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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던 Feb 20. 2021

07. 비엔나로부터

매우 기쁘게도 혼자가 되었습니다.


 여행을 계획할 땐 대체적으로 양가감정이 든다. 원치 않는 존재들과 부딪히는 현실을 뒤로하고 떠나온 만큼 온전히 혼자이고 싶은 마음과 낯선 곳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 한 명쯤은 함께여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 일주일 중 하루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혼자였던 뉴욕 여행은 못 견디게 괴로웠고 지인들과 떠났던 4일간의 베이징 여행은 그들과의 인연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잃지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매몰되지도 않기 위해 여전히 여럿이나 온전한 '혼자'를 자처했다.


 

 빈에서의 이틀 째, 조식을 먹고 일행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여행 잘 다녀오세요, 저녁에 다시 봐요.' 혼자 남겠다는 인사를 건넨 후 확연히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첫 번째 목적지인 벨베데레를 향했다. 숙소에서 꽤 가까운 곳에 위치한 게 아쉬울 정도로 온 몸으로 느껴지는 오전 9시의 빈은 미친 듯이 평온했다. 발길이 닿는 곳곳이 이슬인가 싶은 습기를 품고 있었고 눈을 감으면 트램이 지나가는 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고요함이었다. 한국에서부터 너무나도 그리워했던 적막이 온몸의 피부로 느껴지고 나의 발걸음 소리가 빈의 길거리를 채워나갈 때쯤 저 멀리 새빨갛게 펄럭이고 있는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아,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던 벨베데레다. 이름도 예쁘네, belvedere.


 

 당장이라도 두 발을 바삐 움직여 저 안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티켓 구매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고 날이 좋았던 덕분에 빈의 색을 최대한 깊게 두 눈에 담고 싶었다. 기다렸다는 듯 파랗고 선명한 하늘, 생각지 못한 진한 초록의 정원 그리고 벨베데레를 둘러싸고 잔뜩 들떠 있는 알록달록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 못지않게 평소라면 드러내지 않았을 밝고 진한 색을 내뿜었을 나.


 

 티켓을 구매하고 시간에 맞춰 입장한 나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고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계단에 재빠르게 입고 있던 재킷을 맡겼다.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해야 다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혜안이 있는 현명한 판단은 아니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코트를 맡기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쳤다. 다시 한번 끔찍한 박물관 투어는 할 수 없었다. 털어낼 수 있는 것을 모두 털어내고 가뿐히 실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벨베데레를 방문하는 이유는 클림트 키스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그 앞에 가면 털썩 주저앉아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어야지 다짐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만난 클림트 키스 앞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무리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자리를 잡기엔 그나마도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보이지 않을 것이 뻔했다. 해서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여기는 시간에 맞춰 촉박하게 움직여야 하는 한국도 아니고 느릿느릿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해서 눈치를 주는 한국도 아니니까 자신에게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느림을 허락했다.


 같은 층에 있는 그림들을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하나하나 듣고 보고 한참을 돌아 다시 클림트 키스를 마주했을 땐 현실감이 없었다. 아, 내가 여기서 이걸 보고 있다니. 낯선 그림도 아니면서 이 그림을 여기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치게 낯설 일인가. 차마 털썩 주저앉지도 못한 채, 몇 천 년 나이를 먹은 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그대로 뿌리를 내렸다. 영원한 사랑이라고 했던가. 그림이 가진 의미를 고상하게 파악하는 방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얼마나 섬세하게 그려졌는지 그림 곳곳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미세한 금박들이 얼마나 공들여 놓였는지 또 조금 떨어져 보면 한 몸처럼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이래서 '사랑'이라는 주제의 그림인가 라는 여러 가지 생각을 품고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 때쯤 클림트 키스 앞을 떠났다.


