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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루 May 14. 2017

유부녀들의 뒷담화

따분한 3일 차


이사한 후로 자주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내가 26살 때 입사했던 회사의 선배였는데,

그 시절에도 관심사가 비슷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은

'공대를 졸업한 남자가 결혼했다'

공통점 덕분에 할 얘기가 더 많다.


선배와 나는 여러 번의 대화 끝

공대를 졸업한 남자들의 장점정리했는데

그건 바로 '꼼꼼하고 성실하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선배와 나의 남편들은

뭔가를 계획하면 차근차근 순서대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한다.


실제로 우리 둘 다 살림 특정 부분을

편들이 알아서 처리해 주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만족도가 꽤 다.

배의 남편은 요리를 잘하고
내 남편은 청소를 잘한다.

그리고 두 남자 모두, 숫자 계산이 빨라서

투명하고 정확하게 가계부를 정리한다. 


그러나 장점은 곧 단점이기도 한다.


그런 성격 때문에 잔소리가 좀 심한 편이다.

사사건건...


예를 들면 이렇다.

- 뚜껑을 한 번 더 돌려야지 단단하게 잠기지!
   (물 마실 때)

- 일단 집에 들어가면 발부터 씻어!
    (슬리퍼 신고 외출하고 들어갈 때)

- 하여간 꼼꼼하지가 못하다니까!
    (내가 물건을 챙겨 외출한 날)

- 잠깐만 와봐. 이거 언제 할 거야?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급하게 부른다. 꼭;)




그래서
선배와 나는 가끔 남편들의 뒷담화를 한다.

대부분의 유부녀들이 가끔 이런다.


얼마 전, 선배의 집에 갔을 때도 그랬다.


“선배 남편 출근했어요?”

“아니 출장 갔어. 4박 5일.”

“꽤 길게 갔네요. 쓸쓸하겠다.”

“쓸쓸은 무슨, 말도 마. 어휴 그 밉상 잔소리 맨”    


험담은 보통 이렇게 시작되고

    

“진짜요? 선배 남편도 진짜 보통이 아니네요.

근데 제 생각에는 우리 신랑이 더 심해요.

밉상 잔소리 맨에 플러스 푼수거든요. “    


이렇게 누군가 한 명이 적극적으로
뒷담화의 장을 연다.

그러나 편 뒷담화를 하다 보면

   

“선배 진짜 고생이 많네요. 어떻게 참아요?”

“하루야. 너 진짜 대단하다. 힘들지 않니?”    


하며 서로를 향한 안쓰러운 미소와 위로를 전한다.

그런데 우린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게 아닌데?'하는 그런 기분 말이다.

이쯤되면 우린 괜히 목소리를 다듬고

기승전에 없던 결말을 이어간다.

      

“그래도 내 남편 때문에 편한 게 얼마나 많은데,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아.”

“제 남편도 알아서 다 챙겨주니까. 진짜 좋아요. 무엇보다 한결같고요. 이게 어디 쉬워요?”    


갑자기 진행되던 이야기의 플롯이
한꺼번에 우르르 무너진다.

      

“우리 둘 다 남편 잘 만난 것 같다. 오호호.”

“그러니까요. 진짜, 결혼 잘한 것 같아요. 까르르.”    


그렇게 늘 ‘남편의 험담’는 ‘남편의 미담’으로 끝나버린다.




하여간 여자들이란,     

모성애 만만치 않은 남편애가 있다.


그래서 엄만

아빠에게 짜증을 부리면서도

마트에 가면 잊지않고 늘

아빠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바구니에 담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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