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1일 차
늘 비슷한 시간이었다.
잠이 들까 말까 하는 애매모호한 새벽,
0시에서 1시 사이.
그렇게 그때
무심하게 감수성을 담은 두 글자가 왔다.
'자니?'
라고 묻는 그의 문자 메시지.
20대 초반에는 번쩍 잠이 깨서,
이 남자는 왜 아직 나 때문에 힘들까...
혼자 설레발치며
답장을 쓰고 지우길 반복하다가
결국엔 '잘 지내'라고 써서 전송했다.
: 황당했던 건 답장이 안 왔다는 사실
20대 후반에는 한쪽 눈만 뜨고,
저장되지 않은 이 번호가
누군지 잠시 추론하다가
괜찮았던 남자면 한쪽 눈을 마저 뜨고
최악이었던 남자면 한쪽 눈을 마저 감았다.
: 어지간하면 답장을 안 했는데
미세먼지만큼의 미련이 남은 남자에게
'왜?'라고 보냈다가 'ㅂㆍ코십다'란
답장을 받고 그냥 휴대폰을 껐던 기억...
30대 초반에는 실눈 뜨고,
문자를 확인한 후
괜찮았던 남자면 '취했나 보네'하고 잠들고
최악이었던 남자면 '미친놈'하고 잠들었다.
: 미련이건 감성이건
당장의 생계가 달린 출근이 우선이었다.
근데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다음날 확인해보니 문자가 하나 더 와 있었다.
'미안해'라고... 미친놈에게서. 에라이.
그리고 결혼 후엔,
다들 나이 먹고 짝을 찾은 건지,
내가 결혼한 걸 아는 건지,
나이 때문에 나를 제외시킨 건지,
안. 온. 다.
대신 남편이 새벽에 내게 물었다.
"자니?"
"?"
"물 좀 갖다 줘. 저녁을 짜게 먹었나 봐"
"....."
한 친구는 신혼 때
헤어진 지 3년 넘은 X에게
새벽 1시에 '자니?'란 문자를 받고
답장을 보냈다고 했다.
'응. 남편이랑 자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