 

 그리고는 두 시간 더 박물관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종종 아는 그림이 보일 땐 반가웠고 모르지만 눈에 띄는 그림을 만났을 땐 근처 의자에 앉아 오디오 가이드의 버튼을 눌렀다. 층을 오르면 오를수록 꽤나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그림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떠나고 새로이 오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정신없는 기차역의 그림, 수술 장면을 그려놓은 조금은 잔인한 그림. 괜스레 익숙한 프란츠 요세프 1세, 황후 엘리자베스. 기념품까지 알차게 구경을 마치고 나왔을 땐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적당히 좋은 시간에 관람을 마쳤구나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방금까지 보던 그림들과 비교도 못할 만큼의 절경이었다. 정말 아무리 공들여 그린 그 어떤 것도 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몸소 느꼈던 순간이었다. 오전보다 더 선명해진 하늘, 아기자기하게도 떠 있던 구름, 여전히 초록을 내뿜는 정원, 거기에 열기가 조금 오른 태양 덕분에 높아진 빈의 채도.



덕분에 완벽했던 나의 빈.



다시 보고 싶은 멋진 할아버지

 

 흠이라고는 하나 없는 오전을 보내고 카페 센트랄을 들러 쇤부른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카페 센트랄 앞에는 멀리서도 보일만큼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고 야외 자리마저 빡빡하게 가득 찬 모습을 보고 잠시 고민을 했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스킵하고 다른 카페를 찾았을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너무도 마음에 들었던 카페 뮤지엄 - 06. 비엔나로부터(https://brunch.co.kr/@edamdame/6)​ 참조 - 도 있었으니 말이다. 허나, 어쩌면 딱 한 번의 경험일 테니 줄을 서보기로 했다. 앞뒤 양옆 모두 일행이 있는 여행객 같았는데 그 사이에 홀로 서 있으려니 조금 어색한가 싶다가 금세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나는 대체적으로 혼자서도 잘하는 내가 마음에 들었었으니까 여기서도 기꺼이 마음에 들어보자 하는 이상한 허세였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거리에 멍하니 서 이렇게 복잡한 곳에서 사람들을 대체 무얼 먹고 있나 구경을 하고 몇 분쯤 지나니 생각보다 빠르게 나의 순서가 들어왔다. 몇 명이냐는 질문을 받았고 1명이라고 하자 자리를 안내해주었다. 출입문 옆 쪽 자리라 불편하려나 했는데 웨이터가 자주 다니는 길이 아니라 주문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던 것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았다. 일단 햇볕이 정말 미친 듯이 들어왔는데 어딜 가나 채광이 중요한 나는 눈이 부시게 내리꽂는 햇빛마저 그저 사랑이구나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빈과 사랑에 빠질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는 상태였다. - 06. 비엔나로부터(https://brunch.co.kr/@edamdame/6)​ 참조 -


채광 가득한 자리에서 멜랑쥬

 

 멜랑쥬 한 잔과 평범한 토스트를 점심으로 했다. 사실은 다른 메뉴를 생각하고 방문했었는데 아침 한정 메뉴여서 맛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토스트로 대신했다. 그러나 멜랑쥬는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주 반가운 맛이었다. 달지도 느끼하지도 않은 맛에 꽤 진한 에스프레소 맛이 인상적이었다. 라떼나 플랫화이트와는 다르지만 그 쯤 어딘가에 있는, 정말 피곤할 때 마시면 번쩍하고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날 맛이었다.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지 못해서 약간은 바람 빠진 풍선이 된 나는 그나마 멜랑쥬의 힘으로 쇤부른을 향해갔다.


 쇤부른은 꽤 거리가 있었다. 1시간 정도 이동을 했었는데 30분은 지하철로 남은 30분은 트램을 이용했다. 지하철로만 이동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유럽에 왔으니 가능하다면 트램을 타는 편이 즐겁지 않을까 했다. 트램으로 환승을 하고 어느 동네에 잠깐 정차했을 때 동양인 꼬마 남자아이를 봤다. 꽤 진득한 눈 맞춤이 있었으니 서로 바라봤지 않았나 싶은데 여태껏 그 아이가 기억에 남는 건 눈빛 때문이다. 당시 트램에 동양인은 그 아이와 나뿐이었다. 친구와 와글와글하게 트램에 올라탄 그 아이를 나를 보자 잠깐 발걸음을 멈췄다.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결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아이가 같은 동양인인 나를 보고 움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여행객이 있는 동네도 아니었고 여행객이 아니라면 동양인이 많은 나라도 아닌 것 같았으니. 나 또한 생각했던 것보다 더더욱 동양인이 없어서 놀랐으니까. 그냥 나는 반가웠다고, 아이야. 이런 말이 조심스럽지만 드물던 검은 눈동자, 검은 머리카락이 새삼 반가웠단다, 아이야.


