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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Jan 13. 2024

혼자 가는 해외여행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20대 남자의 후쿠오카 여행기

퇴사한 김에 4박 5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난생 처음으로 혼자서 해외여행을 가봤는데, 상상 이상으로 너무나도 좋아서 깜짝 놀랐다. 혼자 가면 심심하진 않을지 걱정되었는데, 그런 거 전혀 없고 오감이 120%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오늘은 간단하게 후쿠오카 여행기를 풀면서 혼자 가는 여행이 왜 좋은지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1. 먹고 싶은 음식을, 나만의 속도로,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


'일본' 하면 식도락 아닌가? 사람의 입맛이라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동행자가 있으면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 정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아주 운 좋게 입맛이 찰떡 같이 맞아도 먹는 속도가 다르다거나, 한쪽만 술을 마신다거나 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이런 불협화음을 배려와 공감으로 맞춰가는 재미도 여행의 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굉장히 피곤한 일. 혼자 가니까 이런 게 없어서 너무 좋았다.


 

차례대로 가라쓰에서 먹었던 카이센동, 하카타에서 먹었던 야끼니꾸, 잇코샤 라멘


우리나라로 치면 김밥천국 같은 포지션인 일본 체인점인 '야요이켄'도 갔었는데, 만약 동행자가 있었으면 그리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여행 갔으면 특별한 음식, 현지 음식을 먹고 싶을 텐데 김밥천국 같은 체인점을 간다고 하면.. ㅎㅎ 하지만 나는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현지식당도 꼭 가보고 싶었고, 야요이켄에서 먹은 가지볶음은 상당히 맛있었다.


일본 편의점 털기. 일본 여행을 검색하면 너무 많이 나오다 못해 쏟아지는 콘텐츠다. 난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다. 일본 편의점 디저트? 굉장히 잘 만들긴 하지만, 그것도 한두번이지. 차라리 골목골목 숨어 있는 핸드메이드 디저트 가게나 동네 빵집을 방문하는 게 경험상 훨씬 더 좋았다. 노 검색, 그냥 길 가다가 들어가볼 것.


2. 삼각대를 챙겨 간다면 너무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여행에서 사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동행자와 함께 간다면 서로 사진을 많이 찍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삼각대를 챙겨서 가보니, 혼자 사진을 찍을 때가 난 훨씬 더 좋았다. 상대방을 잘 찍어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전혀 없고, 삼각대 앞에서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100장씩 찍어도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4박 5일 여행하며 700장 정도 사진을 찍어왔고, 잘 나온 사진을 많이 건져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삼각대로 화각을 잡고, 배치와 구조를 생각하면서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니, 이게 혼자 여행 왔을 때의 맛이구나 싶었다.


후쿠오카 타워, 가라쓰성, 오호리 정원



'귀곰'이라는 유튜버에서 추천받은 가성비 최고의 삼각대를 챙겨갔는데, 만족도 100%여서 이곳에도 공유한다. 내돈내산이다. 블루투스 리모컨을 잘 활용하면 혼자서도 멋진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다.


https://prod.danawa.com/info/?pcode=14354192


덕분에 앞으로 카톡 프로필에 적당히 걸어놓을 만한 좋은 사진을 많이 건졌다 ㅎㅎ 일본은 어딜 가든 디테일이 살아 있기 때문에, 셔터만 누르면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온다. 청소 상태가 강박적일 정도로 완벽하기 때문에 더더욱 사진이 깔끔하게 나온다. 각종 문화재나 건물 등을 유지 보수하는 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자이후 텐만궁 근처 신사


3. 숙소 선택이 매우 자유롭다.


남자 혼자 여행을 가니까, 일본 특유의 캡슐 호텔이라든가 그런 다양한 숙소를 부담없이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막상 숙소에 가보니 여자 혼자서 이용하는 여행객도 많았다). 가족 친지랑 함께 가거나, 연인과 갔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 내가 묵었던 캡슐 호텔은 이렇게 생겼다.



잠만 잘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샤워실/공용실/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구축되어 있어서 편했다. 청소 상태가 완벽하고 쾌적했던 건 당연한 일. 게다가 가격이 2만원대 초중반이다. 가격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 숙소였달까. 코 고는 사람이 근처에 있을 수 있기에, 이어플러그를 챙겨간 것이 신의 한수였다.


4. 0.1%도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다


혼자 여행 가면 심심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생각해보라. 시선을 돌릴 때마다 온갖 진귀하고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새로운 맛과 향기, 각종 문화재와 놀거리가 넘쳐나는데 '심심함' 따위가 끼어들 틈이 있겠는가. 실제로 4박 5일 동안 여행하면서 하루에 2~3만보씩 걸으면서 놀기 바빴지 혼자 와서 외롭다거나 그런 기분을 느낄 새가 전혀 없었다. 이건 실제로 가봐야 알 수 있다. 게다가 어딘가로 이동하려면 구글맵으로 찾아서 이동해야 하는데,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실수하지 않는다. 고로 여행을 하는 순간순간 오감이 살아 있고, 집중력이 올라간 상태인지라 외로움 따위는 느낄 틈이 없다.




이외에도 일정을 내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다는 점이 혼자 가는 여행의 큰 장점 같다. 친구들과 갔다면 절대로 가지 않을, 관광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던 규슈국립박물관도 가고(입장료가 7000원이다), '가라쓰'라는 외곽 시골도 갔다. 특히 가라쓰에서는 연착된 버스를 잘못 타서 이상한 곳에서 내려서 길을 헤맸는데, 일본인 할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역까지 직접 태워주셔서 구사일생했던 경험도 있다. 그날이 출국날이라서 비행기를 놓칠 위험이 매우 컸는데, 너무 극적이고 운이 좋아서 인상이 강하게 남은 기억이다.


난 불확실성을 즐기는 타입이고, 시간을 촉박하게 쓰는 편이다. 모험하는 걸 좋아하고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 같은 스타일은 동행자가 있다면 참아야 하는 게 많아지는 편이어서 이번에 혼자 여행하면서 만족도가 더더욱 컸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문화, 식도락, 볼거리를 모두 좋아하는 편이어서 다음 여행지도 일본이 될 것 같다. 후쿠오카 오사카 교토를 가봤으니, 다음에는 홋카이도 쪽을 가보려고 한다. 자, 이제는 자신있게 외쳐본다. 여행은 혼자 갈 때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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