꾸역 글을 써 왔는데, 진짜 내 글을 쓰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책과 함께 굿즈로 글감 노트도 제작됐어요.


  12월 둘째 주에 출간될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는 위클리 매거진 <따분한 일상도 써보면 새롭다>를 본 출판사의 제안으로 쓰게 됐다. 글쓰기가 두렵고, 쓸만한 얘기가 없는 시시한 일상을 살고, 무엇보다 남들에게 글을 보여주기 부끄러운 사람. 딱 과거의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모든 사람이 글을 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쓰고 싶은 모두가 글을 쓸 수 있다. 게을러터지고 정리정돈 포기한 나 같은 사람도 어떻게든 쓴다. 쓰고 싶을 때마다.

                                                                                                       -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중          


  딱 저 마음이다. 내 책을 읽는 독자가 ‘너도 쓰는 글, 나도 써볼 테다!’ 하는 마음과 생각이 든다면 좋겠다. 지난 3년간 에세이를 쓰며 두 권의 책을 출간하며 느낀 게 있다.      


  ‘그냥 시시한 삶은 없다. 아직 쓰지 못한 삶이 있을 뿐.’     


  이제 기다려보려 한다. 나만큼이나 평범하고 시시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쓸만한 이야기를.



   현재 출판사에서 서포터즈 모집을 하는 중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인스타그램 @sangsang.publishing 에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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