안내방송까지 선명하게 기억하는 빈의 트램


 타고 있던 트램이 15분쯤을 더 달려서야 쇤부른에 도착했다. 트램 방송에 맞춰 하차했더라면 덜 걸어도 됐었는데 구글 맵을 믿었다가 정거장 하나를 더 가서 하차하는 바람에 쌩쌩 차가 달리는 차도를 혼자 씩씩하게 걸어온 다음에야 쇤부른 궁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서 구경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오전에 벨베데레에서 체력을 소진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어마어마한 정원을 지나 글로리에테 언덕만 오르기로 했다. 잔디밭에 앉아있을 수 있다고 해서 '털썩'을 기대하고 왔는데 하필 잔디를 깎는 날이었는지 작은 로봇들이 잔디밭 위를 하염없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좀 더 위쪽에 있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한 숨을 크게 쉬고 눈을 감았다 떴더니 보이는 모든 곳이 빈이었다.



 

 이 말인즉슨, 눈에 들어오는 모든 곳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문득 이토록 빈에 대한 과도한 사랑을 깨달을 때면 뭐가 그렇게 좋아서 거침없이 사랑이라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 2년이 지났지만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더 사랑이구나 싶다. 일목요연하게 설명은 못하지만 그때의 온도, 사람들의 재잘거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요하던 하늘, 잔디에서 올라오던 싱그러운 풀 내음. 말을 하자면 줄줄이 읊어도 모자랄 모든 것들이 기억나다 못해 온 몸의 감각이 그때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한참을 떠올려도 부족하지 않은 빈의 글로리에테 언덕에서 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머릿속을 비워내고 마음을 솎아냈다. 행복하게, 평온하게, 그렇게 살자. 그리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다 조금 더 있으면 노을이 올라오겠다 싶을 때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홍색 하늘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곧 어두워질 하늘을 보며 조바심을 내고 싶지 않았다. 아쉬움과 여유로움을 맞바꾼 후 가까운 지하철역을 찾았다. 언덕에서 역까지는 생각보다 거리가 있어서 늦게 내려왔더라면 종종걸음을 하다 찰나의 빈을 놓치지 않았을까 싶다. 꽤 긴 거리를 걸어 도착한 쇤부른 역은 특유의 옛날 유럽 느낌에 인적이 드물었고 지상에 위치한 역이라 어느 정도 닳은 느낌이 멋스러웠다.


글씨체가 예뻤던 역
시간이 묻어 닳은 듯한 초록의 예쁨

 

 점점 사람으로 그득해지는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역에서는 첼로 연주 음악이 들려오고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선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계단을 오르니 직접 첼로를 켜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빈에서는 흔한 일인지 대부분 그를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정갈하게 검정 정장을 입고 두 다리 사이에 첼로를 세운 채 장발의 머리를 흩날리며 연주를 하고 있는 잘생긴 남자였다. 아, 여기 그 빈이었지. 그럼 저 잘생긴 사람은 음악 공부를 하는 사람이겠구나. 몇 발자국이면 닿을 거리에서 첼로 연주라니. 클래식 음악이 일상 속 지하철 역에서 흘러나올 수 있는 도시, 오스트리아 빈. 내가 사랑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던 순간이었다.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저녁

 

