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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서 Oct 26. 2023

아이크림으로 호사부리기

머리가 복잡하다. 돈을 더 버는 것 같은데 생활하는 건 같다. 잔액은 눈에 보이게 줄어들고 뭐라도 하나 살까 하다가 다음 달에 사야지 하고 마음을 접는다. 살면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미루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번 달에 아무것도 사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름을 조금 늦게 만나고 싶어 얼굴에 전용아이크림을 바른다. 처음 그 제품은 신박했다. 비싸디 비싼 크림을 얼굴 전체에 바르다니..


아이크림은 작은 용기에 담겨 눈 끝에 톡톡 바르는 아끼고 아끼는 제품이었는데 ahc에서 얼굴전용 아이크림을 내놓았을 때 놀랐다. 제품에 1번 놀랐고, 가격에 1번 더 놀랐다. 내가 사용하던 제품에 비해서 너무 저렴했다. 반의 반가격도 안되니 잠시 흥미로 지나갔다. 여전히 나는 눈 끝에 톡톡 아껴바르고 가끔은 빼먹기도 했다. 그렇게 ahc 아이크림은 기억에서 잊힐 때쯤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엄마가 홈쇼핑에서 한 묶음을 샀다는 것이다. 엄마는 다른 건 몰라도 피부는 관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옷은 나중에 나이 들어서 사 입을 수 있지만 피부는 돈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돌리기 어렵다고 화장품도 꼼꼼하게 바르고 선크림도 잘 챙겨 바르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내가 어릴 때 엄마는 대부분 화장을 곱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가 화려하거나 진한 메이컵을 하지 않았지만 립스틱을 발랐고 그 모습이 단정해 보였다. 물론 맨 얼굴로 맑게 있던 날도 있다.


나는 엄마가 한 묶음 챙겨주는 아이크림을 보며

“이게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그 가격에 이만큼인데. “

“아끼지 말고 많이 발라도 되고 좋지. 가져가서 발라봐. “


못 이기는 척 챙겨 온 아이크림을 다 쓰고 나도 구입을 했다. 처음에는 홈쇼핑에서 대량 구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몇 년째 쓰고 있다. 이제는 그냥 세일할 때 몇 개씩 사둔다. 효과가 엄청난지는 모르겠지만 듬북듬북 바른다. 얼굴에도 목에도.. 사실 목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우연히 정유미 배우가 넥크림을 바른다며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야기를 듣고, 내 목을 보니 얼굴보다는 주름이 보인다. 바로 넥크림을 검색했더니 저렴하진 않았다. 예전에  사용하던 브랜드라 제품은 좋겠지 생각하면서도 내가 목에 그걸 계속 바르기는 부담이었다. 차라리 옷이나 신발이면 하나 좋은 것 사서 오래 쓰자라는 마음이었겠지만 이건 다르다. 계속 사야 하는 생활용품과 같은 개념이라 고민이었다. 1통 쓰고는 효과도 못 볼 테니 말이다.


그때 눈에 딱 들어온 아이크림~ 그래 너다. 목에도 바르자. 세일할 때 잘 사면 크게 부담은 안될 것 같다. 1년에 몇 통은 더 사겠지만 그 정도는 나에게 투자하자. 저 아이크림을 쓰고부터는 스킨이나 묽은 에센스만 하나 쓰다 보니 화장품 비용은 확실히 줄었다. 예전에는 화장대 앞에 줄을 세워두고 하나씩 순서대로 바르는 걸 좋아했다. 화장품을 좋아해서 많이 바르는 게 피부 관리라 생각하며 피부 마사지도 받으러 다녔다.




선크림 바르기, 얼굴 전체에 아이크림 챙겨 바르기, 커피 줄이기, 물 마시기.

기본으로 몸에 장착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중에 물 마시기가 가장 어렵다. 캐모마일과 루이보스를 커피와 물 대신 마신다. 카페인이 없는 차라서 물처럼 마시기에 부담이 적다.


오늘도 씻고 얼굴이랑 목에 아이크림 듬뿍 발랐다.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기보다 내가 나에게 좋을 걸 찾아가자.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말이다. 내가 내 취향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도 꽤나 값진 일이다. 시간이 지나 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고유한 이미지를 그려 가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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