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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이 산다
by 이하루 May 10. 2017

말하면 안 되는 '이유'

보통날 2일 차


지난주 화요일. 퇴근 시간이 다가올 때쯤, 우리 부서의 막내가 신나서 ‘쨍그랑’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늘 퇴근하면 일주일 동안 회사 안 나오네요? 꺅~ 좋다!”    


그렇다. 지난주 화요일은 5월 2일이었고. 우리 부서는 4일과 8일 모두 휴가를 쓰기로 해서, 7일이란 황금연휴가 생겼다. 여름휴가를 제외하면, 이렇게 일주일 동안 회사에 출근 안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니 우리 미생들은 신날 수밖에.

그렇지만 모든 미생이 좋아 죽는 건 아니다. 혼자 네거티브로 자폭하는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우리 부서에선 팀장이 그런다. 그는 막내의 말에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씨! 너무 좋아한다? 내 얼 보기 어?”      


순간 사무실에는 정적이 흐르고, 사무실 천장엔 가상의 세계에서 날아온 까마귀 몇 마리가 울어댔다. 까악.까악. 
당황한 막내가 바닥으로 얼굴을 내리깔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그럼 뭔데? 응? 나는 사무실을 너무 오래 비워두는 게 불안해 죽겠는데.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그리고...”  

  

왜 그랬을까. 전 날 새벽까지 일한 탓에, 환각 증상으로 현실감각을 잃었던 나는, 팀장의 말을 가로챘다.  

    

“에이~ 팀장님! 저도 좋은데요?”  


자신의 귀가 의심된다는 듯. 팀장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뭐가 그렇게 좋은데? 요즘 물가도 비싸서 여행 가기도 힘든데 뭐가 그렇게 좋아?” 

   

멈춰야 했다. 그러나 정신이 몽롱한 나는, 술주정 같은 잠투정을 부렸다.

     

“휴가 땐 안 봐도 되고 좋잖...헉!”

“뭐? 누굴 안 봐서 좋은데? 응?”    


팀장의 격앙된 목소리 톤에, 드디어 나는 잠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게 꿈이길 빌었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우리? 모두? 서로? 가끔은 떨어져 봐야 소중함을 알잖아요. 아하하하하.”    


터진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터트렸다.





사실 황금연휴가 무엇보다 좋은 이유에는 수많은 것이 있지만, 랭킹 3위 안에는 ‘팀장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도 있다. 그렇지만 이건 절대 말하면 안 되는 이유다. 특히 사무실에선.

다행인 건. 그는 돌아서면 까먹는 까마귀 스타일이긴 했다. 그래도 난 연휴 동안 기도했다. 팀장아! 제발 내가 한 말 까먹어라. 잊어라. 잊어라. 까마귀 고기를 좀 먹어라, 하면서.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났다. 그리고 오늘 아침 팀장을 만났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척해봤다.

     

“하하하! 잘 쉬셨어요? 얼굴이 좋아지셨네요.”    


그러자 팀장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좀 소중함이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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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별 일 없이 산다
가제 <B정규직의 B밀일기> 출간 예정
lizmare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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