 역을 빠져나와 10분 정도 걸어 찾고 있던 식당에 도착했다. 슈니첼을 먹고자 함이었다. 대체적으로 추천하는 식당은 다른 곳이었는데 한국인이 추천하지 않더라도 맛있는 곳을 찾고 싶었던 욕심에 전 날 침대에 누워 구글 맵을 열심히 뒤져 찾아낸 식당이었다.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독일어가 크게 쓰여 있는 초록의 식당이었고 슈니첼을 시키면 나오는 특유의 감자 샐러드가 맛있다고 해서 꽤나 기대를 한 상태였다. 저녁 시간이 되기 전이라 손님은 나뿐이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 멀뚱멀뚱 서 있었더니 금발 머리를 가진 직원이 갸웃거리며 눈을 맞춰왔다. 와,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그럴싸한 친절도 아니었는데 말이다.(하지만 얼굴은 너무나도 잘생겼었다.) 직원에게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 구경을 마친 뒤 슈니첼과 작은 사이즈의 생맥주를 시켰고 음식이 나오기 전에 생맥주를 먼저 가져다줬는데 활동량이 많아서였는지 단숨에 반 이상을 목으로 넘기고는 생각했다. 아, 큰 사이즈 시킬 걸.


특별한 인테리어일까, 유럽의 무드일까

 

 반쯤 남은 맥주를 아껴 마시며 식당을 구경하고 있을 때쯤 기대하고 고대하던 감자 샐러드와 슈니첼이 눈 앞에 놓였다. 순간 음식 양에 '엌'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올라왔다. 사실 제대로 된 식사는 처음이라 문제 될 것은 아니었지만 1인이 먹기엔 좀 많은 양이 아닐까 싶었던 슈니첼 3 pieces. 하지만 잘라서 입에 넣는 순간 기름지고 따뜻한 고기가 긴장 속에서 하루 종일 뽈뽈 거리며 돌아다니느라 모두 탕진해버린 기력을 차곡차곡 다시 채워나가기 시작했고 꼭꼭 씹어 넘긴 고기 뒤로 입에 머금은 감자 샐러드는 입 안에 남았을 기름기를 싸악 제거해줬다. 와, 정말 이 세상 맛이라기에는 형용할 수 없는 조합이라 쉬지도 않고 음식을 입에 집어넣었다. 물론 생맥주 한 잔도 추가했다.


지친 몸엔 역시 기름 가득 고기가 최고

 

 내 뒤로 들어온 한국인 여행객이 있었는데 그분 보다 내가 더 늦게 나갔으니 아마 꽤 오래 테이블을 차지하고 저녁을 즐겼지 않았나 싶다. 슈니첼 한 조각을 남겨둔 채 직원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드디어 탓! 하는 순간 싱긋 웃었다. 아까와는 다른 직원이었지만 이번에도 그럴싸한 잘생김을 가진 직원에게 계산서를 확인하고 두둑한 팁을 올려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둑한 팁에 그는 자본주의적 미소를 보냈지만 나는 그것과는 관계없이 진심의 웃음을 보냈다. 어찌 됐든 오늘의 여행이 완벽한 덕에는 이 곳의 지분도 있으니, 완벽한 여행을 만들어 준 빈에 대한 감사를 당신이 받게 된 건 그 날 당신의 운이 좋았던 덕분이겠지. 축하해.


 생맥주 두 잔에 취기가 오르진 않았을 테니 평온한 하루를 보낸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눈누난나 성 스테판 성당에 들러 다시 기도를 했다. - 계속 말하지만 나는 무교다. - 행복은 이렇게 가까이에 있네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소소한 행복에 버겁게 기뻐하네요. 그러니 그곳에 돌아가서도 행복하게 해 주세요. God Father.


빈 중앙역 앞에 번진 노을


 글로리에테 언덕에서 놓쳤던 노을은 숙소 앞에 나와 함께 도착해 있었다. 평생에 이렇게 가까웠던 해의 잔재가 있었나.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절대 잡히지 않게 퍼져나가는 주황이 신기해 일부러 숙소 앞에서 멀뚱히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섰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를 오스트리아 빈의 노을. 절대 잊지 않을, 잊히면 아쉬움에 눈물이 흐를 순간. 사랑해 마지않는 나의 오스트리아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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