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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루 May 08. 2017

자니?

따분한 1일 차

늘 비슷한 시간이었다.


잠이 들까 말까 하는 애매모호한 새벽,

0시에서 1시 사이.

그렇게 그때

무심하게 감수성을 담은 두 글자가 왔다.


'자니?'

라고 묻는 그의 문자 메시지.



20대 초반에는 번쩍 잠이 깨서,

이 남자는 왜 아직 나 때문에 힘들까...

혼자 설레발치며
답장을 쓰고 지우길 반복하다가

결국엔 '잘 지내'라고 써서 전송했다.

: 황당했던 건 답장이 안 왔다는 사실


20대 후반에는 한쪽 눈만 뜨고,

저장되지 않은 이 번호가

누군지 잠시 추론하다가

괜찮았던 남자면 한쪽 눈을 마저 뜨고

최악이었던 남자면 한쪽 눈을 마저 감았다.

: 어지간하면 답장을 안 했는데
   미세먼지만큼의 미련이 남은 남자에

  '왜?'라고 보냈다가 'ㅂㆍ코십다'

   답장을 받고 그냥 휴대폰을 껐던 기억...


30대 초반에는 실눈 뜨고,

문자를 확인한 후

괜찮았던 남자면 '취했나 보네'하고 잠들고

최악이었던 남자면 '미친놈'하고 잠들었다.

: 미련이건 감성이건
  당장의 생계가 달린 출근이 우선이었다.

  근데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다음날 확인해보니 문자가 하나 더 와 있었다.

  '미안해'라고... 미친놈에게서.  에라이.


그리고 결혼 후엔,

다들  나이 먹고 짝을 찾은 건지,

내가 결혼한 걸 아는 건지,

나이 때문에 나를 제외시킨 건지,

안. 온. 다.


대신 남편이 새벽에 내게 물었다.


"자니?"

"?"

"물 좀 갖다 줘. 저녁을 짜게 먹었나 봐"

"....."






한 친구는 신혼 때

헤어진 지 3년 넘은 X에게

새벽 1시에 '자니?' 문자를 받고

답장을 보냈다고 했다.


'응. 남편이랑 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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